구운몽 20

有若玄宗朝, 獻淸平詞之翰林學士,

유약현종조 헌청평사지한림학사

則名士可隨矣.

즉명사가수의

만일 현종조 시대에

청평사淸平詞를 바쳤던 한림학사翰林學士 (이백을 말함) 같은 이가 있으면

곧 명사를 따를 것입니다.

有若武帝時, 奏鳳凰曲之司馬長卿,

유약무제시 주봉황곡지사마장경

則秀才可從矣.

즉수재가종의

만일 무제武帝 때

봉황곡鳳凰曲을 탔던 사마장경司馬長卿 같은 이가 있으면

곧 수재를 좇을 것입니다.

惟意是適何可逆料乎?”

유의시적하가역료호

衆婆大笑而散.

중파대소이산

오직 뜻대로 행할진대 어찌 미리 요량하겠습니까?' 하니

중매 할멈들이 크게 웃으며 흩어졌습니다.

驚鴻私以爲窮鄕女子耳目不廣,

경홍사이위궁향녀자이목불광

將何以揀天下之奇才, 擇閨中之賢匹乎?

장하이간천하지기재 택규중지현필호

경홍이 마음 속으로,

‘궁벽한 시골 여자로서 이목이 넓지 않으니,

장차 어찌 천하의 기재奇才를 가리어

규중의 어진 배필을 택하겠는가?

惟娼女則英雄豪傑, 無不接席而酬酢,

유창녀즉영웅호걸 무부접석이수작

公子王孫 亦皆開門而逢迎,

공자왕손 역개개문이봉영

오직 창녀는 곧 영웅 호걸과

자리를 가까이 하여 수작酬酢하지 아니함이 없으며,

공자 왕손을 또한 문을 다 열어 받들어 맞이하니

賢愚易卞 優劣可分, 比之則求竹於楚岸,

현우이변 우열가분 비지즉구죽어초안

採玉於藍田,

채옥어람전

현우賢愚를 가려내기 쉽고 우열을 나눌 수 있으니,

이를 비유하면 대를 초안楚岸에서 구하고

옥을 남전藍田에서 캐는 것과 같다.

奇才美品何患不得? 遂願自賣於娼家,

기재미품하환부득 수원자매어창가

必欲託身於奇男, 未及數年名聲大噪.

필욕탁신어기남 미급수년명성대조

기재와 미품美品을 얻지 못한다고 어찌 근심하겠는가?' 라고 생각 하고는,

마침내 자원하여 창가娼家에 몸을 팔아

반드시 기남奇男에게 몸을 의탁하고자 하였는데,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명성이 크게 일어났습니다.

去年秋山東河北十二州文人才士,

거년추산동하북십이주문인재사

會於鄴都設宴以娛, 驚鴻以一曲霓裳舞於席上,

회어업도설연이오 경홍이일곡예상무어석상

지난 해 가을 산동 하북 십이주의 문인 재사들이

위나라의 수도인 업도鄴都에 모여 잔치를 베풀고 놀았을 때,

경홍이 자리위에서 예상곡霓裳曲을 한 곡 부르며 춤을 추니,

翩如驚鴻 矯如翔鳳, 百隊羅綺盡失顔色,

편여경홍 교여상봉 백대라기진실안색

其才基貌此可見矣.

기재기모차가견의

펄펄 나는 모습이 놀란 기러기 같고

교교矯矯하기는 나는 봉황과 같아

미녀 수백 인이 모두 낯빛을 잃었다는데

그 재주와 그 용모를 이로써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宴罷獨上於銅雀臺, 帶月徘徊感古悲傷,

연파독상어동작대 대월배회감고비상

詠斷腸之遺句 弔分香之往跡,

영단장지유구 조분향지왕적

잔치가 끝나자 홀로 동작대銅雀臺에 올라

달빛을 띤 채 배회하며 옛 일을 생각하고 슬픔에 잠겨

단장의 심중을 남긴 글구를 읊으며

분향分香의 지나간 자취를 조상弔喪하고,

仍窃笑曹孟德不能藏二喬於樓中,

잉절소조맹덕불능장이교어루중

見之者無不愛其才奇其志,

견지자무불애기재기기지

이에 조맹덕曹孟德이 국색國色의 두 여자를

누각 속에 감추지 못한 것을 내심으로 웃고 있으면,

그를 보는 사람마다 그 재주를 사랑하고

그 뜻을 기이하게 여기지 않는 이가 없었으니 생각해 보면

顧今閨閤之中豈獨無其人乎?

고금규합지중기독무기인호

지금 어염집 규수 중

어찌 홀로 그런 사람이 없겠습니까?

驚鴻與妾同遊於相國寺, 與之論懷驚鴻謂妾曰 :

경홍여첩동유어상국사 여지론회경홍위첩왈

경홍이 첩과 더불어 상국사相國寺에서 함께 놀 때

그와 더불어 정회를 의논하였는데, 경홍이 첩에게,

‘爾我兩人苟得意中之君子,

이아양인구득의중지군자

互相薦引仝事一人 則庶不誤百年之身矣.

호상천인동사일인 즉서불오백년지신의

妾亦諾之矣.

첩역락지의

‘너와 나 두 사람이 만일 마음 속에 있는 군자를 만나거든

서로 천거하여 한 사람을 같이 섬기면

거의 백년의 신세를 그르치지 아니하겠다.’ 라고 말하기에

첩 또한 이를 허락하였습니다.

妾逮遇郞君 輒思驚鴻而驚鴻,

첩체우랑군 첩사경홍이경홍

方入於山東諸侯宮中,

방입어산동제후궁중

此所謂好事多魔者耶.

차소위호사다마자야

첩이 우연히 낭군을 만나니

문득 경홍을 생각하게 되는데, 경홍은

바야흐로 산동山東 제후의 궁중에 들어갔으니,

이것이 이른바 호사다마好事多魔인가 합니다.

侯王姬妾富貴雖極 亦非驚鴻之願也.”

후왕희첩부귀수극 역비경홍지원야

제후나 왕에게 총애 받는 첩의 부귀가 비록 지극하겠지만,

또한 경홍의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하더니,

仍唏噓曰 :

잉희허왈

“惜乎! 安得一見驚鴻 說此情也.”

석호 안득일견경홍 설차정야

슬피 울며 말하기를,

“어찌하면 경홍을 한번 보고

이 사정을 말해 볼까 하는데 안타깝습니다.”

楊生曰 :

양생왈

“靑樓中雖有許多才女,

청루중수유허다재녀

安知士夫家閨秀, 不讓娼扉一頭地乎?”

안지사부가규수 불양창비일두지호

양생이 말하기를,

“청루 중에 비록 재주 있는 여자가 많다 하나

사대부 집안의 규수가

기녀 중에서 제일 뛰어난 자에 못지 않으리라는 걸 어찌 알겠습니까?”

蟾月曰 : “以妾目見無如秦娘子者,

섬월왈 이첩목견무여진낭자자

苟下秦娘一等 妾不敢薦於郞君,

구하진낭일등 첩불감천어랑군

섬월이 말하기를,

“첩이 목격한 바로는 진낭자秦娘子와 같은 이가 없으니,

만일 진낭자 보다 한 등급 아래라면

첩이 감히 낭군께 천거하지 못하거니와,

然妾飽聞長安之人爭相稱道曰 :

연첩포문장안지인쟁상칭도왈

鄭司徒女子窈窕之色 幽閒之德,

정사도녀자요조지색 유한지덕

爲當今女子中第一,

위당금녀자중제일

이에 첩이 익히 들은 바로는 장안 사람들이 서로 다투어 칭찬하기를,

‘정사도鄭司徒의 여자 얌전하고 정숙한 고운 자색과 그윽하고도 한가한 덕이

지금의 여자 중 제일이라’ 하니

妾雖未親見 大名之下本無虛事,

첩수미친견 대명지하본무허사

郞君歸到京師 留意訪問是所望也.”

랑군귀도경사 유의방문시소망야

첩이 비록 친히 보지는 못했으나,

‘큰 이름 아래에 본래 헛인물이 없다.’ 하였으니,

낭군께서 서울에 도착하거든 유의하시어 찾아보기 바랍니다.”

問答之間紗窓微明矣.

문답지간사창미명의

兩人同起梳洗畢蟾月曰 :

양인동기소세필섬월왈

이처럼 문답하는 사이 사창紗窓이 희미하게 밝아졌다.

두 사람이 함께 일어나 머리 빗고 세수를 마치자 섬월이 말하기를,

“此處非郞君久留之地也.

차처비랑군구류지지야

况昨日諸公子 尙不無怏怏之心,

황작일제공자 상불무앙앙지심

“이곳은 낭군이 오래 머물 곳이 못됩니다.

하물며 어제 여러 공자公子들이

불만스러운 마음이 없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恐不利於相公 湏趂早登程.

공불리어상공 수진조등정

상공께 이롭지 아니할까 두려운데

마땅히 일찍 길을 떠나도록 하십시오.

前頭叨侍之日尙多,

전두도시지일상다

何必爲兒女子屑屑之悲乎?

하필위아녀자설설지비호

앞날에 모실 날이 아직 많은데,

어찌 구태여 아녀자의 사소한 슬픔을 말하겠습니까?”

生問曰 :

생문왈

“娘言誠如金石 當銘鏤於心肝矣.”

낭언성여금석 당명루어심간의

양생이 말하기를,

“낭자의 말이 금석과 같으니,

마땅히 마음속에 깊이 새기겠습니다.”하고,

遂相對揮淚 分袂而去.

수상대휘루 분몌이거

드디어 서로 눈물을 뿌리고

기약 없이 떨어져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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