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翰林曰:“鴻娘高義 雖楊家執拂之妓 不敢跂也,

한림왈 홍낭고의 수양가집불지기 불감기야

我愧無李衛公將相之才而已. 欲相好 豈有量哉?”

아괴무이위공장상지재이이 욕상호 기유량재

한림이 말하기를,

“홍낭의 높은 의기는 비록 양가의 집불기생執拂妓生이라도 감히 따르지 못하겠거늘,

내 이위공李衛公과 같은 장수나 재상이 될 만한 재질이 없음을 부끄러워할 뿐이오.

서로 좋도록 지내고자 하니, 어찌 내 꺼리는 바가 있겠소.”

鴻娘亦謝之蟾月曰:“鴻娘旣代妾身以侍相公,

홍낭역사지섬월왈 홍낭기대첩신이시상공

妾亦當代鴻娘 而謝於相公矣.”

첩역당대홍낭 이사어상공의

홍낭이 또한 그 말에 감사를 표하니 섬월이 말하기를,

“홍낭이 이미 첩의 몸을 대신하여 상공을 모셨으니,

첩 또한 마땅히 홍낭을 대신하여 상공께 사례드립니다.”

仍起拜僕僕. 是日翰林與兩人經夜,

잉기배복복 시일한림여양인경야

明朝將行謂兩人曰:

명조장행위양인왈

이어 일어나서 꾸벅꾸벅 절하였다.

이날 한림이 두 미인과 더불어 밤을 지내고,

다음 날 아침에 장차 길을 떠나려 할 때, 두 낭자에게 이르기를,

“道路多煩不得同車, 將待立家 卽相迎矣.”

도로다번부득동거 장대립가 즉상영의

“길거리의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번거로워 동거同車는 못 하나,

장차 혼례를 치른 후에 곧 서로 만나도록 하겠소.”

至京師復命於闕下,

지경사복명어궐하

時燕藩表文 及貢獻金銀綵段 亦適至矣.

시연번표문 급공헌금은채단 역적지의

한림이 서울에 이르러 궐하闕下에서 복명하는데,

연나라 변방에서 표문表文과

공물로 바치는 금은채단金銀綵段이 때 마쳐 이르렀다.

上大悅 慰其勤勞褒其勳庸,

상대열 위기근로포기훈용

將議封侯以答其功,

장의봉후이답기공

천자는 크게 기뻐하며,

그 근로勤勞를 위로하고 그 공훈을 표창하여

그 공에 대한 보답으로 장차 후侯를 봉하려 의논하시거늘,

因翰林力辭寢其議, 擢拜禮部尙書 兼帶翰林學士,

인한림력사침기의 탁배례부상서 겸대한림학사

賞賚便蕃 寵遇隆至 人皆榮之.

상뢰변번 총우륭지 인개영지

한림이 힘써 사양하므로,

그 의논을 그치고 예부상서로 발탁하여 한림학사를 겸대하게 하시며

상을 곧 많이 내리고 총우寵遇가 융숭하시니

사람들이 모두 그를 부러워하였다.

翰林還家 司徒夫妻迎見於中堂, 賀其成功於危地,

한림환가 사도부처영견어중당 하기성공어위지

喜其超秩於卿月, 歡聲動一家矣.

희기초질어경월 환성동일가의

한림이 집에 돌아오니

사도 부처가 중당에서 맞아들여 만나 보며

그 위험한 곳에서 성공함을 하례하고,

그 벼슬이 경월卿月에 훌쩍 오른 것을 기뻐하니

환성이 온 집안을 들썩하였다.

尙書歸花園與春娘,

상서귀화원여춘낭

說離抱結新歡 鄭重之情可想矣.

설리포결신환 정중지정가상의

상서가 화원으로 돌아와 춘낭과 함께

이별의 회포를 풀며 새로운 즐거움을 맺으니,

그 정중한 정은 상상할 만 하였다.

上重楊少遊文學 頻召便殿,

상중양소유문학 빈소편전

討論經史 翰林之直宿最頻.

토론경사 한림지직숙최빈

천자가 양소유의 글재주를 소중히 여겨 자주 편전으로 불러들여

경서와 사기를 토론하시니, 한림이 숙직하는 날이 매우 잦아졌다.

一日罷夜對 歸直廬 禁苑月上,

일일파야대 귀직려 금원월상

翰林不堪豪興 獨上高樓, 憑欄而坐 對月吟詩.

한림불감호흥 독상고루 빙란이좌 대월음시

하루는 저녁 토론을 마치고

곧바로 숙직하는 처소에 돌아왔는데

궐 안의 동산에 달이 떠오른즉,

한림이 호걸의 흥취를 참을 수 없어

높은 누각에 올라 난간을 의지하고 앉아서

달을 바라보며 시를 읊조렸다.

忽因風便而聞之 則洞簫一曲,

홀인풍편이문지 즉통소일곡

自雲宵葱籠之間 漸漸而來矣.

자운소총롱지간점점이래의

문득 바람결에 들으니, 퉁소 노래 한곡조가

구름낀 밤 그 자욱한 데서

점점 들려왔다.

地密聲遠 雖不能卞其調響,

지밀성원 수불능변기조향

而俗耳所不聞者, 生招院吏而門曰:

이속이소불문자 생초원리이문왈

땅에는 어둠이 짙게 깔리고 소리가 멀어서

비록 그 조향調響은 분별할 수가 없었으나,

그 소리는 일반 사람의 귀로는 들어보지 못한 것이기에,

생이 원리院吏를 불러 묻기를,

“此聲出於宮墻之外耶?

차성출어궁장지외야

或宮中之人 有能吹此曲者乎?”

혹궁중지인 유능취차곡자호

“이 소리가 궁의 담 밖에서 나는 것인가?

혹은 궁중 사람 가운데 이 곡조를 불 수 있는 자가 있는가?”

院吏曰:“不知也.”

원리왈 부지야

원리가 대답하기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仍命晋酒 連飮數觥,

잉명진주 연음수굉

仍出所藏玉簫 自吹數曲,

잉출소장옥소 자취수곡

이에 생이 술을 내오라 명하여

잇따라 여러 잔을 들이킨 후

감춰둔 옥퉁소를 꺼내어 자신이 여러 곡을 부니,

其聲直上紫霄 彩雲四起,

기성직상자소 채운사기

聽之 若鸞鳳之和鳴也.

청지 약란봉지화명야

그 소리가 곧바로 자줏빛 하늘에 올라가

채색 구름을 사방에서 일으키는데,

그 소리를 들어보면

난봉이 서로 어울리어 우는 듯하였다.

靑鶴一雙 忽自禁中飛來, 應其節奏 翩翩自舞,

청학일쌍 홀자금중비래 응기절주 편편자무

院中諸吏大奇之, 已爲王子晋在吾翰院中矣.

원중제리대기지 이위왕자진재오한원중의

청학靑鶴 한 쌍이 홀연 대궐 안으로부터 날라 와

그 절주節奏에 맞춰 가볍게 훨훨 날면서 춤추거늘,

한림원 안의 모든 관리들이 무척 신기하게 여겨

왕자 진晋이 한림원 안에 있을 것이라 여기었다.

時皇太后有二男一女,

시황태후유이남일녀

皇上及越王, 蘭陽公主也.

황상급월왕 란양공주야

이때 황태후에게는 두 아들과 외동딸이 있었으니,

이들은 황상과 월왕越王 그리고 난양공주蘭陽公主였다.

蘭陽之誕生也,

란양지탄생야

太后夢見神女奉明珠 置懷中矣,

태후몽견신녀봉명주 치회중의

난양공주가 탄생할 적에

태후의 꿈에 선녀가 구슬을 받들어

태후의 품속에 넣어주는 게 보였는데,

公主旣長 蘭資蕙質,

공주기장 란자혜질

閨範壺則 超出於銀潢玉葉之中,

규범호칙 초출어은황옥엽지중

공주가 장성하매 난초와 같은 자태와 좋은 성질,

그리고 규범, 예의 법도가 황실 안에서 유독 빼어나고,

一動一靜 一語一默 皆有法度,

일동일정 일어일묵 개유법도

頓無俗態 文章女工 亦皆逼眞,

돈무속태 문장녀공 역개핍진

한 번 움직이는 것과 멈추는 것,

한 마디 하는 말과 입을 다무는 것이

모두 법도가 있어서

도무지 속된 것이 없고,

문장이나 침선 또한 모두가 출중하여

太后以此 鐘愛甚篤.

태후이차 종애심독

이로써 태후가 깊이 사랑하고 매우 든든히 여기셨다.

時西域太眞國 進白玉洞簫,

시서역태진국 진백옥통소

其制度極妙, 而使工人吹之 聲不出矣.

기제도극묘 이사공인취지 성불출의

이때 서역 태진국西域太眞國에서 백옥 퉁소를 바쳤는데,

그 꾸밈새가 극히 묘하여서

악공을 시켜 그것을 불어 보게 하였으나, 소리가 나지 아니하였다.

公主一夜 夢遇仙女,

공주일야 몽우선녀

敎以一曲 公主盡得其妙,

교이일곡 공주진득기묘

공주가 어느 날 밤 꿈에 선녀를 만나서

한 곡조를 배워 공주가 그 신묘함을 다 익혔는데,

及覺試吹太眞玉簫, 聲韻甚淸 律呂自叶,

급각시취태진옥소 성운심청 률여자협

太后及皇上, 皆異之 而外人莫之知矣.

태후급황상 개리지 이외인막지지의

꿈을 깨어 태진국의 옥퉁소를 시험삼아 불어 보니,

성운聲韻이 매우 맑으며 음률과 악률에 저절로 맞아서

태후와 천자께서 다 기이하게 여겼는데

다른 사람은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公主每吹一曲,

공주매취일곡

群鶴自集於殿前 蹁躚對舞,

군학자집어전전 편선대무

공주가 매양 한 곡조를 불면,

학의 무리들이 저절로 전각 앞에 모여들어

빙빙 돌면서 마주 보고 춤을 추었다.

太后謂皇上曰:

태후위황상왈

태후가 황상에게 이르시기를,

“昔秦穆公女弄玉 善吹玉簫, 今蘭陽妙曲 不下於弄玉,

석진목공녀농옥 선취옥소 금란양묘곡 불하어롱옥

必有簫史者然後, 方使蘭陽嫁矣.”

필유소사자연후 방사란양가의

“옛날에 진목공秦穆公의 딸 농옥弄玉이 옥퉁소를 잘 불었다고 하는데,

이제 난양의 묘한 곡조가 농옥에게 뒤떨어지지 아니하니,

꼭 소사簫史같은 사람이 있은 뒤에야

장차 난양을 시집보내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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