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乃以膝蔽地而謝曰:

내이슬폐지이사왈

땅에 꿇어앉아 사죄하기를,

“獘藩僻陋 自外聖化習故,

폐번벽루 자외성화습고

狃常迷不知返 此承明敎大覺前非.

뉴상미부지반 차승명교대각전비

“변방이 벽루僻陋하고

황제의 덕화德化가 자연히 미치지 못하였기 때문에

외람되이 조정의 명에 거역하였음을 알지 못하였는데,

이제 명교明敎를 받아 이전의 잘못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自此當永戢狂圖 恪守臣職,

자차당영집광도 각수신직

惟皇使歸奏朝廷,

유황사귀주조정

이로부터 응당 어리석은 마음을 길이 정제하고

삼가 신자臣者의 직분을 닦겠으니,

오직 황사皇使는 돌아가 조정에 아뢰어,

使小邦因危獲安,

사소방인위획안

轉禍爲福 則是小鎭之幸也.”

전화위복 즉시소진지행야

작은 나라가 위태함으로 인하여 편안함을 얻고,

전화위복이 되도록 해 주시면,

이 소진小鎭으로서는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因設宴於辟鏤宮, 以餞翰林將行,

인설연어벽루궁 이전한림장행

以黃金百鎰名馬十匹贐之, 翰林却不受 離燕土而西歸.

이황금백일명마십필신지 한림각불수 이연토이서귀

인하여 벽루궁辟鏤宮에서 잔치를 베풀고 한림이 장차 떠나려 할 때,

황금 천 근과 명마 열필을 주거늘,

한림은 이를 물리치고 받지 않고서

연나라 땅을 떠나서 서쪽으로 돌아갔다.

行十餘日至邯鄲之地, 有美少年 乘匹馬在前路矣,

행십여일지한단지지 유미소년 승필마재전로의

仍前導僻易下立於路傍,

잉전도벽이하립어로방

길을 떠난 지 십여 일만에 한단邯鄲 땅에 이르니,

미소년이 한 필의 말을 탄 채 앞길에 있다가

뒤이어 앞에서 이끄는 벽제辟除 소리를 듣고 말에서 내려 길 가에 섰기에,

翰林望見曰:

한림망견왈

“彼書生所騎者 必駿馬也!”

피서생소기자 필준마야

한림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말하기를,

“저 서생이 탄 말이 필연 준마駿馬로다!”

漸近則其少年美如衛玠, 嬌如潘岳 翰林曰:

점근즉기소년미여위개 교여반악 한림왈

좀 더 가까이서 보니 그 소년의 아름다움은 위개衛玠와 같고

교태로움은 반악潘岳과 닮아, 한림이 말하기를,

“吾嘗周行兩京之間, 而男子之美者,

오상주행양경지간 이남자지미자

未見如彼少年者也, 其貌如此 其才可知.”

미견여피소년자야 기모여차 기재가지

“내 일찍이 두 서울의 사이를 두루 돌아다녔지만,

남자의 미모가

저 소년과 같이 잘생긴 이는 보질 못하였으니,

그 얼굴이 이와 같을진대 그 재주도 알 수 있을 만하다.”

謂從者:“汝請其少年隨後而來.”

위종자 여청기소년수후이래

종자從者에게 말하기를,

“너는 저 소년에게 청하여 뒤따라오게 하라.”

翰林午憩驛舘 少年已至矣.

한림오게역관 소년이지의

한림이 낮에 역관驛舘에서 쉬려고 하는데,

소년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翰林使人邀之 少年入謁,

한림사인요지 소년입알

翰林愛而謂曰:

한림애이위왈

한림은 사람을 시켜서 그를 불러오고 소년이 들어와 배알하니,

한림은 사랑스럽게 말하기를,

“學生於路上, 偶見潘衛之風彩,

학생어로상 우견반위지풍채

便生愛慕之心, 乃敢使人奉邀 而惟恐不我顧矣.

변생애모지심 내감사인봉요 이유공불아고의

“노상에서 그대에게 반위潘衛의 풍채 있음을 우연히 보고서

문득 사랑스럽고 그리운 마음이 일어,

감히 사람을 시켜서 받들어 맞아들이게 하였는데,

혹시 나를 돌아보지 않을까 걱정하였소이다.

今蒙不遺 幸叨合席, 此所謂傾盖若舊者也.

금몽불유 행도합석 차소위경개약구자야

願聞賢兄姓名.”

원문현형성명

이제 날 버리지 않고 다행이도 합석을 하게 되니,

이는 예부터 사귄 친구처럼 친해지는 듯하오.

현형賢兄의 성명姓名을 듣기 원하오.”

少年答曰:“小生北方之人也,

소년답왈 소생북방지인야

姓狄名白鸞 生長窮鄕, 未遇碩師良友,

성적명백란 생장궁향 미우석사량우

소년이 대답하기를,

“소생은 북방 사람으로

성은 적狄이고, 이름은 백란白鸞인데,

궁벽한 시골에서 자라나

아직껏 훌륭한 스승과 좋은 친구를 만나지 못하여

學術粗識 書釖無成, 尙有一片之心,

학술조지 서도무성 상유일편지심

欲爲知己者死.

욕위지기자사

학술이 조잡하고 얕으며

글이나 무술을 다 이루지는 못하였습니다만,

아직껏 일편지심一片之心은 있어 지기知己를 위하여 죽고자 합니다.

今相公使過河北 威德幷行,

금상공사과하북 위덕병행

雷厲風飛 陸慴水慄, 人慕榮名其有旣乎?

뢰려풍비 륙습수률 인모영명기유기호

이제 상공이 사신으로서 하북河北을 지나시는데

위덕威德이 병행하시어

우레가 치고 바람이 휘몰아치는 듯하여

땅이 떨고 물이 두려워하니,

그 영명榮名을 사모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小生不揆鄙拙 欲托門下,

소생불규비졸 욕탁문하

一效鷄鳴狗盜之賤技矣.

일효계명구도지천기의

소생이 비천하고 졸렬함도 헤아리지 아니하고

상공의 문하에 의탁하여

계명구도鷄鳴狗盜의 천한 재주를 한번 일깨워 보고자 했습니다.

相公俯察至願 有此辱速,

상공부찰지원 유차욕속

豈直爲小生之榮.”

기직위소생지영

상공이 이 지극한 바람을 굽어 살피시어

이렇듯 고맙게도 빨리 불러주시니

어찌 곧바로 소생의 영광이 되지 않겠습니까?

實有光於大人先生, 屈身待士之盛德也."

실유광어대인선생 굴신대사지성덕야

실로 대인 선생에게 영광이 있으리니

몸을 굽혀 선비를 기다리시는 훌륭한 덕德이십니다.”

翰林尤喜曰:“語云同聲相應 同氣相求,

한림우희왈 어운동성상응 동기상구

兩情相投 甚是快事!

양정상투 심시쾌사

한림이 더욱 기뻐하며 말하기를,

“바로 옛말에서 ‘동성상응同聲相應과 동기상구同氣相求’라 했듯이,

두 사람의 정이 서로 투합하였으므로

이는 매우 즐거운 일이로다!

此後與狄生幷鑣而行,

차후여적생병표이행

對床而食 過勝地則共談山水,

대상이식 과승지즉공담산수

이후로는 적생狄生과 함께 말고삐를 나란히 하여 길을 가고,

밥상을 같이하여 먹고,

경치 좋은 곳을 지나면 함께 산수에 대해서 얘기하며,

値良宵 則同賞風月,

치량소 즉동상풍월

不知鞍馬之勞 行役之苦矣.”

부지안마지로 행역지고의

밝은 밤을 만나면 함께 풍월을 읊조리면서

먼 길을 달려가는 피로와 여행의 괴로움을 잊어버리리라.”

還到洛陽過天津橋,

환도락양과천진교

乃有感舊之意曰:

내유감구지의왈

다시 낙양에 이르러 천진교를 지나게 되었는데,

옛 생각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지니, 한림은 말하기를,

“桂娘之自稱女冠, 浮遊山間者 相欲守初盟,

계낭지자칭녀관 부유산간자 상욕수초맹

以待吾行 而吾已杖節歸來,

이대오행 이오이장절귀래

“계낭이 스스로 여관女冠이라 칭하고

산수 사이로 떠돌아다니는 것은

처음에 한 굳은 약속을 지키고자 하여

내가 오길 기다림인데 나는 벼슬을 얻어 돌아왔다.

桂娘獨不在焉, 人事乖張 佳期婉晩,

계낭독부재언 인사괴장 가기완만

烏得無惻愴之心乎?

오득무측창지심호

그런데 계낭이 홀로 남아 있지 않으니,

사람의 일이 서로 어긋나고

좋은 시절이 뒤바뀌어 버린 것인즉,

어찌 가엾고 슬픈 마음이 없을 수 있겠는가?

桂娘若知吾頃日之虛過,

계낭약지오경일지허과

則必來待於此 而想其蹤迹,

즉필래대어차 이상기종적

계낭이 만일 내가 지난번에 헛되이 지나간 줄 알면

반드시 여기에 와서 기다릴 것인데,

그 종적蹤迹을 생각해 보건대

不在於道觀 則必在於尼院,

부재어도관 즉필재어니원

道路消息 何以得聞?

도로소식 하이득문

도관道觀에 있지 아니하면

반드시 이원尼院에 있을지니.

도로에서 어찌 그 소식을 듣겠느냐?

噫! 今行又不得相見,

희 금행우부득상견

則未知費了幾許日月, 有團會之期乎.”

즉미지비료기허일월 유단회지기호

슬프구나! 이번 길에 또 서로 보지 못하면

얼마나 많은 세월을 허비해야 하며,

또 만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구나.”

忽送遐矚 則一佳人, 獨立樓上高捲緗簾,

홀송하촉 즉일가인 독립루상고권상렴

斜倚綵檻 注目於車塵馬蹄之間, 卽桂蟾月也.

사의채함 주목어거진마제지간 즉계섬월야

홀연히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니 한 가인佳人이

누각위에 홀로 서서 누른 빛의 주렴을 높이 걸고

채색 비단으로 장식된 난간에 비스듬히 기대어

거마車馬가 티끌을 일으키며 오는 것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이가 바로 계섬월桂蟾月이 아니던가.

翰林思想之餘 忽見舊面,

한림사상지여 홀견구면

傾鬯之色可掬矣.

경창지색가국의

한림이 골똘히 생각하던 차에

문득 낯익은 얼굴을 보게 되니,

그 아리따운 모습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隼轡如風 瞥過樓前, 兩人相視凝情而已.

준비여풍 별과루전 양인상시응정이이

俄至客舘 蟾月先從捷徑, 而來候於舘中.

아지객관 섬월선종첩경 이래후어관중

수레를 바람같이 몰아 눈 깜짝할 사이에 누각 앞을 지날 때,

두 사람이 서로 보고 엉기는 정은 이루 말로서 다 할 수 없었다.

이윽고 한림이 객관에 이르니 섬월이 먼저 지름길로 달려와

이미 객관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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