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을 가로지르는 노래
-시인들이 좋아하는 노랫말 4위,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신 달 자 | 시인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작사:양희은, 작곡:이병우, 노래:양희은) 중에서

이 세상에 사랑만큼 유행가와 궁합이 잘 맞는 것도 드물 것이다. 더욱 사랑의 이별은 유행가의 탄생에서 오늘날까지 끈질기게 이어져 온 불변의 주제이기도 하다.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도 사랑에 대한 이별의 노래다. 가사가 시와 맞먹는, 그래서 누구나 들으면 마음이 끌리는 그런 가사이고 누구나 들으면 자신의 슬픈 사랑의 주제곡처럼 들리는 노래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래 유행가를 부르면서 마치 이것은 나 자신을 위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착각을 가지는 노래들을 불러왔다. 그것이 유행가이고, 그것이 유행가에 투사된 우리들의 삶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유행가는 아버지가 불렀던 노래를 아들이 부르고 어머니가 불렀던 노래를 딸이 부르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노래, 그것이 유행가이다. 시대가 급격한 변화를 일으켜도 어느 PC방 옆 노래방에서 <타향살이>와 <봄날은 간다〉가 들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나는 이 글을 좀더 실감나게 쓰기 위해 전축에 양희은의 CD를 가동한다. 시간은 오후 5시가 지나고 있다. 겨울해가 곧 지려고 몸을 떠는 그런 시간을 택했다. 주변은 고요하고 마음은 공허했다. 좀 지나치게 청승맞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 쓸쓸함을 쓸쓸함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나는 두어 번 그 노래에 잠수해 들어갔다. 가사가 정말 좋다. 좋다는 느낌은 누구에게나 공감이 갈 수 있는 노래이면서 마치 자신의 체험이 우러난 것이라고 느끼는 순간에 우리는 좋다라는 긍정을 자연스럽게 노출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로 이 노래는 시작된다. 벌써 이별 냄새가 난다. ‘다시’라는 말과 ‘또’라는 반복의 의미가 지난 사랑에 대한 진한 상처와 그 상처를 에워싼 그리움을 읽게 된다. 자―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설령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누구나 이별 끝에서는 이런 진부한 맹세를 하게 되는 일이다.

그러나 더 가슴을 울리는 구절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에서 가슴이 탁 막히고 만다. 그래 왜 하느님은 사랑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았을까, 사랑을 만들어 놓았다면 왜 어째서 영원하게는 못하게 인간을 미련하게 만들어 놓았을까.

미워하고 증오하고 왜 인간을 그렇게 저질로 만들어 놓았을까. 사랑은 자기보호대가 아니라 자기를 박살내는 폭풍이라고 생각하면서 입으로만 사랑이 위대하고 절대사랑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아끼고 희생을 겁내하는 사람들… 그러면서 늘 사랑에 목마른 사람들… 그것이 우리들이다.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쓸쓸한 것인가. 그럼에도 사랑이 끝나면 생도 끝장나는 절벽으로 미끄러지고 만다. 세상의 모든 빛도 사라진다. 생명과 삶의 의욕이 죽는다.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비추던 모든 것들 그 빛을 잃어버려” 이 노래가사는 이렇게 사실적이다.

아니 이 노래가사는 이렇게 가슴을 적신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그렇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그런 사랑을 했으며 그런 이별을 한 사람들이다.

그렇다. 사랑은 이별이 있으므로 존재하는지 모른다. 이별이 존재하므로 사랑은 복수의 의미로 매력을 가지는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 것일까. 유행가 가사는 이렇게 사람들의 아픈 가슴을 타고 내리며 세월을 따라온다.

가사가 참 좋다. 나도 지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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