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16

諸人見楊生語遜而年幼,

제인견양생어손이년유

여러 사람들이 양생의 말이 겸손하고 또 나이 어림을 보고

頗輕易之答曰 :

파경이지답왈

자못 가볍고 쉽게 여겨 대답하기를,

“吾輩之會 非爲結詩社也,

오배지회 비위결시사야

“우리들의 모임은

시를 짓는 모임을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고,

而楊兄所謂較文章 盍彷佛矣.

이양형소위교문장 개방불의

양형이 말하는 문장을 비교하는 것과

대개 비슷한 것입니다만,

然兄是後來之客, 雖作詩可也不作亦可也,

연형시후래지객 수작시가야부작역가야

우리와 더불어 술 마시는 게 더욱 좋을 것입니다.”

與吾輩飮酒洽好矣.”

여오배음주흡호의

형은 뒤에 온 손님이니

시를 지어도 좋고 또한 안지어도 좋으며,

仍促傳巡盃, 使滿坐諸妓迭奏衆樂.

잉촉전순배 사만좌제기질주중악

그리고는 잔 돌리기를 재촉하고,

그 자리의 여러 기생으로 하여금

여러 풍악風樂을 번갈아 연주하도록 하였다.

楊生乍揜醉眸獵視羣娼, 二十餘人各執其芸,

양생사엄취모렵시군창 이십여인각집기운

양생이 잠깐 취기어린 눈을 들어 뭇 기생을 찬찬히 보니

이십여 인이 각기 나름대로의 재예才藝를 지니고 있는데,

而惟一人超然端坐 不奏樂不接語,

이유일인초연단좌 부주악부접어

오직 한 사람만이 초연히 단정하게 앉아서 풍악을 연주하지도 않고

말을 주고받지도 않으니,

淑美之容冶艶之態 眞國色也.

숙미지용야염지태 진국색야

맑고 아름다운 얼굴과 요염한 그녀의 자태는

실로 이 나라에서 제일가는 미인인 가 싶었다.

望之如南海觀音,

망지여남해관음

그녀를 바라보면, 남해 관음 같고

婷婷獨立於繪素之中矣.

정정독립어회소지중의

아름다움이 회소繪素 가운데서 홀로 빼어났다.

生神魂搖亂, 自忘巡盃,

생신혼요란 자망순배

양생은 정신과 혼백이 산란해져서

자연히 잔 돌리는 것도 잊고,

其美人亦頗顧楊生, 暗以秋波送情.

기미인역파고양생 암이추파송정

그 미인 또한 자주 양생을 돌아보며,

가만히 은근한 눈짓으로 정을 보냈다.

生又諦視則累幅詩箋, 堆積於美人之前,

생우체시즉루폭시전 퇴적어미인지전

양생이 또 자세히 보니

곧 여러 폭의 시전詩箋이 미인 앞에 수북이 쌓였거늘,

遂向諸生而言曰 :

수향제생이언왈

마침내 여러 서생들을 향해 말하기를,

“彼詩箋必諸兄佳製, 可得一賞否?”

피시전필제형가제 가득일상부

“저 시전은 필연코 여러 형씨들의 아름다운 글일 것이니,

가히 한번 감상할 수 있겠습니까?”

諸人未及對, 美人輒起攝其華箋,

제인미급대 미인첩기섭기화전

여러 사람들의 대답이 미치지 아니하자

미인이 갑자기 몸을 일으켜 그 시전들을 거두어

置之於楊生座前.

치지어양생좌전

양생 자리 앞에 놓았다.

生一一披閱 則大都十餘丈詩而其中,

생일일피열 즉대도십여장시이기중

양생이 하나하나 들추어 확인해 보니,

대략 십여 장의 시가 그 중에

雖不無優劣, 生熟視 盖平平無驚語佳句也.

수불무우열 생숙시 개평평무경어가구야

비록 잘된 것과 부족한 것이 없지는 않으나,

양생이 자세히 보니

대체로 평평하여 경어驚語나 좋은 글귀는 없었다.

生心語曰 : “我曾聞洛陽多才子矣,

생심어왈 아증문락양다재자의

양생이 속마음으로 이르기를,

“내 일찍이 듣기로는 낙양에는 재사才士가 많다 했는데,

以此見之 則虛言也!”

이차견지 즉허언야

이것으로 볼 것 같으면 거짓이었구나!”

乃還其詩箋於美人, 對諸生拱手而言曰 :

내환기시전어미인 대제생공수이언왈

이에 시전을 미인에게 돌려주고,

여러 서생들에 대하여 두 손 맞잡고 말하기를,

“下土賤生, 未嘗見上國文章矣,

하토천생 미상견상국문장의

“투박한 땅의 천한 선비가

일찍이 상국上國의 문장을 보지 못하였는데,

今者幸玩諸兄珠玉, 快樂之心不可勝喩.”

금자행완제형주옥 쾌락지심불가승유

이제 다행히 여러 형의 주옥같은 글을 완상玩賞하니

쾌락한 마음 이를 데 없습니다.”

此時諸生已大醉矣 恰恰笑曰 :

차시제생이대취의 흡흡소왈

이때에 여러 서생들은 크게 취하였는데,

껄껄 웃으면서 말하기를,

“楊兄但知詩句之妙而已,

양형단지시구지묘이이

“양형이 다만 시구의 묘한 줄만 알 뿐이요,

不知其間有尤妙之事也.”

부지기간유우묘지사야

그 간에 더욱 묘한 일이 있는 줄은 알지 못하는군요.”

生曰 : “少弟過蒙諸兄眷愛,

생왈 소제과몽제형권애

양생이 말하기를,

“소제가 과분한 여러 형씨들의 사랑을 입어

酒盃之間 已作忘形之友,

주배지간 이작망형지우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이미 막역한 친구가 되었는데,

所謂妙事 何惜向少弟說來耶?”

소위묘사 하석향소제설래야

이른 바 묘한 일을

어찌 소제에게 말해 주지 않습니까?”

王生大笑曰 :

왕생대소왈

왕생王生이 크게 웃고 말하기를,

“說道於兄 何害之有?

설도어형 하해지유

“형에게 도道를 말하는 것이

어찌 해롭겠습니까?

吾洛陽素稱人才府庫, 是以近前科甲洛陽之人,

오락양소칭인재부고 시이근전과갑락양지인

우리 낙양은 본래 인재가 많다고 일컫는 곳,

이 때문에 전부터 과거를 보는 낙양 사람은

不爲壯元 則必爲探花.

불위장원 즉필위탐화

장원 아니면 반듯이 삼등이내로 합격을 하였습니다.

吾輩諸人 皆得文字上虛名,

오배제인 개득문자상허명

우리 모든 사람들은

다 문자의 허명虛名을 탐하고 있어,

而不能自定其優劣高下矣.

이불능자정기우열고하의

스스로 그 우열과 고하를 정할 수 없었습니다.

彼娘子姓桂名蟾月.

피낭자성계명섬월

저 낭자의 성姓은 계桂요, 이름은 섬월蟾月이라고 합니다.

非但姿色歌舞獨步於東京,

비단자색가무독보어동경

다만 자색姿色과 가무가 천하에 뛰어날 뿐만 아니라,

古今詩文無所不通,

고금시문무소불통

고금 시문에 통하지 않는 것이 없으며,

且其詩眼尤妙矣 靈如鬼神.

차기시안우묘의 령여귀신

또한 시를 보는 눈이 더욱 오묘하여

귀신과 같이 영묘합니다.

洛陽諸儒納卷 而來則一閱其文,

낙양제유납권 이래즉일열기문

낙양의 여러 선비들이 과거를 보았을 때,

그들이 지은 글을 계낭桂娘이 한 번 보고

斷其立落言如符合,

단기립락언여부합

그 합격과 낙제를 단정하면 말과 꼭 들어맞아

未嘗一失 其神鑑如此也.

미상일실 기신감여차야

일찍이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으니,

그 신통한 감별력이 이와 같았습니다.

以是吾輩各以所製之文,

이시오배각이소제지문

이러므로 우리가 각각 지은 글을

送於桂娘經其品題,

송어계낭경기품제

계낭桂娘에게 보내어 그 품제品題를 살피면

取其入眼者載之歌曲,

취기입안자재지가곡

그 중 눈에 드는 것을 골라 가곡에 실어

被之管絃以之 而定其高下.

피지관현이지 이정기고하

관현管絃으로 연주하고

그 고하를 정하였습니다.

長其聲價 如旗亭故事,

장기성가 여기정고사

그 성가聲價의 오래됨은

기정旗亭 (요리집)의 평판과 같았고,

况桂娘姓名盖應月中之桂,

황계낭성명개응월중지계

하물며 계낭桂娘의 이름은

대개 ‘달 가운데의 계수桂樹에 응하였으니’

新榜魁元之吉兆, 寔在於此矣,

신방괴원지길조 식재어차의

새로 발표되는 방문榜文에서 장원 합격되는 길조는

실로 여기에 있는 것이니,

楊生試聞之 此非妙事乎?”.

양생시문지 차비묘사호

양생이 이를 들어 보면

이것이 묘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有杜生者曰 :

유두생자왈

두생杜生이 있다가 말하기를,

“此外有別妙而又妙者,

차외유별묘이우묘자

“이 밖에 따로 묘하고 또 묘한 것이 있으니,

諸詩之中桂卿, 擇其一首而歌之

제시지중계경 택기일수이가지

여러 편의 시 중에서 계경桂卿이

그 중 한 수를 택하여 노래하면

則作其詩者, 今夜當與桂卿, 好結芳緣

즉작기시자 금야당여계경 호결방연

그 시를 지은 이는

오늘 밤 마땅히 계경과 좋은 꽃다운 인연을 맺고,

而吾輩皆作賀客而已,

이오배개작하객이이

우리 모두는 하객이 될 것이니,

斯豈非妙而又妙者乎?

사기비묘이우묘자호

이 어찌 묘하고 또 묘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楊兄亦男子也, 苟有一段豪興亦賦一詩,

양형역남자야 구유일단호흥역부일시

양형도 역시 남자인데,

만일 일단의 호방한 흥취가 있다면 역시 시 한편을 지어

與吾輩爭衡似好也?”

여오배쟁형사호야

우리 무리와 더불어 우열을 다투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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