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13
楊生雖聞父親安寧之報, 道人落落無顧念之意,
양생수문부친안녕지보 도인락락무고념지의
會合之望已絶矣, 心緖悽愴泪流被面,
회합지망이절의 심서처창루류피면
양생이 비록 부친의 무사함을 들었으나,
도인이 주선할 뜻이 없어 부친을 뵙고자 하는 바람이 좌절되자
심기가 무척 처량하여 눈물로 낯을 적시니,
道人慰之曰 :
도인위지왈
도인이 그를 위로하여 말하기를,
“合而離 離而合 亦理之常也,
합이리 리이합 역리지상야
何以爲無益之悲也?”
하이위무익지비야
“만나고 헤어짐과 헤어지고 만남은
역시 떳떳한 이치인데,
어찌하여 무익한 슬픔을 지닐까?”
楊生拭淚而謝當隅而坐, 道人指壁上弦琴而問曰 :
양생식루이사당우이좌 도인지벽상현금이문왈
양생이 눈물을 거두고 도인께 사례하며 모퉁이에 앉으니,
도인이 벽 위의 거문고를 가리키며 묻기를,
“君能解此乎?”
군능해차호
“자네는 이것을 탈 줄 아는가?”
生對曰 : “雖有素癖而未遇賢師,
생대왈 수유소벽이미우현사
不得其妙處矣.”
부득기묘처의
양생이 대답하기를,
“비록 원래 좋아합니다만, 어진 스승을 만나지 못하여
그 묘처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道人使童子授琴於生使彈之, 生遂置之膝上,
도인사동자수금어생사탄지 생수치지슬상
奏風入松一曲, 道人笑曰 :
주풍입송일곡 도인소왈
도인이 동자를 시켜 양생에게 거문고를 주고 그것을 타게 하거늘,
양생이 드디어 그것을 무릎 위에 놓고
풍입송風入松 한 곡조를 타니,
도인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用手之法活動可敎也.”
용수지법활동가교야
“손쓰는 법이 생동감 있고 가벼워서 가르칠 만하겠다.”
乃自移其琴, 以千古不傳之四曲, 次第敎之,
내자이기금 이천고부전지사곡 차례교지
淸而幽雅而亮, 實人間之所未聞者.
청이유아이량 실인간지소미문자
이에 스스로 거문고를 옮겨
천고千古에 전하지 못하던 네 곡조를 차례로 가르치니,
그 소리가 맑고 그윽하여 우아하고 밝아
실로 인간 세상에서 듣지 못하던 바였다.
生本來精通音律, 且多神悟,
생본래정통음률 차다신오
一學能盡傳其妙.
일학능진전기묘
양생은 음률音律에 정통하고
또한 신비할 정도로 깨우침이 많아서
한 번 배우면 그 오묘함을 다 이어 받을 수 있었다.
道人大喜又出白玉洞簫, 自吹一曲 以敎生仍謂之曰 :
도인대희우출백옥동소 자취일곡 이교생잉위지왈
도인은 크게 기뻐하며 또 백옥白玉 퉁소를 내어
몸소 한 곡조를 불러 양생에게 가르치고, 이에 일컬어 말하기를,
“知音相遇古人所難, 今以此一琴一簫贈君,
지음상우고인소난 금이차일금일소증군
日後必有用處 君其識之.”
일후필유용처 군기식지
“지음知音을 서로 만나기는 옛사람의 어려워하던 바인데,
이제 거문고 하나와 퉁소 하나를 자네에게 준다.
후일에 반드시 쓸 곳이 있을 것이니 자네는 이 말을 기억해 두게나.”
生受而拜謝曰 :
생수이배사왈
양생이 받고 절하면서 사례하며 말하기를,
“小生之得拜先生, 必是家親之指導.
소생지득배선생 필시가친지지도
先生卽家親故人, 小生敬事先生 何異於家親乎?
선생즉가친고인 소생경사선생 하이어가친호
“소생이 선생을 만나 뵙게 된 것은
반드시 부친께서 지도하신 것입니다.
선생은 곧 부친의 친구이시니
소생이 선생을 공경하여 섬기는 것이
어찌 부친께 이상하겠습니까?
侍先生杖屨, 以備弟子列小子願也.”
시선생장구 이비제자열소자원야
선생의 지팡이와 짚신을 모셔
제자의 열列을 갖추고자 함이 소생이 바라는 것입니다.”
道人笑曰 :
도인소왈
도인이 웃으며 말하기를,
“人間富貴自來偪君, 君將不可免也,
인간부귀자래핍군 군장불가면야
何能從遊老夫棲在岩穴乎?
하능종유노부서재암혈호
“인간의 부귀가 스스로 와서 자네에게 닥치는 것을
자네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니,
어찌 노부老夫를 좇아 바위 굴에서 살 수 있겠는가?
况君畢竟所歸之處, 與我各異非我之徒也.
황군필경소귀지처 여아각리비아지도야
但不忍負殷勤之意.
단불인부은근지의
하물며 자네는 필경 돌아갈 곳이
나와 각각 다르니 나의 제자될 사람이 아니다.
다만 은근殷勤한 뜻을 저버리지 못하리라.
贈此彭祖方書一卷, 老夫之情此可領也,
증차팽조방서일권 노부지정차가령야
習此則雖不能久視延年, 亦足以消病却老也.”
습차즉수불능구시연년 역족이소병각노야
이 팽조 방서彭祖方書 한권을 주겠으니,
노부의 정으로 알고 이것을 기꺼이 받아,
이를 익히면 곧 수명을 연장하여 오래 살지는 못할지라도
또한 병이 없고 늙음을 물리칠 것이다.”
生復起拜而受之仍問曰 :
생부기배이수지잉문왈
양생이 다시 일어나 절하여 그것을 받고 인하여 묻기를,
“先生以小子, 期之以人間富貴,
선생이소자 기지이인간부귀
敢問前程之事矣.
감문전정지사의
“선생께서 소자에게 인간부귀를 기약하시니
감히 앞길의 일을 묻겠습니다.
小子於華陰縣與秦家女子 方議婚,
소자어화음현여진가여자 방의혼
爲亂兵所逐奔竄至此, 未知此婚可得成乎?”
위란병소축분찬지차 미지차혼가득성호
소자는 화음현華陰縣 진가秦家 여자와 더불어
바야흐로 혼인을 의논하다가
난병亂兵에 쫓기어 이곳에 도망 와 숨어 있는데,
이 혼인이 이루어지겠습니까?”
道人大笑曰 :
도인대소왈
도인이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婚姻之事昏黑似夜, 天機不可輕泄.
혼인지사혼흑사야 천기불가경설
“혼인에의 길은 어둡기 밤 같으니
천기天機를 가볍게 누설할 수 없다.
然君之佳緣在於累處, 秦女不必偏自綣戀也.”
연군지가연재어루처 진녀불필편자권연야
그러나 자네의 아름다운 인연은 여러 곳에 있으니,
스스로 진녀秦女만을 일편되이 생각하여 그리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生跪而受命, 陪道人同宿於客堂,
생궤이수명 배도인동숙어객당
天未明 道人喚覺楊生 而謂之曰 :
천미명 도인환각양생 이위지왈
양생이 무릎 꿇고 명을 받아
도인을 모시고서 객실에서 함께 잤는데,
날이 채 밝기 전에 도인이 양생을 부르면서 깨우길,
“道路旣通科期退定於明春, 想大夫人方切倚閭之望,
도로기통과기퇴정어명춘 상대부인방절의려지망
須早歸故鄕毋貽北堂之憂.”
수조귀고향무이북당지우
“도로가 이미 통하고, 과거 시기가 내년 봄으로 물렸으니,
대부인이 동네 문을 의지하여 간절히 애타게 기다리심을 생각하여
고향으로 빨리 돌아가 모친께 근심을 끼치지 마라.”
仍計給路費 生百拜床下, 稱謝厚眷 收拾琴書,
잉계급로비 생백배상하 칭사후권 수습금서
行出洞門 不勝依黯 矯首回顧.
행출동문 불승의암 교수회고
이에 노비를 장만해 주거늘, 양생이 상 아래에서 백배하여
후히 돌봐줌을 사례하고 거문고와 퉁소와 책을 수습하여
동네 입구 문을 나설 때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머리를 높이 들어 돌아다보았다.
茅茨及道人已無去處, 惟曙色蒼凉,
모자급도인이무거처 유서색창량
彩靄葱籠而已.
채애총롱이이
띠집과 도인은 이미 간 곳이 없고,
오직 산천에는 서광이 어슴프레하고
맑은 채색 놀이 영롱할 뿐이었다.
生入山之初楊花未落, 一夜之間菊花滿發矣,
생입산지초양화미락 일야지간국화만발의
生大以爲怪, 問之於人 已秋八月矣.
생대이위괴 문지어인 이추팔월의
양생이 처음 산에 들어올 때에는 버들 꽃이 지지 않았는데,
하룻밤 사이에 국화가 만발하였기에
양생이 무척 괴이히 여겨 사람들에게 물으니,
이미 가을 팔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