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12

乳娘去卽還來曰 :

유낭거즉환래왈

유모 할멈이 갔다가 곧 돌아와 말하기를,

“小姐奉賢郞和詩十分感激, 且備傳郞君之意則小姐曰 :

소저봉현랑화시십분감격 차비전랑군지의즉소저왈

“아가씨께서는 현랑賢郞의 화답시를 받고 십분 감격하시며

또한 낭군의 뜻을 다 전하니 말씀하시기를,

‘男女未及行禮, 私與相見 極知其非禮,

남녀미급행례 사여상견 극지기비례

然方欲托身於其人 而何可有違於其言乎?

연방욕탁신어기인 이하가유위어기언호

‘남녀가 아직 예식을 행하지 않고

사사로이 만남은 예가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이내 몸을 그 사람에게 맡기려 하는데,

어찌 그 말을 어길 수가 있겠습니까?

且中夜相會人言可畏, 異日父親若知之則必有厚責,

차중야상회인언가외 이일부친약지지즉필유후책

欲待明日相會於中堂, 相與約定云’.”

욕대명일상회어중당 상여약정운

또 한밤중에 서로 만나면 남의 말이 두려울뿐더러

어느 날엔가 부친이 만일 그 일을 아시면 필연 엄히 꾸짖을 터이니,

밝은 날을 기다려 대청에서 만나 서로 언약을 정하자'고 하십니다.”

楊生嗟歎曰 : “小姐明敏之見, 正大之言非小生所及也.”

양생차탄왈 소저명민지견 정대지언비소생소급야

양생이 한숨지어 탄식하며 말하기를,

“아가씨의 명민하신 소견과 바르고 큰 뜻은 소생이 미칠 수가 없습니다.”

對乳娘再三勤囑毋令失期, 乳娘唯唯而去.

대유낭재삼근촉무령실기 유낭유유이거

유모 할멈에게 재삼 간절히 부탁하며 ‘시기를 어기지 마십시오’ 하니

유모 할멈은 고개를 끄덕이며 갔다.

是夜生留宿於店中, 轉展不寐坐待晨鷄,

시야생유숙어점중 전전불매좌대신계

苦恨春宵之長也, 俄而斗杓初轉村鷄催鳴.

고한춘소지장야 아이두표초전촌계최명

이날 밤 양생이 주막에 머물러 묵으려 하는데

엎치락뒤치락 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앉아서 새벽 닭 울기만 기다리니,

봄밤이 괴로움의 긺을 한하거늘,

이윽고 북두칠성이 처음으로 자리를 옮기자 시골 닭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方欲呼童而秣馬矣, 忽聞千萬人喧闐之聲,

방욕호동이말마의 홀문천만인훤전지성

潮湧湯沸自西方而來矣.

조용탕불자서방이래의

막 동자를 불러 당나귀에게 먹이를 주려 하였더니,

갑자기 천만인이 떠들썩하는 소리가

물 끓듯이 용솟음치며 서쪽으로부터 들려오는 것이 아니던가.

楊生大驚攝衣而出, 立街而見之 則執兵之亂卒,

양생대경섭의이출 립가이견지 즉집병지란졸

避亂之衆人, 籠山絡野紛騈雜遝, 軍聲動地哭響于霄.

피란지중인 롱산락야분병잡답 군성동지곡향우소

양생이 크게 놀라 옷매무시를 바르게 하고 밖으로 나가

거리에 서서 그것을 본즉,

병기를 잡은 군사들과 피란하는 사람들이

산과 들을 온통 휩쓸어 에워싸며 북적거려 어지러이 흩어져 돌아오니,

군사들의 소리가 땅을 진동하고 곡성이 하늘에 까지 울려 퍼졌다.

問之於人曰 :

문지어인왈

옆 사람에게 이 일을 물으니 말하기를,

‘神策將軍仇士良自稱皇帝發兵而反,

신책장군구사량자칭황제발병이반

天子出巡楊州, 關中大亂賊兵四散劫掠人家’

천자출순양주 관중대란적병사산겁략인가

‘신책장군神策將軍 구사량仇士良이

스스로 황제라 일컫고 군사를 일으켜 반기를 드니,

천자는 양주楊州로 순행하시는데,

관중關中이 크게 어지러워 적병賊兵이 사방으로 흩어져 인가를 약탈한다’ 하고,

且傳言 ‘閉函關不通往來之人, 毋論良賤 皆作軍丁矣’

차전언 폐함관불통왕래지인 무론량천 개작군정의

또 전하여 들은즉,

‘함곡관函谷關을 닫고 오가는 사람들을 통하지 못하게 하며

양민과 천민을 막론하고 모두 장정壯丁으로 삼는다’ 하기에,

生慌忙驚懼, 遂率書童鞭驢促行,

생황망경구 수솔서동편려촉행

望藍田山而去, 欲竄伏於巖穴之間矣.

망람전산이거 욕찬복어암혈지간의

양생은 어리둥절 두려워하며

마침내 서동을 데리고 당나귀에 채찍질하며 갈 길을 재촉하여

남전산을 바라보고 가서 깊은 골짜기 틈으로 도망해 숨으려 하였다.

仰見絶頂之上, 有數間草屋,

앙견절정지상 유수간초옥

雲影掩翳 鶴聲淸亮,

운영엄예 학성청량

절정絶頂위를 우러러보니

몇 칸 안 되는 작은 초가草家가

구름의 그림자에 가려 있고, 학 소리가 맑고 시원하니

楊生知有人家, 從岩間石逕而上,

양생지유인가 종암간석경이상

有道人凭几而臥, 見生至起坐問曰 :

유도인빙궤이와 견생지기좌문왈

양생이 인가가 있음을 알고

바위 틈의 좁은 돌길을 따라 올라가니,

한 도인道人이 책상에 기댄 채 누워 있다가

양생이 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 앉으며 묻기를,

“君是避亂之人, 必淮南楊處士令郞也.”

군시피란지인 필회남양처사령랑야

“자네는 난亂을 피해가는 사람으로

필연 회남淮南 땅 양처사의 아들이겠다.”

楊生趨進再拜, 含淚而對曰 :

양생추진재배 함루이대왈

“小生果是楊處士子也.

소생과시양처사자야

양생이 나아가 재배하며 눈물을 머금은 채 대답하여 말하기를,

“소생은 과연 양처사의 아들입니다.

自別嚴父 只依慈母 氣質甚魯, 才學俱蔑 而忘生徼倖之計,

자별엄부 지의자모 기질심노 재학구멸 이망생요행지계

冒充觀國之客, 行到華陰猝値變亂.

모충관국지객 행도화음졸치변란

부친과 헤어지고부터 다만 모친께 의지해 오던 중,

기질이 심히 노둔하고 재주와 학식의 갖춤이 변변치 않으나,

망령되이 요행의 생각으로 과거를 보러 가다가

화음華陰 땅에 이르러 갑자기 변란變亂을 당하였습니다.

不圖今日獲拜大人, 此必上帝俯鑑微誠故,

부도금일획배대인 차필상제부감미성고

令叨倍大仙之几杖, 得聞嚴父之消息,

령도배대선지궤장 득문엄부지소식

이는 필연 하느님께서 굽어 살피시어 적은 정성으로 일부러

외람되이 대선大仙의 제자가 되어 따르도록 하시고,

부친의 소식을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오니,

伏乞仙君毋惜一言, 以慰人子之至情.

복걸선군무석일언 이위인자지지정

家嚴今在何山 而體履亦何如?"

가엄금재하산 이체리역하여

엎드려 빌건대, 선군仙君께서는 한 말씀 아끼지 마시고

남의 아들된 이의 지극한 인정을 위로해 주십시오.

부친은 지금 어느 산에 계시며 또한 기체 어떠하십니까?"

道人笑曰 : “尊君與我着朞於紫閣峯上,

도인소왈 존군여아착기어자각봉상

別去屬耳 未知其向何處而童顔,

별거속이 미지기향하처이동안

도인이 웃으며 말하기를,

“자네 부친이 나와 더불어 자각봉紫閣峯 위에서 바둑을 두고

헤어지면서 보고 들었으되

그가 어디로 향해 갔는지를 알 수 없고, 안색도 변함이 없으며,

不改綠髮長春, 惟君毋用傷懷."

불개록발장춘 유군무용상회

검은 머리도 희어지지 않았으니

오직 자네는 애통해 하지 마라.”

楊生泣訴曰 : “或因先生可得一拜於家嚴乎?”

양생읍소왈 혹인선생가득일배어가엄호

양생이 울면서 간절히 호소하며 말하기를,

“혹시 선생을 인연하여 아버님을 한 번 뵐 수 있겠습니까?”

道人又笑曰 :

도인우소왈

도인이 또 대답하여 말하기를,

“父子之情雖深, 仙凡之分逈殊,

부자지정수심 선범지분형수

雖欲爲君圖之, 末由也

수욕위군도지 말유야

“부자의 정이 비록 깊으나

선계仙界와 속세의 사이가 멀고 특수하니,

비록 자네를 위해 주선하려 해도 할 수 없을뿐더러

而况三山渺邈, 十洲空濶 尊公去就何以得之?

이황삼산묘막 십주공활 존공거취하이득지

또한 삼신산三神山이 아득히 멀고 십주十洲가 넓은지라,

자네 부친의 거취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君旣到此姑且留宿, 徐待道路之通,

군기도차고차류숙 서대도로지통

歸去亦未晩也.”

귀거역미만야

자네가 이미 여기에 이르렀으니 잠시 동안 머물러 묵으면서

길이 트이기를 천천히 기다리다

돌아간다 해도 또한 늦지 아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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