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10

其中適有玉人午睡方濃, 忽然警覺推枕起坐,

기중적유옥인오수방농 홀연경각추침기좌


그 가운데 마침 미인美人이 있어 막 낮잠에 취했다가

깜작 놀라 깨어나 베개를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拓開繡戶徒倚雕欄, 流眄四顧尋聲,

척개수호도의조란 류면사고심성

忽與楊生兩盰相値.

홀여양생양간상치


수놓은 창을 밀어젖히고는,

아로새긴 난간에 의지하여 눈을 흘기며 사방을 돌아보고 소리 나는 곳을 찾다가,

문득 양생楊生과 서로 두 눈이 마주쳤다.


鬖髿雲髮亂毛雙鬂, 玉釵欹斜眼波朦朧,

삼사운발란모쌍빈 옥차의사안파몽롱

芳魂若痴弱質無力, 睡痕猶在於眉端,

방혼약치약질무력 수흔유재어미단


불가이언어형용 단청묘화야

치렁치렁 풀어 헤쳐진 구름 같은 머리털이 양족 귀밑에 드리웠고,

옥비녀는 아름답게 비스듬히 걸려 있으며, 눈빛은 몽롱하여

꽃다운 정신은 짐짓 넋 잃은 듯하고, 약한 기질은 힘이 없어

졸음 흔적이 아직도 눈썹 끝에 맺혔으며,


鉛紅半消於臉上矣, 天然之色嫣然之態,

연홍반소어검상의 천연지색언연지태

不可以言語形容, 丹靑猫畵也.


뺨 위의 연지는 반이나 지워져 있어

본래의 자색과 예쁜 몸가짐은

말로 형용할 수없는 단청丹靑의 그림이 아니런가.


兩人脉脉相看未措一辭.

양인맥맥상간미조일사


두 사람은 서로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고, 한 마디 말도 건네지 못하였다.


楊生先送書童於村前客店使備夕炊,

양생선소서동어촌전객점사비석취

至是還報曰 : “夕飯已具矣.”

지시환보왈 석반이구의


양생은 서동書童을 먼저 마을 앞 주막으로 보내어 저녁밥을 준비케 하였다.

곧 서동이 돌아와서 알려 말하기를,

“저녁 식사가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美人凝情熟視閉戶而入, 惟有陳陳暗香泛風而來而已.

미인응정숙시폐호이입 유유진진암향범풍이래이이

미인이 정다운 눈길로 그윽히 바라보다가 문을 닫고 들어가니,

오직 은은히 풍기는 그윽한 향기만 바람에 날려 와 떠돌 뿐이었다.


楊生雖大恨書童, 一垂珠箔如隔弱水,

양생수대한서동 일수주박여격약수

遂與書童回來一步一顧,


수여서동회래일보일고

양생은 비록 서동을 크게 원망하였지만

그 미인이 한 번 구슬 주렴을 드리우니 약수弱水와 같이 격한 듯하여,

마침내 서동과 함께 돌아오면서 내딛는 걸음마다 한 번씩 뒤돌아보았으나,


紗窓已緊閉而不開矣. 來坐客店悵然消魂.

사창이긴폐이불개의 래좌객점창연소혼


사창紗窓은 이미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주막에 돌아와 앉으니 못내 섭섭하여 넋이 빠졌다.


原來此女子姓秦氏, 名彩鳳卽秦御史女子也.

원래차여자성진씨 명채봉즉진어사여자야

早喪慈母且無兄弟, 年纔及笄未適於人.

조상자모차무형제 년재급계미적어인


원래 이 여자의 성은 진씨秦氏이고,

이름은 채봉彩鳳으로 진어사秦御史의 딸인데,

모친을 어려서 여의고 형제가 또한 없으며,

나이 겨우 비녀 꽂을 때에 이르렀는데, 아직 시집은 가지 아니하였다.


時御史上京師, 小姐獨在家,

시어사상경사 소저독재가

夢寐之外忽逢楊生, 見其貌而悅其風彩,

몽매지외홀봉양생 견기모이열기풍채


이때 어사는 서울에 올라가고, 소저小姐 홀로 집에 있었는데

천만 뜻밖에 문득 양생楊生을 만나게 되어

그 용모를 보고 풍채에 기뻐하며,

聞其詩而慕其才華, 乃思惟曰 :

문기시이모기재화 내사유왈


그의 시도 듣게 된 것이다. 그의 뛰어난 재능을 사모하며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女子從人終身大事, 一生榮辱百年苦樂,

여자종인종신대사 일생영욕백년고락

皆係於丈夫故,

개계어장부고


“여자가 장부丈夫를 좇음은 평생의 큰일인데,

일생의 영욕榮辱과 백년 고락 모두 장부에게 달렸으니,


卓文君以寡婦而從相如, 今我卽處子之身也,

탁문군이과부이종상여 금아즉처자지신야


탁문군卓文君 (중국 한漢의 여류 문학가)은 과부라도 오히려

상여相如 (한漢의 문학가. 사마상여司馬相如)를 좇았으나,

이제 나는 처녀의 몸이니,


雖有自媒之嫌 臣亦擇君古不云乎?

수유자매지혐신역택군고불운호


비록 스스로 중매仲媒하는 혐의는 있을지라도

‘신하臣下도 또한 임금을 가린다.’라는 옛말이 있지 아니한가?


今若不問其姓名, 不知其居住,

금약불문기성명 부지기거주

他日雖禀告於父親 而欲送媒妁, 何處可尋?”

타일수품고어부친 이욕송매작 하처가심

이제 만일 그의 성명을 묻지 않고 그가 사는 곳을 알지 못한다면

후일에 아버님께 품禀하여 알리고 중매를 보내려 한다 해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하고,


於是展一幅之箋, 寫數句之詩封授於乳媼曰 :

어시전일폭지전 사수구지시봉수어유온왈


이에 한 폭의 전지箋紙 (편지를 쓰는 종이)를 펴서

두어 줄 시구를 지어 봉하여 유모 할멈에게 주며 이르기를,


“持此封書往彼客店, 尋得俄者身騎小驢,

지차봉서왕피객점 심득아자신기소려

到此樓下詠楊柳詞之相公而傳之,

도차루하영양류사지상공이전지


“이 봉서封書를 지니고 저 주막에 가서,

아까 작은 나귀를 타고 와

이 누각 아래에서 양류사楊柳詞를 읊던 상공相公을 찾아 그것을 전하고,


俾知我欲結芳緣, 永托一身之意也,

비지아욕결방연 영탁일신지의야

此吾莫重之事慎勿虛徐.

차오막중지사신물허서


내가 꽃다운 인연을 맺어

영구히 한 몸을 의탁하려는 뜻을 알리게 하는데,

이는 나에게는 막중한 일이니, 삼가 허술함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此相公其容顔如玉, 眉字如畵雖在於衆人之中,

차상공기용안여옥 미자여화수재어중인지중

昻昻如鳳凰之出鷄群, 媼必親見傳此情書.”

앙앙여봉황지출계군 온필친견전차정서


이 상공은 용모가 옥같고

눈썹은 그린 듯하여 비록 만인 중에 섞여 있다 할지라도

닭 무리 중에서 특출한 봉황과 같으니,

유모 할멈은 몸소 만나보고 이 정情어린 글월을 전하세요.”


乳媼曰 :

유온왈


유모 할멈이 말하기를,


“謹當如敎而異時, 老爺若有問則將何以對之乎?”

근당여교이이시 노야약유문즉장하이대지호


“삼가 가르침대로 하겠지만 다른 날,

어르신네께서 만약 물으시면 장차 어찌 대답하리이까?”


小姐曰 : “此則我自當之汝勿慮焉.”

소저왈 차즉아자당지여물려언


소저가 말하기를,

“이는 내 스스로 그 일을 감당할 것이니, 할멈은 염려마세요.”


乳媼出門而去, 旋又還問曰 :

유온출문이거 선우환문왈


유모가 문을 나가다가 도로 돌아와 물었다.


“相公或已娶室或旣定婚, 則何以爲之耶?”

상공혹이취실혹기정혼 즉하이위지야


“상공께서 혹시 이미 장가를 들어 아내를 맞이하였거나,

혹은 이미 정혼定婚을 하였으면 어찌 하오리까?”


小姐移時沈吟乃言曰 :

소저이시침음내언왈


소저 잠시 깊이 생각하였다가 말하기를,


“不幸已娶則 我固不嫌爲副而我觀此人,

불행이취즉 아고불혐위부이아관차인

年是靑陽恐未及有室家矣.”

연시청양공미급유실가의


“불행하게도 이미 아내를 얻었으면

내 굳이 첩이 되기를 꺼리지 아니하겠는데,

내가 이 사람을 보니 나이가 젊게 보여 아직 아내가 없는 것 같네요.”

乳娘往于客店, 訪問吟詠楊柳詞之客,

유낭왕우객점 방문음영양류사지객


유모가 주막에 가서 양류사楊柳詞를 읇조리던 손님을 찾아 물으니,


此時楊生出立於店門之外, 見老婆來訪忙迎而問曰 :

차시양생출립어점문지외 견노파래방망영이문왈


이때 양생이 주막 문 밖에 나섰다가

노파老婆가 와서 찾는 것을 보고 바삐 맞으며 묻기를,


“楊柳詞者則小生也, 老娘之問有何意耶?”

양류사자즉소생야 노낭지문유하의야


“양류사를 지은 이는 소생인데 할멈이 찾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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