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11
乳娘見楊生之美不復致疑但云 :
유낭견양생지미불부치의단운
“此非討話之地.”
차비토화지지
유모는 양생의 잘생긴 모습을 보고 다시 의심치 않고 다만 이르기를,
“이곳은 얘기할 곳이 아닙니다.”
楊生引乳娘坐於客榻,
양생인유낭좌어객탑
問其來尋之意乳娘問曰 :
문기래심지의유낭문왈
양생이 유모를 인도하여 객탑客榻 (손님 접대하는 평상)에 앉히고,
그가 찾아 온 뜻을 물으니, 유모가 묻기를,
“郎君楊柳詞詠於何處乎?”
낭군양류사영어하처호
“낭군께서 양류사를 어디에서 읊으셨습니까?”
答曰: “生以遠方之人初入帝圻, 愛其佳麗歷覽選勝,
답왈 생이원방지인초입제기 애기가려여람선승
양생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소생은 먼 땅 사람이라, 처음으로 제기帝圻 (황제가 다스리는 지명, 곧 서울)에 들어와
그 아름답고 고움을 사랑하여 경치가 좋은 곳을 골라 여러 곳을 두루 다니면서 구경하다가,
今日之午適過一處, 卽路之北小樓之下,
금일지오적과일처 즉로지북소루지하
綠楊成林春色可玩, 感興之餘賦得一詩而詠之矣,
녹양성림춘색가완 감흥지여부득일시이영지의
오늘 오후에 마침 한 곳을 지나는데
곧 큰길 북녘, 작은 누각 아래에
푸르게 우거진 버들이 수풀을 이루고 있어, 봄빛이 구경할 만하여
흥겨운 나머지 시詩 한 편을 우연히 지어 그것을 읊었는데
老娘何以問之?”
노낭하이문지
할멈의 물음은 어찌한 뜻입니까?”
媼曰 : “郎君其時與何人相面乎?”
온왈 낭군기시여하인상면호
할멈이 또 묻기를,
“낭군께서는 그때 누구와 서로 대면하셨습니까?”
楊生曰 : “小生幸値天仙降臨樓上之時,
양생왈 소생행치천선강림루상지시
艶色尙在於眼, 異香猶灑於衣矣.”
염색상재어안 이향유쇄어의의
양생이 대답하기를,
“소생은 다행히 하늘의 신선이 누상에 강림降臨한 때 만났는데,
고운 빛이 아직도 눈에 어리고
기이한 향내가 아직도 조금 옷에 풍기고 있습니다.”
媼曰 : “老身當以實告之, 其家盖吾主人秦御史宅也,
온왈 노신당이실고지 기가개오주인진어사택야
其女卽吾家小姐也.
기녀즉오가소저야
할멈이 말하기를,
“늙은 이 몸이 마땅히 사실 그대로 전하지요.
그 집은 우리 주인 진어사秦御史댁이요, 그 여자는 곧 우리 집 소저입니다.
小姐自幼時心明性慧, 大有知人之鑑,
소저자유시심명성혜 대유지인지감
一見相公, 便欲托身 而御史方在京華,
일견상공 변욕탁신 이어사방재경화
소저께서는 어려서부터 마음이 밝고 성품이 총명해서
크게 사람을 알아보는 높은 식견이 있었는데,
상공을 한 번 보고 문득 몸을 의탁코자 하였으나,
어사께서 마침 서울에 계시니
往復稟定之間, 相公必轉向他處,
왕복품정지간 상공필전향타처
大海浮萍秋風落葉, 將何以訪其蹤跡乎?
대해부평추풍락엽 장하이방기종적호
왕복하여 품정稟定한 사이에
상공께서는 반드시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실 터이니,
큰 바다에 뜬 부평초 같고 가을 바람에 떨어진 나뭇잎 신세와 같은지라,
장차 어찌 그 종적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絲蘿雖切願托之心, 爐金實有自躍之恥,
사라수절원탁지심 로금실유자약지치
而三生之緣重, 一時之嫌小也,
이삼생지연중 일시지혐소야
푸른 담쟁이가 비록 간절히 의탁하고자 하는 마음과
실로 노금爐金에 스스로 일어나는 부끄러운 마음이 있으나,
삼생三生의 연분은 중하고 한때의 내키지 않음은 적은 것이므로,
是以舍經從權包羞冒慚, 使老妾問郞君姓氏及鄕貫,
시이사경종권포수모참 사노첩문랑군성씨급향관
仍探婚娶與否矣.”
잉탐혼취여부의
이에 도리를 버리고 권도權道를 따라 수치스러움을 간직하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노첩老妾으로 하여금 낭군의 성씨와 본관을 알아보고
또 혼취婚娶 여부까지 알아 오라 하셨습니다.”
生聞之喜色溢面謝曰 :
생문지희색일면사왈
“小生楊少游, 家本在楚 年幼未娶矣.
소생양소유 가본재초 년유미취의
양생이 이 말을 듣고 기쁜 빛을 낯에 가득히 머금은 채 사례하며 말하기를,
“소생은 양소유로 집은 본래 초나라에 있고,
나이가 어려 아직 장가 들지 아니하였습니다.
惟老母在堂 花燭之禮當告兩家父母而後行之,
유노모재당 화촉지례당고양가부모이후행지
結親之約今以一言而定之矣. 華山長靑 渭水不絶.”
결친지약금이일언이정지의 화산장청 위수부절
오직 노모老母께서 집에 계시니
화촉花燭의 예禮는 마땅히 양가 부모께 아뢴 후에 행해야 하겠지만,
혼인 언약은 이제 한 말로 정하는 것입니다.
화산華山은 길이 푸르고 위수渭水는 끊어지지 아니할 것입니다.”
乳娘亦大喜, 自袖中出一封書以贈生,
유낭역대희 자수중출일봉서이증생
生折見卽楊柳飼一絶也. 其詩曰 :
생절견즉양류사일절야 기시왈
유모 할멈 또한 크게 기뻐하며
소매 속에서 하나의 봉한 편지를 꺼내 양생에게 건네주는데,
양생이 떼어 열어 보니 곧 양류사楊柳飼 한 수였다.
그 시에 적히기를,
樓頭種楊柳 루두종양류
擬繫郞馬住 의계랑마주
如何折作鞭 여하절작편
催向章臺路 최향장대로
누각 옆에 심어 놓은 버드나무에
낭군은 말을 매어 머무는 듯하더니
어찌하여 꺾어 채찍을 만들어
장대 (서울) 가는 길 달려가기를 재촉하는가
生艶其淸新亟加歎服, 稱之曰 :
생염기청신극가탄복 칭지왈
“雖古之王右丞, 李學士蔑以加矣.”
수고지왕우승 이학사멸이가의
양생이 그 시의 청신淸新함을 사랑하여 지극히 탄복하고 칭찬하여 말하기를,
“비록 옛적의 왕우승 (왕유王維), 이학사 (이태백 李太白)라도 이에서 낫지 못하겠습니다.”
遂披彩牋寫一詩以授媼, 其詩曰 :
수피채전사일시이수온 기시왈
하고 곧 아름다운 종이를 펼쳐 한 수의 시를 써서 유모 할멈에게 주니,
그 시에 읊기를,
楊柳千萬絲 양류천만사
絲絲結心曲 사사결심곡
願作月下繩 원작월하승
好結春消息 호결춘소식
버들이 천 만실이나 하니
실마다 마음 굽이에 맺혔구나
원컨대 달 아래 노를 만들어
봄소식을 맺었으면 좋겠네
乳娘受置於懷中, 出店門而去,
유낭수치어회중 출점문이거
楊生呼而語之曰 :
양생호이어지왈
유모 할멈이 그것을 받아 품속에 넣고 주막 문을 나서서 가자
양생이 불러서 말하기를,
“小姐秦之人 生楚之人, 一散之後萬里相阻,
소저진지인 생초지인 일산지후만리상조
山川脩夐消息難通.
산천수형소식난통
“아가씨는 진秦나라 사람이고, 저는 초楚나라 사람이라
한 번 헤어진 후에는 만리 길이 서로 사이가 떨어져 있고,
산천이 무척 멀어서 소식을 통하기가 어렵습니다.
況今日此事旣無良媒, 小生之心無可憑信之處也.
황금일차사기무량매 소생지심무가빙신지처야
하물며 오늘 이 일은 좋은 중매가 없어
소생의 마음에 가히 증거를 삼아 믿을 만한 곳이 없습니다.
欲乘今夜之月色, 望見小姐之容光,
욕승금야지월색 망견소저지용광
未知老娘以爲如何.
미지노낭이위여하
오늘 밤 달빛을 타서
아가씨의 아름답고 빛나는 얼굴을 뵙고 싶은데,
할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小姐詩中亦有此意, 望老娘更稟于小姐.
소저시중역유차의 망노낭갱품우소저
아가씨의 시 속에 또한 이러한 뜻이 있으니,
할멈은 아가씨께 다시 말씀드려 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