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14
來訪舊日客店, 新經兵火村落蕭條,
내방구일객점 신경병화촌락소조
與向來經過之時大異, 赴擧之士紛紛下來.
여향래경과지시대리 부거지사분분하래
지난날의 주막을 찾아와 보니,
병화가 새로 지나가서 촌락은 쓸쓸하고
지난번 지났을 때와는 크게 다르며,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은 어수선하게 시골로 내려가 버렸다.
生問都下消息則 答曰 :
생문도하소식즉 답왈
양생이 서울 소식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國家召諸道兵馬, 過五箇月始削平僭亂,
국가소제도병마 과오개월시삭평참란
大駕還都 科擧且以明春退定矣.”
대가환도 과거차이명춘퇴정의
“국가에서 여러 도道의 병마를 불러서
오 개월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참란僭亂을 삭탈하여 평정하고,
천자의 수레는 서울로 돌아 왔으며,
과거 또한 내년 봄으로 물리어 정하였답니다.”
生往訪秦御史家, 則繞溪衰柳 搖落於風霜之後,
생왕방진어사가 즉요계쇠류 요락어풍상지후
殊非舊日景色.
수비구일경색
양생이 진어사秦御史의 집을 찾아갔는데,
시내를 에워싼 시들은 버들은
풍상을 격은 후에 나뭇잎이 떨어져
유달리 지난날의 경치를 볼 수 없었다.
朱樓粉墻已成灰燼,
주루분장이성회신
陳礎破瓦堆積遺墟而已.
진초파와퇴적유허이이
화려한 누각과 하얀 담장은 이미 재가 되어 버렸고,
늘어선 주춧돌과 깨어진 기와만이 빈터에 덮쳐 쌓여 있을 뿐 이었다.
四鄰荒凉亦不聞鷄犬之聲,
사린황량역불문계견지성
生愴人事之易變 悵佳期之已曠.
생창인사지이변 창가기지이광
사방 이웃이 황량하여 또한 닭과 개의 소리가 들리지 아니하니,
양생은 사람의 일이 쉽게 변함을 슬퍼하고
가약佳約이 이미 물거품이 된 것을 한탄하였다.
攀援柳條佇立斜陽, 徒吟秦小姐楊柳之詞,
반원류조저립사양 도음진소저양류지사
一字一涕 衣裾盡濕.
일자일체 의거진습
버들가지를 휘어잡고 석양夕陽을 등지고 우두커니 서서
홀로 진소저의 ‘양류사’楊柳詞를 읊으며,
그 시詩의 한 자 한 자마다에 눈물을 흘리니
옷자락이 촉촉이 다 젖었다.
欲問往事 不見人跡, 乃茫然而歸問于店主曰 :
욕문왕사 불견인적 내망연이귀문우점주왈
“彼秦御史家屬, 今在何處耶?”
피진어사가속 금재하처야
지난 일을 묻고자 하나 인적을 볼 수 없어,
이에 망연히 돌아와 주막 주인에게 묻기를,
“저 진어사의 가족은 이제 어느 곳으로 갔습니까?”
店主嗟歎曰 : “相公不聞耶?
점주차탄왈 상공불문야
주막 주인이 한숨지어 탄식하며 말하기를,
“상공은 듣지 못하였습니까?
前者御史仕宦在京, 惟小姐率婢僕守家,
전자어사사환재경 유소저솔비복수가
官軍恢復京師之後,
관군회복경사지후
지난번에 어사가 서울에서 벼슬을 하고
오직 소저가 비복들을 거느리고 집을 지켰는데,
관군이 서울을 회복한 후
朝廷以秦御史爲受逆賊僞爵,
조정이진어사위수역적위작
以極刑斬之, 小姐押去京師.
이극형참지 소저압거경사
조정에서는 진어사가 역적의 거짓 벼슬을 받았다 하여
극형으로 참하고 소저는 서울로 잡혀갔습니다.
而其後或言終不免慘禍, 或言沒入掖庭矣,
이기후혹언종불면참화 혹언몰입액정의
그 후에 어떤 사람은 끝내 참화를 면치 못했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적몰籍沒하여 후궁이 사는 집에 들어갔다고 말하는데,
今朝官人押領罪人等數多家屬,
금조관인압령죄인등수다가속
過此店之前 問之則曰,
과차점지전 문지즉왈
오늘 아침에 관인들이 죄인 등 수많은 가속들을 호송하고,
이 주막 앞을 지나가기에 그 일을 묻자,
此屬皆沒入爲英南縣奴婢者也,
차속개몰입위영남현노비자야
或云秦小姐亦入於其中矣.”
혹운진소저역입어기중의
이 무리는 모두 영남현英南縣 노비로 삼은 자들이라 말하였고,
어떤 사람은 진소저가 또한 그 속에 들어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楊生聽之 泪汪然自下曰 :
양생청지 루왕연자하왈
“藍田山道人, 云秦氏婚事昏黑似夜, 小姐必已死.”
남전산도인 운진씨혼사혼흑사야 소저필이사
양생이 그 말을 듣자 저절로 눈물을 떨구며 말하기를,
“남전산 도인께서 진씨와의 혼사가 어둡기가 밤과 같다 했는데
소저는 필시 이미 죽었겠구나.”
更無詰問之處, 乃治行具下去秀州.
갱무힐문지처 내치행구하거수주
다시 따져 물을 것도 없어서
이내 갈 행장을 차려 수주秀州로 내려갔다.
此時柳氏聞京都禍亂之報, 恐兒子死於兵火,
차시류씨문경도화란지보 공아자사어병화
日夜呼天幾不得自保矣.
일야호천기부득자보의
이때 류씨는 서울에서 화란禍亂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아마 아들이 병화兵火에 죽었으리라 생각하여
밤낮 하늘을 우러러 슬피 울다가,
거의 스스로 몸을 보전치 못할 지경에 이르다.
及見少游相持痛哭, 若遇泉下之人.
급견소유상대통곡 약우천하지인
양소유를 보자마자 서로 부등켜안고 통곡하니,
마치 저승에서 다시 만난 사람들과 같았다.
未幾舊歲已盡 新春忽屆矣.
미기구세이진 신춘홀계의
生又將作赴擧之行, 柳氏謂生曰 :
생우장작부거지행 류씨위생왈
얼마 지나지 않아 묵은 해는 이미 끝나고,
새 봄이 문득 찾아왔다.
양생이 또 장차 과거 보러 가려고 하자
류씨가 양생에게 말하기를,
“去年汝往皇都幾陷危境,
거년여왕황도기함위경
至今思惟凜凜可怕.
지금사유름름가파
“지난해에 네가 서울에 가서 거의 위태로운 처지에 빠졌던 것을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온몸이 떨리고 몸서리가 쳐지는구나.
汝年尙穉功名不急, 然吾所以不挽汝行者,
여년상치공명불급 연오소이불만여행자
吾亦有主意故也.
오역유주의고야
네 나이가 아직 어리어 공명功名이 급하지 아니하나,
이에 내가 네 가는 것을 말리지 못하는 것은
나 역시 주된 뜻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顧此秀州旣挾且僻,
고차수주기협차벽
門戶, 才, 貌 實無堪爲汝配者,
문호, 재, 모 실무감위여배자
이 수주를 돌아보면 본디 땅이 좁고 또한 궁벽하여
가문과 재주, 용모가 실로 너의 배필을 맡을 만한 자가 없는지라,
而汝已十六歲也,
이여이십육세야
今若不定幾何其不失時乎?
금약부정기하기부실시호
네 나이 이미 열여섯 살이니,
지금 만일 정혼치 않으면 어찌 그때를 잃지 않는다 하겠느냐?
京師紫淸觀杜鍊師 卽吾表兄,
경사자청관두연사 즉오표형
出家雖久計其年歲 則尙或生存,
출가수구계기년세 즉상혹생존
서울에 있는 자청관紫淸觀의 두연사杜鍊師는 곧 나의 종형從兄지간으로,
집을 떠난 지 오래 되었지만 그 나이를 헤어 보니,
혹시 아직 살아있을 듯한데,
此兄氣宇不凡知慮有裕, 名門貴族無不出入,
차형기우불범지려유유 명문귀족무불출입
寄我情書則必視汝如子,
기아정서즉필시여여자
이 형은 기개와 도량이 범상치 아니하고 지식과 생각이 넉넉하여,
명문 귀족名門貴族들과의 교류가 없지 않을 것이므로,
나의 이 정어린 편지를 전하면 곧 반드시 너를 아들과 같이 여기고
而出力周旋爲求賢匹, 汝須留意於此.”
이출력주선위구현필 여수유의어차
힘을 다하여 주선하여 어진 짝을 구해 줄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이를 유의하여라.”
仍作書而付之, 生受命始以華陰事告之,
잉작서이부지 생수명시이화음사고지
輒有悽感之色,
첩유처감지색
이에 편지를 써서 건네주니,
양생이 명을 받으며 처음으로 화음현의 진씨 일을 고하면서
문득 처량한 표정을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