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15

柳氏嗟咄曰 :

류씨차돌왈

류씨가 혀를 차고 탄식하면서 말하기를,

“秦氏雖美旣無天緣, 禍家餘生必難全生,

진씨수미기무천연 화가여생필난전생

設令不死逢着亦難,

설령불사봉착역난

“진씨가 비록 아름답지만 이미 하늘의 인연이 없고,

화禍를 입은 집안에서의 여생餘生은 반드시 온 생애가 어려우며,

설사 죽지 않았다 하더라도 서로 닥뜨려 만나기 또한 어려울 것이니,

汝須永斷浮念更求他門, 以慰老母企望之懷也.

여수영단부념갱구타문 이위노모기망지회야

너는 모름지기 덧없는 생각을 길이 끊어 버리고 다시 다른 혼처를 찾아

이 노모의 바라는 마음을 위로하도록 하라.”

生拜敬登程及到洛陽, 猝値驟雨避入於南門外酒店,

생배경등정급도락양 졸치취우피입어남문외주점

沽酒而飮生謂店主曰 :

고주이음생위점주왈

양생이 삼가 경의를 표하고 길을 떠나 낙양에 이르자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남문 밖 주점에 피해 들어,

술을 받아 마시고는 주막 주인에게 말하기를,

“此酒雖美亦非上品也.”

차주수미역비상품야

“이 술은 비록 좋으나 또한 상품上品은 아닙니다.”

主人曰 :

주인왈

"小店之酒無勝於此者, 相公若求上品,

소점지주무승어차자 상공약구상품

天津橋頭酒肆 所賣之酒名曰洛陽春.

천진교두주사 소매지주명왈락양춘

주인이 말하기를,

“작은 주막의 술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나,

상공께서 만일 상품 술을 구하신다면

천진교天津橋 머리에 있는

주루酒樓에서 파는 술로 낙양춘洛陽春이 있습니다.

一斗之酒千錢其價, 味雖好而價則高矣.”

일두지주천전기가 미수호이가즉고의

한 말 술값은 천 전錢인데,

비록 맛은 좋지만 값이 너무 비쌉니다.”

生靜思,

생정사

양생이 조용히 생각하였다.

“洛陽自古帝王之都, 繁華壯麗甲於天下,

낙양자고제왕지도 번화장려갑어천하

“낙양은 예로부터 내려오면서 제왕의 도읍이요,

번화繁華, 장려壯麗함이 천하의 으뜸이거늘,

我去年取他路而去, 未見其勝槪,

아거년취타로이거 미견기승개

今行當不落莫矣.”

금행당불락막의

내 지난 해에는 다른 길을 택하여 갔으므로

그 뛰어나게 좋은 경치를 보지 못하였으니,

이번 행차에는 마땅히 이들을 빠뜨리지 아니하리라.”

生乃使書童筭給酒價, 仍驅驢向天津而行,

생내사서동산급주가 잉구려향천진이행

及抵城中 山水之勝, 人物之盛果叶所聞矣.

급저성중 산수지승 인물지성과협소문의

양생이 이에 서동書童에게 술값을 계산하도록 하고

거듭 나귀를 몰아 천진天津을 향해 가는데,

성중城中에 미쳐 다다르니

산수가 빼어나고 인물의 융성함이 과연 듣던 바와 같았다.

洛水橫貫都城 如鋪白鍊,

락수횡관도성 여포백련

天津橋逈跨澄波 直通大路,

천진교향과징파 직통대로

낙수洛水가 도성都城을 가로질러 뚫음은

흰 깁을 펼쳐 놓은 듯하고,

천진교는 맑은 물결을 아득히 걸치고서

곧바로 큰 길로 통하니,

隱隱如彩虹之飮水, 蜿蜿若蒼龍之展腰,

은은여채홍지음수 완완약창룡지전요

무지개가 물을 마시고 있는 것 같이 은은하고,

창룡蒼龍이 허리를 뒤척이듯 꿈틀거리며,

朱甍聳空 碧瓦輝日, 色映淸漪 影抱香街,

주맹용공 벽와휘일 색영청의 영포향가

可謂第一名區也.

가위제일명구야

붉은 용마루가 하늘 높이 우뚝 솟고

푸른 기와는 햇살에 반짝이며,

빛깔이 맑은 잔물결처럼 비치어

그림자는 향내 나는 자리에 비꼈으니,

천하제일의 명승지라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生知爲店主所謂酒樓, 乃催行至其樓前,

생지위점주소위주루 내최행지기루전

양생은 그것이 주막 주인이 말한 이른바 주루임을 알고

이에 재촉하여 가서 그 주루 앞에 이르니,

金鞍駿馬 塡塞通衢,

금안준마 전색통구

僕夫林立 譁聲雷聒.

복부림립 화성뢰괄

금으로 장식한 안장을 얹은 날랜 말들이

사거리를 메이어 막고,

사내종들이 임목林木처럼 죽 늘어서 있으며,

소란한 소리가 천둥치는 듯 떠들썩하였다.

仰視樓上則絲竹, 轟鳴聲在半空,

앙시루상즉사죽 굉명성재반공

羅綺紛繽 香聞十里.

라기분빈 향문십리

누각 위를 우러러 보니 거문고와 퉁소의

크게 울리는 소리가 반공에 머물러있고,

아름다운 비단자락이 어지러이 날리어

그 향내가 십리까지 퍼졌다.

生以爲河南府尹讌客於此,

생이위하남부윤연객어차

使書童問之 爭言:

사서동문지 쟁언

양생은 하남 부윤이 이곳에서 손님을 접대하리라 생각하고

서동書童을 시켜 그 사실을 물어 보니,

사람들이 다투어 말하기를,

“城裡少年諸公子,

성리소년제공자

聚集一時名妓 設宴玩景.”

취집일시명기 설연완경

“성 안의 소년들과 여러 공자公子들이

한 때의 명기名妓들을 모아들여

잔치를 베풀고 경치를 즐기고 있습니다.”

生聞之已覺 醉興翩翩, 豪氣騰騰,

생문지이각 취흥편편 호기등등

於是當樓下驢 直入樓中,

어시당루하려 직입루중

양생은 그 말을 듣자 벌써

취흥이 돌고 득의하며 호기豪氣 등등하여,

이에 누각 아래에서 당나귀를 내려

곧바로 누각 속으로 들어가니,

年少書生十餘人, 與美人數十, 雜坐於錦筵之上,

년소서생십여인 여미인수십 잡좌어금연지상

騁高談浮大白, 衣冠鮮明 意氣軒輕.

빙고담부대백 의관선명 의기헌경

나이 어린 서생 십여 명이 미인 수십 명과 더불어

화려한 좌석 위에 섞여 앉아 고담을 펴고 큰 잔을 기울이는데

의관은 선명하고 의기는 의젓하였다.

諸生見楊生容顔秀美, 符彩灑落 齊起迎揖,

제생견양생용안수미 부채쇄락 제기영읍

여러 서생들이 양생을 보니 용모가 수려하고,

상서롭고도 휘황한 모습이 기분을 상쾌하게 하므로

일제히 일어나 맞으며 읍揖하고 자리를 나누어 죽 벌여 앉았다.

分席列坐 各通姓名後,

분석열좌 각통성명후

上座有盧生者先問曰 :

상좌유노생자선문왈

서로 성명姓名을 통한 후에,

윗자리에 있는 노생盧生이 있다가 먼저 묻기를,

“吾見楊兄行色,

오견양형행색

所謂槐花黃擧子忙者也.”

소위괴화황거자망자야

“내 양형楊兄의 차림새를 보니,

과거를 보러 (槐花黃擧子) 바쁘게 가는 분인 듯싶습니다."

生曰 : “誠如兄言矣.”

생왈 성여형언의

양생이 말하기를,

“진실로 형씨의 말씀과 같습니다.”

又有杜生者曰 :

우유두생자왈

또 두생杜生이 있다가 말하기를,

“楊兄苟是赴擧之儒 則雖云不速之賓,

양형구시부거지유 즉수운불속지빈

參於今日之會亦不妨也.”

참어금일지회역불방야

“양형이 진실로 과거 보러 가는 유생儒生이라면,

비록 급히 청하지 않은 손님이지만

오늘 연회에 참여하는 것 또한 무방할 것입니다.”

生曰 :

생왈

“以兩兄之言, 觀之則今日之會,

이양형지언 관지즉금일지회

非但以酒盃留連而已, 必結詩社 而較文章也.

비단이주배유련이이 필결시사 이교문장야

양생이 말하기를,

“양형兩兄의 말을 듣고, 오늘의 이 연회를 보니

다만 술잔이나 나누기 위해 머무르는 게 아니라,

시를 짓는 모임을 만들어 문장을 겨뤄 보려는 것임이 틀림없군요.

若小弟者以楚國寒賤之人,

약소제자이초국한천지인

齒旣少知識甚狹,

치기소지식심협

소제小弟로 말하면 초나라의 빈한하고 미천한 사람으로

나이가 이미 어리고, 견식도 매우 좁으며,

雖以薄劣猥充鄕貫,

수이박열외충향관

參與於諸公盛會之末, 不亦僣乎?”

참여어제공성회지말 불역참호

더구나 엷고 뒤떨어져 외람되이도 향공鄕貢을 채워서

제공諸公들의 성대한 모임에 말석으로 참여한 것이

또한 어긋난 일이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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