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9

自楊處士作仙之後, 母子相依經過日月,

자양처사작선지후 모자상의경과일월

少游才過數年才名藹蔚, 本郡守以神童,

소유재과수년재명애울 본군수이신동

薦于朝而少游, 以親老爲辭不肯就之.

천우조이소유 이친로위사불긍취지


양처사가 신선이 되어 올라간 후에

모자母子는 서로 의지하며 세월을 보냈는데,

겨우 수년이 지난 후 소유少游의 재명才名이 크게 일어나,

본 고을 태수太守가 신동神童으로 조정에 천거하였지만,

소유는 늙은 어머니를 위하여 사양하며 즐겨 나아가지 아니하였다.


年至十四五, 秀美之色似潘岳,

연지십사오 수미지색사반악

超越之氣似靑蓮.

초월지기사청련


나이 십사오 세에 이르니

뛰어나게 아름다운 용모는 진대晉代의 반악潘岳을 닮았고,

준수한 기상은 이태백李太白을 닮은 듯하였다.


文章燕許如也, 詩才範謝如也.

문장연허여야 시재범사여야


문장은 당나라 때의 연국공燕國公 장설張說과 허국공許國公 소정蘇頲과도 같았으며,

시재詩才는 진나라 때의 포조鮑照와 사영운謝靈運과 같았다.



筆法僕命鐘王, 智略弟畜孫吳,

필법복명종왕 지략제축손오


필법은 종왕鐘王을 따르고, 지략은 손자孫子와 오자吳子를 따랐다.



諸子百家 九流三敎, 天文地理 六韜三略,

제자백가 구류삼교 천문지리 육도삼략

舞槍之法 用劍之術, 神授鬼敎 無不精通,

무창지법 용검지술 신수귀교 무부정통


제자 백가諸子百家와 구류 삼교九流三敎,

천문 지리天文地理, 육도 삼략六韜三略,

창 쓰는 법과 칼 쓰는 기술은 신이 전수받고

귀신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정통치 아니한 것이 없었으며,


盖以前世修行之人, 竇澈洞澈 胸海恢廓,

개이전세수행지인 두철통철 흉해회곽

觸處融解如竹迎刃, 非凡類俗士之比也.

촉처융해여죽영인 비범류속사지비야


대체로 전세前世에 수행修行하는 사람으로

마음의 틀이 깊고 넓고 맑으며, 가슴이 바다같이 넓고 크며,

이르는 곳이 깊은 것도 다 해결이 되었으니, 대나무가 칼을 맞듯

평범한 세속의 선비로서 따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一日告於母親曰 :

일일고어모친왈


하루는 소유가 모친께 고하기를,


“父親昇天之日, 以門戶之貴, 付之於少子.

부친승천지일 이문호지귀 부지어소자

而今家計貧窶老母勤勞, 兒子若甘爲,

이금가계빈구노모근로 아자약감위

守家之狗曳尾之龜,

수가지구예미지구


“부친께서 하늘로 올라가신 날

가문의 일을 소자에게 맡겨 부탁하셨습니다.

이제 가계가 빈한하여 노모께서 일에만 힘쓰시니,

소자가 만일 집 지키는 개가 되고 꼬리 끄는 거북이 되어,



而不求世上之功名, 則家聲無以繼矣,

이불구세상지공명 즉가성무이계의

母心無以慰矣, 甚非父親期待之意也.

모심무이위의 심비부친기대지의야


세상에 나아가 공명功名을 구하지 않으면

가문의 이름을 빛내지 못하고,

어머님의 마음을 위로할 길이 없으며,

아버님의 기대하신 뜻에 크게 어긋나게 됩니다.


聞國家方設科, 抄選天下之群才,

문국가방설과 초선천하지군재

兒子欲暫離母親膝下, 歌鹿鳴而西遊.”

아자욕잠리모친슬하 가록명이서유


듣자온즉 나라에서 이제 막 과거를 설치하여

천하 인재들을 가려 뽑는다 하니,

소자는 잠간 모친 슬하를 떠나 과거를 보러 서울로 가겠습니다.”


柳氏見其志氣本不碌碌, 少年行役不能無慮,

유씨견기지기본불록록 소년행역불능무려

遠路離別亦且關心而已,

원로이별역차관심이이


유씨가 아들의 의지와 기개가 본래 보잘 것 없지 않음을 보고,

소년의 여행 고생이 걱정되고,

먼 길을 떠나 이별함이 또한 마음에 걸리지만,


知其沛然之氣不可以沮, 乃黽勉而許之,

지기패연지기불가이저 내민면이허지

盡賣釵釧 備給盤纏.

진매차천 비급반전


그 활달한 기상을 막지 못함을 알기에 부득이 허락하고

비녀와 팔찌를 팔아 노자를 마련해 주었다.



少游拜辭母親, 以三尺書童一匹蹇驢,

소유배사모친 이삼척서동일필건려

取道而行, 行之累日 至華州華陰縣,

취도이행 행지루일 지화주화음현

距長安已不遠矣.거장안이불원의


소유가 모친께 하직하고

석자 키의 글 배우는 아이와 한 필의 다리 저는 당나귀를 거느리고

길을 떠나 가기를 며칠 걸려 화주華州의 화음현華陰縣에 이르렀는데

장안長安과는 과히 멀지 않은 거리였다.


山川風物一倍明麗, 以科期尙遠 日行數十里,

산천풍물일배명려 이과기상원 일행수십리

或訪名山或尋古跡, 客路殊不寂寥矣.

혹방명산혹심고적 객로수부적료의


산천 풍물이 한결 맑고 고우며

과거날도 아직 멀리 남아 있어, 하루 수십 리씩 가며 혹은 명산을 찾아보고,

혹은 고적을 더듬다 보니 객지 길이 유별나게 적막하지는 않았다.



忽見一區幽庄, 近隔芳林 嫩柳交影 綠烟如織,

홀견일구유장 근격방림 눈류교영 록연여직

문득 살펴보니 한 곳에 그윽한 별장別莊이 있는데,

가까이로는 향기로운 수풀이 닿아 있고,

연약한 버들 그림자가 서로 엉켜 푸른 연기는 비단을 짠 듯하며,

中有小樓 丹碧照耀, 蕭灑遼夐幽致可想.

중유소루 단벽조요 소쇄요형유치가상


그 속에 작은 다락집이 있는데,

붉으락푸르락 맑게 비쳐 빛남이

아득히 멀어 그 그윽함이 상상의 극치에 이를 만 하였다.


遂垂鞭徐行進以視之, 則長條細枝拂地嫋娜,

수수편서행진이시지 즉장조세지불지뇨나


若美女新浴, 綠髮臨風自梳, 可愛亦可賞也,

약미녀신욕 록발임풍자소 가애역가상야


드디어 말채찍을 드리우고 천천히 걸어 다가가서 그것을 보니,

긴 가지 짧은 가지가 땅에 얽혀 하늘거리는 품이

마치 미녀가 새로 목욕하고

검은 머리가 바람에 휘날리어 저절로 빗질되어지는 것 같아

또한 가히 아름답고 구경할 만하므로,

少游手攀柳絲, 躕踟不能去歎賞曰 :

소유수반류사 주지불능거탄상왈


소유가 버들가지를 휘어잡고

머뭇거리며 능히 더 나아가지 못하고 구경하면서 매우 탄복하여 말하기를,


“吾鄕蜀中雖多珍樹, 曾未見裊裊千枝,

오향촉중수다진수 증미견뇨뇨천지

毶毶萬縷若此柳者也.”

참참만루약차류자야


“내 고향 촉蜀 안에도 비록 진귀한 나무가 많으나,

천 가지가 나긋나긋하고

만 가지 실들이 너울거리는, 이런 버들은 일찍이 본 적이 없구나.”



乃作楊柳詞其詩曰 :

내작양류사기시왈


이에 양류사楊柳詞를 지었는데, 그 시에 일컫기를.


楊柳靑如織 양류청여직

長條拂畵樓 장조불화루

願君勤種意 원군근종의

此樹最風流 차수최풍류

楊柳何靑靑 양류하청청

長條拂綺楹 장조불기영

願君莫攀折 원군막반절

此樹最多情 차수최다정


수양버들이 푸르러 베 짜는 듯하니

긴 가지 그림 그린 누각에 떨쳤구나.

이 나무가 가장 풍류 있으니

그대는 부지런히 심기 바란다.

수양버들이 자못 이리 푸르고 푸르니

긴 가지가 비단 기둥에 떨쳤구나.

이 나무가 가장 정이 많으니

그대는 휘어잡아 꺾지 말기 바란다.


詩成浪詠一遍, 其聲淸亮豪爽,

시성랑영일편 기성청량호상

宛若扣金擊石, 一陣春風吹其餘響,

완약구금격석 일진춘풍취기여향

飄散於樓上.표산어루상


시가 완성되어 낭랑하게 한 번 두루 읊조리니,

그 소리가 맑고 깨끗하며, 호탕하고 시원스러워서,

마치 쇠를 두드리고 돌을 치는 것 같았는데,

한줄기 시원한 봄바람이 그 소리의 울림을 불어 내니 누각 위에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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