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4
八仙女答拜曰 :
팔선녀답배왈
팔 선녀 대답하기를,
“妾等卽衛夫人娘娘侍女也, 承命於夫人問候於大師,
첩등즉위부인낭낭시녀야승명어부인문후어대사
"저희들은 곧 위부인衛夫人 낭낭의 시녀들인데,
부인의 명을 받아 대사께 문안하고
歸路適少留於此矣.
귀로적소류어차의
돌아가는 길에 마침 이곳에서 잠깐 쉬고 있습니다.
妾等聞之禮云於, ‘行路男子由左而行, 婦女由右而行,
첩등문지예운어 행로남자유좌이행 부녀유우이행
저희들이 듣기로는 예禮에 이르기를,
‘행로行路에서는 남자는 왼쪽으로 걸어가고
부녀자는 오른쪽으로 걸어가라.’고 하였으니,
此橋本來偏窄妾等且已先坐, 今道人從橋而去於禮不可,
차교본래편착첩등치이선좌 금도인종교이거어례불가
이 다리는 본래 심히 비좁고 저희들이 또한 이미 먼저 앉아 있으니,
이제 도인道人께서는 다리를 좇아 가는 것은 예에 어긋납니다.
請別尋他路而行.”
청별심타로이행
청컨대 따로이 다른 길로 찾아 가십시오.”
性眞曰 : “溪水旣深且無他路, 欲使貧僧從何處而行乎?”
성진왈 계수기심차무타로 욕사빈승종하처이행호
성진이 말하기를,
“냇물은 무척 깊고 다른 길이 또한 없는데,
빈승으로 하여금 어느 길을 좇아가라 하십니까?”
仙女等曰 :
선녀등왈
“昔達磨尊者乘蘆葉涉大海,
석달마존자승로기섭대해
선녀들이 말하기를,
“옛날에 달마존자達磨尊者는 갈잎을 타고 대해大海를 건넜다는데,
和尙若學道於六觀大師, 則必有神通之術,
화상약학도어육관대사 즉필유신통지술
화상이 만일 육관대사에게서 도를 배웠으면,
반드시 신통술이 있을 것이니,
涉此小川何難之有而, 乃與兒女子爭道乎?”
섭차소천하난지유이 내여아녀자쟁도호
이런 자그마한 내를 건너기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기에
아녀자와 더불어 길을 다투시나요?”
性眞笑而答曰 :
성진소이답왈
“試觀諸娘之意, 必欲索行人買路之錢也.
시관제낭지의 필욕색행인매로지전야
성진이 웃으며 대답하기를,
“여러 낭자의 뜻을 살피니
반드시 행인한테서 길 값을 받으려는 것입니다.
貧寒之僧本無金錢,適有八顆明珠,
빈한지승본무금전적유팔과명주
가난한 중에게는 본래 금전이 없고,
마침 여덟 개의 명주明珠가 있으니,
請奉獻於諸娘買一線之路.”
청봉헌어제낭매일선지로
여러 낭자들에게 이를 받쳐서 한쪽의 길을 사기를 청합니다.”
說罷手持桃花一枝, 以擲於仙女之前,
설파수지도화일지 이척어선녀지전
이야기를 마치고, 손에 든 도화桃花 한 가지를 선녀 앞에 던지니,
四雙絳萼卽化爲明珠, 祥光滿地瑞彩燭天,
사쌍강악즉화위명주 상광만지서채촉천
네 쌍의 짙은 붉은 꽃봉오리가 곧 명주가 되어
상서로운 빛이 땅에 가득하고 상서로운 채색이 하늘을 밝히는데,
若出於海蚌懷胎.
약출어해방회태
꼭 바닷조개의 태胎 속에서 막 나온 것과 같았다.
八仙女各拾取一介, 顧向性眞粲然一笑,
팔선녀각습취일개 고향성짐찬연일소
팔 선녀들은 각각 한 개씩 주워 갖고,
성진을 향해 돌아보며 찬연히 한 번 웃더니
竦身乘風騰空而去.
송신승풍등공이거
몸을 솟구쳐 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높이 올라가버렸다.
性眞佇立橋頭撑首遠望, 良久雲影始滅香風盡散.
성진저립교두장수원망 량구운영시멸향풍진산
성진은 석교 근처에 우두커니 서서 머리를 든 채 멀리 바라보았지만,
얼마 안 있어 구름 그림자가 서서히 사라지고 향기로운 바람도 흩어져 버렸다.
惘然如失怊悵而歸, 以龍王之言復於大師,
망연여실초창이귀 이룡왕지언복어대사
성진은 어안이 벙벙한 듯 섭섭한 심정으로 돌아 와
용왕의 말씀을 대사에게 복명하자,
大師詰其晩歸
대사힐기만귀
대사는 그가 늦게 돌아왔음을 책하였다.
曰 :“龍王待之甚款挽之甚懇, 情禮所在,
왈 용왕대지심관만지심간 정례소재
성진이 대답하기를,
"용왕의 환대함이 극히 정성스럽고 만류하는 것이 지극히 간절하여,
不敢拂衣而卽出矣.”
불감불의이즉출의
정례情禮가 있어서 감히 떨쳐 일어나 곧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大師不答使之退休, 性眞來到禪房 日已曛黑.
대사부답사지퇴휴 성진내도선방 일이훈흑
대사는 대답치 않고 곧 물러가 쉬라 하여,
성진이 선방禪房에 와서 이르니 날은 이미 황혼 무렵이 되어 어두워졌다.
自見仙女之後, 嫩語嬌聲尙有耳邊,
자견선녀지후 눈어교성상유이변
팔 선녀들을 본 후로
고운 말과 아양떠는 소리가 아직까지 귓가에 쟁쟁하고
艶態姸姿猶在眼前, 神魂況惚悠悠蕩蕩,
염태연자유재안전 신혼황홀유유탕탕
곱고 예쁜 자태가 오히려 눈에 선하여
정신과 혼백이 황홀況惚하고 근심스러워 마음이 편치 못하겠는지라,
亢然端坐默念於心曰 :
항연단좌묵념어심왈
움직이지 않고 단정히 앉아 마음 속으로 빌며 일컫기를,
“男兒在世, 幼而讀孔孟之書, 壯而逢堯舜之君,
남아재세 유이독공맹지서 장이봉요순지군
"남아男兒가 세상에 태어나서 어려서는 공맹孔孟의 글을 읽고,
자라서는 요순堯舜같은 임금을 만나,
出則作三軍之帥, 入則爲百揆之長,
출즉작삼군지수 입즉위백규지장
나가면 삼군三軍의 장수가 되고,
들어오면 백관百官의 장長이 되어,
着錦袍於身, 結紫綬於腰, 揖讓人主 澤利百姓,
착금포어신 결자수어요 읍양인주 택리백성
몸에는 금포錦袍를 입고 허리에는 자줏빛 인끈을 매고는
임금에게 읍양揖讓하고, 백성에게 은택을 이롭게 하며,
目見嬌艶之色, 耳聽幼妙之音, 榮輝極於當代,
목견교염지색 이청유묘지음 영휘극어당대
눈으로 교염嬌艶한 빛을 보고, 귀로는 오묘한 소리를 들으며,
당대에 영화의 찬란함이 극에 이르러
功名垂於後世, 此固大丈夫之事也.
공명수어후세 차고대장부지사야
공명을 후세에 드리움이
진실로 대장부의 일일 것이다.
哀我佛家之道, 不過一孟飯, 一甁水,
애아불가지도 불과일맹반 일병수
아아! 우리 불가佛家의 도道는 불과 한 바리의 밥과 한 병의 물,
數三卷之經文, 百八顆之念珠而已.
수삼권지경문 백팔과지념주이이
수삼 권의 경문經文, 백팔 개의 염주뿐이니,
其德雖高其道雖玄, 寂寞太甚矣, 枯淡而止矣.
기덕수고기도수현 적막태심의 고담이지의
비록 그 덕德이 높고 도道가 깊다 할지라도 적막이 아주 심하고,
메마르며 담담하게 끝나 버리는가.
假令悟上乘之法, 傳祖師之統, 直坐於蓮花臺上,
가령오상승지법 전조사지통 직좌어연화대상
설령 상승지법上乘之法을 깨달아 조사祖師의 도를 받아 전하여
곧 바로 연화대蓮花臺 위에 앉을지라도,
三魂九魄, 一散於烟焰之中
삼혼구백 일산어연염지중
삼혼 구백三魂九魄이 한 번 불꽃 속에 흩어지면
則夫孰知一介性眞, 生於天地間乎?”
즉부숙지일개성진 생어천지간호
누가 한낱 성진이 천지간에 살았음을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