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5

思之如此念之如彼, 欲眠不眠夜已深矣,

사지여차염지여피 욕면불면야이심의

생각을 이리 저리하면서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을 못 이루고 밤은 이미 깊어 가는데,

霎然合眼則八仙女忽羅列於前矣,

삽연합안즉팔선녀홀라열어전의

잠깐 눈을 감으면 팔 선녀들이 홀연히 앞에 늘어서니,

驚悟開睫已不可見矣. 遂大悟曰 :

경오개첩이불가견의 수대오왈


놀라 깨우쳐 감은 눈을 떠보면 이미 볼 수 없는지라,

마침내 크게 뉘우쳐 말하였다.


"釋敎工夫正心志, 斯爲上行矣.

석교공부정심지 사위상행의

"불교 공부란 그 마음과 뜻을 바르게 하는 것,

이것이 그 으뜸가는 행위이다.

我出家十年, 曾無半點苟且之心,

아출가십년 증무반점구차지심


내가 출가한 지 십 년에

일찍 구차한 마음이 조금도 없었는데,


邪心忽發今乃如此, 豈不有妨於我之前程乎?"

사심홀발금내여차 기불유방어아지전정호


이제 사심이 문득 일어남이 이와 같으니,

어찌 나의 앞길에 방해가 되지 않겠는가."


遂自爇栴檀趺坐蒲團, 振勵精神輪盡項珠,

수자열전단부좌포단 진려정신륜진항주

마침내 스스로 전단栴檀을 불사르고

포단蒲團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어 염주念珠를 극진히 고르며

方靜念千佛矣, 忽然一童子立窓外呼之曰 :

방정념천불의 홀연일동자립창외호지왈


바야흐로 일천一千 부처를 조용히 염하는데,

홀연 들으니 창 밖에 서서 동자童子가 부르기를,


"師兄着寢否, 師父命召之矣."

사형착침부 사부명소지의


"사형師兄은 주무십니까? 사부께서 부르십니다."


性眞大愕曰 : '深夜促召必有故也.'

성진대악왈 심야촉소필유고야


성진이 크게 놀라 말하기를,

"깊은 밤에 급히 부르시니 반드시 연고가 있겠다."



仍與童子忙詣方丈, 大師集衆弟子,

잉여동자망예방장 대사집중제자

인하여 동자와 함께 바삐 방장方丈 (불승佛僧이 사는 곳)에 참예하니

대사께서 여러 제자를 모으고

儼然正坐, 威儀肅肅燭影煌煌.

엄연정좌 위의숙숙촉영황황


품위 있게 정좌正坐하였는데,

위의威儀가 엄숙하고 촛불이 휘황하였다.


勵聲責之曰 : "性眞汝知汝罪乎?"

여성책지왈 성진여지여죄호

대사가 성난 목소리로 꾸짖었다.

"성진아, 너는 네 죄를 아느냐?"


性眞顚倒下階, 跪而對曰 :

성진전도하계 궤이대왈

성진이 섬돌 아래로 엎어졌다가

무릎을 꿇어 대답하기를,


"小子服事師傅, 十閱春秋而曾未有毫髮不恭不順之事,

소자복사사부 십열춘추이증미유호발불공불순지사


"제가 사부를 섬긴 지 십여 년에 불공, 불순한 일이 조금도 없었는데,

實不知自作之罪."

실부지자작지죄

실로 스스로 지은 죄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大師曰 :

대사왈

"修行之功其目有三, 曰身也 曰意也 曰心也.

수행지공기목유삼 왈신야 왈의야 왈심야


대사가 이르기를,

"행실을 닦는 공부에는 그 세 가지 조목이 있으니, 몸과 말과 뜻이라.


汝往龍宮飮酒而醉, 歸到石橋 邂逅女子, 以言語酬酢,

여왕용궁음주이취 귀도석교 해후여자 이언어수작


네 용궁에 가서 술을 마셔 취하고, 돌아오는 길에 석교에 이르러

여자를 만나 말을 수작하고,


折贈花枝與之相戱, 及其還來且尙繾綣.

절증화지여지상희 급기환래차상견권


꽃가지를 꺾어 주고 그들과 서로 희롱하며

돌아와서는 아직까지도 그리움을 떨치지 못하는 지라.


初旣蠱心於美色, 旋且留意於富貴,

초기고심어미색 선차유의어부귀

처음에 이미 미색에 미혹되고,

얼마 안 가 부귀에 뜻을 두어

慕世俗之繁華, 厭佛家之寂滅,

모세속지번화 염불가지적멸


세속의 번화繁華를 흠모하고, 불가의 적멸을 싫증내는데,


此三行工夫一時壞了, 其罪固不可仍留於此地也."

차삼행공부일시괴료 기죄고불가잉유어차지야


이는 삼행 공부가 일시에 무너져 버린 것이니,

그 죄가 진실로 커서, 이곳에 머무는 것이 불가하니라."


性眞叩頭泣訴曰 :

성진고두읍소왈

성진이 머리를 조아려 읍소하며 말씀드리기를,

"師乎! 師乎! 性眞誠有罪矣.

사호 사호 성진성유죄의


"스승이시여! 스승이시여! 성진이 실로 죄를 지었습니다.


然自破酒戒, 因主人之强勸而不獲已也,

연자파주계 인주인지강권이불획이야


그러하오나 스스로 주계酒戒를 파한 것은

주인이 괴로이 권하므로 마지못한 것이고,


酬酢言語只爲借路 本非有意

수작언어지위차로 본비유의


선녀와 더불어 말을 수작한 것은 다만 길을 빌리기 위한 것이었으니,

본래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有何不正之事乎?

유하부정지사호

어찌 부정한 일이 있었겠습니까?


及歸禪房雖萌惡念一刹那間, 自覺其非,

급귀선방수맹악념일찰나간 자각기비


선방으로 돌아와, 비록 짧은 시간 나쁜 생각이 싹텄으나

그 옳지 않음을 스스로 깨달아

藹善端之自發, 昨指追悔,

애선단지자발 작지추회

착한 마음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잠시 지난 일을 뉘우치고 있는데,


苟使弟子有罪, 則師傅撻楚儆戒亦敎誨之一道,

구사제자유죄 즉사부달초경계역교회지일도

진실로 제자가 죄가 있으면,

사부께서 회초리로 종아리를 쳐서 경계하심이 또한 교회敎誨하는 한 방도이거늘,

何必迫而黜之, 俾絶自身之路乎?

하필박이출지 비절자신지로호


어이 내쳐서 스스로 고치는 길을 끊게 하십니까?


性眞十二歲棄父母離親戚, 依歸師父卽剃頭髮,

성진십이세기부모이친척 의귀사부즉체두발

성진이 십이 세에 부모를 버리고 친척을 떠나

사부께 귀의하여 곧 머리를 깎았으니,

言其義則無異生我育我, 語其情則所謂無子有子,

언기의즉무이생아육아 어기정칙소위무자유자


그 의義로 말할 것 같으면 곧 저를 낳은 것이나 기른 것이나 다를 바 없고,

그 정情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곧 '자식이 없어도 자식이 있음'과 같사온데,


父子之恩深矣, 師弟之分重矣,

부자지은심의 사제지분중의

부자의 은혜도 깊고 사제의 친분도 중하니,

蓮花道場卽性眞之家舍, 舍此何之?"

연화도장즉성진지가사 사차하지

연화도량蓮花道場이 곧 성진의 집이거늘,

이곳을 버리고 제가 어디를 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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