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日大師謂衆弟子曰 :

일일대사위중제자왈

어느 날,대사가 뭇 제자들에게 이르기를,

“吾老且病不出門已十餘年, 今不可輕動矣. 汝輩衆人中,

오노차병불출문이십여년 금불가경동의 여배중인중

"내가 몸이 늙고 병이 들어 산문 밖에 나가지 못한 지 십여 년에 이르고

이제는 가벼운 거동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너희들 가운데

誰能爲我入水府, 拜龍王替行面謝之禮乎?”

수능위아입수부 배용왕체행면사지례호

누가 나를 대신하여 수부水府에 들어가서

용왕을 배알하고 대신 사례하고 돌아오겠느냐?"

性眞請行大師喜而送之,

성진청행대사희이송지

이때 성진이 가기를 청하여 대사가 기뻐하며 그를 보내기로 하니,

性眞着七升之袈裟, 曳六環之神筇,

성진착칠승지가사 예육환지신공

飄飄然向洞庭而去.

표표연향동정이거

성진이 칠승 가사七升袈裟를 입고 육환장六環杖을 이끌면서

표연히 동정호를 향하여 떠나갔다.

俄而守門道人告於大師曰 :

아이수문도인고어대사왈

잠시 후 문을 지키는 도인道人이 대사에게 고하기를,

“南岳衛眞君娘娘, 送八介女仙已到門矣.”

남악위진군낭낭 송팔개녀선이도문의

“남악南岳의 위진군낭낭衛眞君娘娘께서 여덟 명의 선녀를 보내어 이미 문에 이르렀습니다.”

大師命召之八仙女次第而入, 周行大師之座至三回乃已,

대사명소지팔선녀차제이입 주행대사지좌지삼회내이

대사가 명하여 그들을 부르니, 팔선녀들이 차례로 들어와

대사가 앉은 자리를 세 번 돌고 나서

以仙花散地訖, 跪傳夫人之言曰 :

이선화산지흘 궤전부인지언왈

선화仙花를 땅에 흩은 다음,

무릎을 꿇고 앉아 위부인 말씀을 전하기를,

“上人處山之南而我側處山之東, 起居相近飮食相接而,

상인처산지남이아측처산지동 기거상근음식상접이

“상인上人은 산 서 쪽에 계시고 나는 동쪽에 있어

기거起居가 서로 가깝고 음식飮食이 서로 접하였으나,

賤曹多事使我苦惱, 尙未得一造法座,

천조다사사아고뇌 상미득일조법좌

비천한 것들이 일이 많아 나를 수고롭고 번민케 하여,

아직 한 번도 불좌佛座에 나아가

穩聽玄談處仁之蔑矣, 交隣之道闕矣.

온청현담처인지멸의 교린지도궐의

현담玄談을 듣지 못하여 사람을 대하는 지혜가 없고

이웃을 사귀는 도리를 어겼습니다.

玆送灑掃之婢 敬修起居之禮,

자송쇄소지비 경수기거지례

이에 청소하는 시비侍婢들을 보내어 삼가 기거의 예를 드리고,

兼以天花, 仙果, 七寶紋錦,以表區區之誠.”

겸이천화, 선과, 칠보문금 이표구구지성

아울러 천화天花와 선과仙果와 칠보무늬가 있는 비단으로써

구구區區한 정성을 표하고자 합니다.”

遂各以所領花果寶貝擎進於大師, 大師親受之授侍者,

수각이소령화과보패경진어대사 대사친수지수시자

마침내 각기 가지고 온 화과花果와 보패寶貝를 떠받치어 대사에게 올리니,

대사가 몸소 이를 받아 시자侍者에게 주어

供養於佛前, 屈身而禮叉手而謝曰 :

공양어불전 굴신이례차수이사왈

불전에 공양하고 몸을 굽혀 합장하여 사례하며 말하기를,

“老僧有何功德, 荷此上仙之盛餽?”

노승유하공덕 하차상선지성궤

“노승이 무슨 공덕이 있기에 이 같은 상선上仙의 푸짐한 선물을 받을고?”

仍設齋以待八仙於其歸, 致敬謝之意而送之.

잉설재이대팔선어기귀 치경사지의이송지

인하여 재齋를 올려서 팔 선녀들을 접대하고,

돌아갈 때에 경사敬謝의 뜻을 갖추어 그들을 보냈다.

八仙女同出山門, 携手而行相議曰 :

팔선녀동출산문 휴수이행상의왈

팔 선녀가 산문山門을 함께 나와

손잡고 가면서 서로 의논하여 말하기를,

“此南岳天山一丘一水, 無非我家境界 而自和尙開道場之後,

차남악천산일구일수 무비아가경계 이자화상개도장지후

"이 남악천산南岳天山 (형산衡山)은 한 언덕, 한 골짜기 물까지라도

우리 집의 경계境界 아닌 것이 없었는데,

화상和尙이 도장道場을 연 뒤로부터

便作鴻溝之分. 蓮花勝景在於咫尺而未得探討矣.

편작홍구지분 련화승경재어지척이미득탐토의

곧 홍구鴻溝 (경계의 나뉨)의 나뉨이 이루어져,

연화봉의 아름다운 경치를 지척에 두고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今者吾儕以娘娘之命, 幸到此地, 且春色正姸山日未暮,

금자오제이낭낭지명 행도차지 차춘색정연산일미모

이제 우리 낭낭의 명으로 다행히 이 땅에 왔는데,

또한 봄빛깔이 아름답고 산 속의 하루가 아직 저물지 않았으니,

趁此良辰陟彼崔嵬, 振衣於蓮花峯, 濯纓於瀑布之泉,

진차량진척피최외 진의어련화봉 탁영어폭포지천

이때를 좇아 저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

연화봉 위에 옷을 떨치고 폭포천瀑布泉에 관끈을 씻고,

賦詩而吟乘興而歸, 誇張於宮中諸娣妹 不亦快乎?”

부시이음승흥이귀 과장어궁중제제매 불역쾌호

시를 지어 읊고, 흥을 띄우며 돌아가 궁중宮中 제매娣妹들에게 자랑하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하니,

皆曰 : “諾”

개왈 락

모두 말하기를,

“그 말이 가장 옳다.” 하고,

緣厓而行遵水而下, 少憩于石橋之上, 此時正當春三月也.

연애이행준수이하 소게우석교지상 차시정당춘삼월야

언덕을 가다가 물줄기를 따라가다가 도로 내려와

잠깐 석교石橋 위에서 쉬는데, 이때는 바로 춘삼월春三月이었다.

遂相與緩步而上, 俯見瀑布之源, 林花齊綻紫霞葱籠,

수상여완보이상 부견폭포지원 림화제탄자하총롱

길을 따라 함께 천천히 걸어 올라가 폭포의 근원을 굽어보고,

들꽃이 가지런히 피고, 보랏빛 안개가 자욱하여,

望之如展錦繡之色, 谷鳥爭鳴嬌音宛轉,

망지여전금수지색 곡조쟁명교음완전

마치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한 경치를 바라보노라면,

골짜기의 새들이 교태로운 소리로 다투어 우는 모습은

聞之如奏管絃之曲, 春風使人怡蕩.

문지여주관현지곡 춘풍사인이탕

관현곡管絃曲 연주를 듣는 듯하고,

봄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기쁘고 설레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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