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3

物色挽人留連, 八仙女油然而感怡然而樂,

물색만인류련 팔선녀유연이감이연이락

물색物色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니,

팔선녀八仙女도 피어오르는 기분에 기쁘고 좋아서

百道流泉滙爲澄潭, 踞坐橋上俯瞰溪流,

백도류천회위징담, 거좌교상부감계류

여러 골물이 다리 밑에 모여 넓고 맑은 못이 되어,

다리위에 걸터앉아 산골짜기 시냇물을 굽어보니,

淸冽澄澈如掛廣陵新磨之鏡,

청렬징철여괘광릉신마지경

차고 맑음이 마치 광릉廣陵의 새로 닦은 보배로운 거울을 걸어 놓은 듯하고,

翠蛾紅粧照耀水底, 依俙然一幅美人圖新出於龍眠手下也.

취아홍장조요수저 의희연일폭미인도신출어룡면수하야

푸른 눈썹과 붉은 단장이 물 속에 비치어

의연히 한 폭의 미인도가 용면龍眠 (미인도의 대가) 손아래서 새로 나온 듯하였다.

自愛其影不忍卽起, 殊不覺夕照度嶺, 瞑靄生林也.

자애기영불인즉기 수불각석조도령 명애생림야

스스로 그 그림자를 사랑하여 차마 이내 일어나지 못하고,

석양이 고개를 넘고, 땅거미가 숲 속에 깃든 줄조차 깨닫지 못하였다.

是日性眞至洞庭, 劈琉璃之波, 入水晶之宮,

시일성진지동정 벽유리지파 입수정지궁

이날 성진이 동정호에 이르러

잔잔한 물결을 가르고 수정궁水晶宮에 들어가니,

龍王大悅出迎於宮門之外, 延入殿上分席而坐.

용왕대열출영어궁문지외 연입전상분석이좌

용왕이 크게 기뻐하며 궁문 밖에 마중 나와

전상殿上에 들게 하고 자리에 각각 앉았다.

性眞俯伏, 奏大師遙謝之言, 龍王恭己而聽之,

성진부복 주대사요사지언 용왕공기이청지

성진이 엎드려 대사의 사례의 말을 아뢰니,

용왕이 공손히 그 말을 듣고

遂命設大宴而接之, 珍果仙菜豊潔可口.

수명설대연이접지 진과선채풍결가구

마침내 잔치를 크게 베풀도록 명하여 그를 대접하였는데,

진과선채珍果仙菜가 많고 깨끗하여 구미를 돋우었다.

龍王親自執酌以勸性眞, 性眞固讓曰 :

용왕친자집작이권성진 성진고양왈

용왕이 손수 잔을 잡아 성진에게 권하니

성진이 사양하면서 말하기를,

“酒者伐性之狂藥, 卽佛家大戒,

주자벌성지광약 즉불가대계

"술은 사람의 본심을 어지럽게 하는 광약狂藥이어서

곧 불가佛家의 큰 경계警戒가 되니,

賤僧不敢飮也.”

천승불감음야

이 천승賤僧은 감히 마시지 못하겠습니다."

龍王曰 :

용왕왈

용왕이 말하기를,

“釋氏五戒中禁酒予豈不知, 寡人之酒與人間狂藥大異,

석씨오계중금주여기부지 과인지주여인간광약대이

"부처의 오계五戒에 술을 금하고 있음을 내 어찌 모르겠소만

과인의 술은 인간속세의 광약과는 크게 달라,

只能制人之氣, 未嘗蕩人之心, 上人獨不念寡人慇懃之意耶.”

지능제인지기 미상탕인지심 상인독불념과인은근지의야

다만 사람의 기운을 제어할 수 있을 뿐이고,

사람의 마음을 호탕케는 하지 않으니

스님께서는 과인의 간절한 뜻을 사양치 마시오."

性眞感其厚眷, 不敢强拒 乃連倒三巵, 拜辭龍王出水府,

성진감기후권 불감강거 내연도삼치 배사용왕출수부

성진은 용왕의 후의에 감격하여 감히 사양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잇따라 석 잔을 기울이고

용왕께 하직 인사를 드린 후, 수부水府를 떠나

御冷風向蓮花而來.

어냉풍향연화이래

찬바람을 타고 연화봉을 향해 돌아갔다.

至山底, 頗覺酒暈上面 昏花詰眼, 自訟自曰 :

지산저 파각주훈상면 혼화힐안 자송자왈

산 밑에 이르자,

자못 취기가 얼굴에 올라

정신이 아득해지고 가물가물 꽃이 눈앞에 어른거려 어지러움을 느껴

스스로 중얼거리기를,

“師父若見滿面紅潮, 則豈不驚怪而切責乎?”

사부약견만면홍조 즉기불경괴이절책호

"사부께서 만일 뺨에 홍조紅潮 띤 것을 보시면

어찌 깜짝 놀라 꾸짖지 아니하실까?"하고,

卽臨溪而坐脫其上服, 攝置於睛沙之上,

즉임계이좌탈기상복 섭치어청사지상

곧 시냇가에 앉으며 웃옷을 벗어 깨끗한 모래 위에 놓고

手掬淸波沃其醉面, 忽有異香捩鼻而辿.

수국청파옥기취면 홀유이향렬비이천

두 손으로 깨끗한 물을 움켜 취한 얼굴을 씻는데,

홀연 기이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旣非蘭麝之薰亦非花卉之馥, 而精神自然震蕩,

기비란사지훈역비화훼지복 이정신자연진탕

이는 난초와 사향의 향내도 아니요, 화초의 향기 또한 아니로되,

정신이 자연히 진탕震蕩하며

鄙吝焂爾消鑠, 悠揚荏弱不可形喩. 乃自語曰 :

비린숙이소삭 유양임약불가형유 내자어왈

더럽고 지저분한 기운이 갑자기 없어졌다가 살아나고,

그윽하게 풍겨 오는 기운이 점차 약해지니 형언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에 성진이 스스로 말하기를,

“此溪上流, 有何奇花郁烈之氣, 泛水而來耶?

차계상류 유하기화욱렬지기 범수이래야

“이 냇물의 상류에 어떤 모양의 기이한 꽃이 있기에 이처럼 짙은 향기가

물을 따라 어리어 온단 말인가?

吾當往而尋之.”

오당왕이심지

내 마땅히 가서 그것을 찾아보리라.”

更整衣服沿流而上, 此時八仙女尙在石橋之上,

갱정의복연류이상 차시팔선녀상재석교지상

다시 의복을 정제하고 물길을 따라 올라갔는데,

이때에 팔 선녀가 석교위에 아직도 있다가

正與性眞相遇. 性眞捨其錫杖, 上手而禮曰 :

정여성진상우 성진사기석장 상수이례왈

성진과 정면으로 마주치니,

성진이 지팡이를 놓고 손을 들어 예를 갖추어 말하기를,

“僉女菩薩俯聽貧僧之言. 貧僧卽蓮花道場六觀大師弟子也,

첨녀보살부청빈승지언 빈승즉련화도장육관대사제자야

“여러 보살님들 빈승貧僧의 말을 굽어 들어 주십시오.

빈승은 곧 연화도량蓮花道場 육관대사의 제자로서,

奉師之命下山而去, 方還歸寺中矣.

봉사지명하산이거 방환귀사중의

사부님의 명을 받아 산을 내려갔다가

이제 막 절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石橋甚俠菩薩齊坐, 男女恐不得分路.

석교심협보살제좌 남녀공부득분로

석교는 매우 좁고 보살님들이 단정히 앉아 있으니

남녀가 서로 길을 분변치 못하게 되어 두렵습니다.

惟願僉菩薩暫移蓮步 特借歸路.

유원첨보살잠이연보 특차귀로

오직 바라옵기는 여러 보살님들이 잠깐 연보蓮步를 옮기시어

특별히 돌아갈 길을 빌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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