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이옥봉(李玉峯)은 사문(斯文) 조원(趙瑗)의 소실이다. 그 시가 몹시 맑고 강건하여, 거의 아낙네들의 연지 찍고 분 바르는 말들이 아니다.
남편을 따라 진주부(眞珠府)로 가는 길에 노산묘(魯山墓)를 지나면서 다음과 같이 시를 지었다.
五日長干三日越 오일장간삼일월
哀歌唱斷魯陵雲 애가창단노릉운
妾身亦是王孫女 첩신역시왕손녀
此地鵑聲不忍聞 차지견성불인문
닷새는 장간이요 사흘은 영월이라
참담한 노릉 구름 슬픈 노래 끊어지네
이 몸도 또한 왕손의 딸이라서
이 땅 두견새소리 차마 들을 수 없구려
서군수(徐君受)의 소실이 액서(額書)와 단율(短律)을 부쳐준 데 사례하기를 다음과 같이 하였다.
瘦勁寫成天外態 수경사성천외태
元和脚跡見遺蹤 원화각적견유종
眞書翥鳳飄揚裏 진서저봉표양리
大字崩雲結密中 대자붕운결밀중
試掛山軒疑躍虎 시괘산헌의약호
乍臨江閣訝騰龍 사림강각아등룡
衛夫人筆方知健 위부인필방지건
蘇惹蘭才豈擅工 소야란재기천공
體若蕙枝思則壯 체약혜지사칙장
手纖蔥玉掃能雄 수섬총옥소능웅
神交萬里通文墨 신교만리통문묵
爲報螭珠白玉童 위보리주백옥동
여위고도 굳세게 하늘밖의 정취 써서 이루니
유공권(柳公權) 서체의 남은 자취 보여주네
진서는 나부끼는 가운데 봉새처럼 날아오르고
큰 글씨는 뭉게구름이 응집되었네
시험삼아 산헌에 걸고 보니 호랑이가 뛰는 듯
문득 강각에 거니 용이 오르는 양
위부인 필재 바야흐로 건장한 줄 알거니와
소야란의 재주라고 어찌 공교함을 독차지할 것인가
몸은 마치 혜초가지 같아도 생각은 씩씩하며
가녀린 손 파대공 같건만 글씨를 쓰면 웅장하여라
정신적인 사귐이 만리를 문묵으로 통하니
여의주를 갚기 위해 백옥동자에게 알리노라
그 아우 또한 시를 잘 지어, 언젠가 절구 한 수를 읊었는데, 그 하구는 다음과 같다.
開窓步曉月 개창보효월
露濕梅花枝 로습매화지
창 열고 새백 달빛 아래 거니노라니
이슬은 매화가지에 함초롬하구나
그 전집을 보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옥봉(玉峯)의 이름은 원(媛)이고 완산인(完山人)인데, 충의(忠義) 봉(逢)의 딸이다.
원(瑗)의 자는 백옥(伯玉), 호는 운강(雲江), 임천인(林川人)으로 벼슬은 승지(承旨)이다.
서군수(徐君受)의 이름은 익(益), 호는 만죽(萬竹), 부여인(扶餘人)으로 벼슬은 부사(府使)다.
옥봉의 규정시(閨情詩)에,
有約郞何晩 유약랑하만
庭梅欲謝時 정매욕사시
忽聞枝上鵲 홀문지상작
虛畫鏡中眉 허화경중미
언약하신 서방님 어이 이리 더디신가
뜰가의 매화는 이울려 하는데
갑자기 가지 위에 까치소리를 듣고
헛되이 거울 비쳐 눈썹 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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