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이익지(李益之:이달)는 젊어서 화류계(花柳界)에 출입한 실수로 말미암아, 그 재주를 시새우는 자들이 그것을 가지고 비방하였고, 심지어는 ‘어머니도 잘 대우하지 않고 부인과의 예의도 닦지 않았다.’ 하며 비난해 마지않았다.

양봉래(楊蓬萊:양사언)가 강릉 부사(江陵府使)로 부임했을 때 그를 빈사(賓師)의 예로 대우하자, 강샘하는 이들이 선대부(先大夫 허균의 아버지 허엽(許曄)을 가리킴)에게 무근한 말을 하여 선대부께서 편지로 익지를 사절토록 권하였다. 양봉래가 답장을 보내기를,

“오동꽃은 밤비에 지고, 바닷가 나무는 봄구름 속에 사라진다.[桐花夜雨落 海樹春雲空]

라고 시를 짓는 이달(李達)을 만약 소홀히 대접한다면 진왕(陳王)이 갓 응탕(應瑒)과 유정(劉楨)을 잃을 때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하였다.

그 후에 대우가 약간 소홀해지자, 익지[이달]는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겨 작별하였다.

行子去留際 행자거류제

主人眉睫間 주인미첩간

今朝失黃氣 금조실황기

舊宇憶靑山 구우억청산

魯國爰居饗 노국원거향

南征薏苡還 남정의이환

秋風蘇季子 추풍소계자

又出穆陵關 우출목릉관

나그네의 떠나고 머무름은

주인의 눈썹 사이에 달렸나니

오늘 아침 반기는 빛 없으니

우리 집 고향산 그리워지네

노 나라에선 원거를 잔치해 주고

남정에는 의이로 돌아갔다네

가을바람에 소계자의 신세로

또다시 목릉관을 떠나노라

이에 양봉래가 놀라고 뉘우쳐 대접하기를 전과 같이 하였다.

봉래(蓬萊)의 이름은 사언(士彦), 자는 응빙(應聘), 청주인(淸州人)으로 벼슬은 부사(府使)이다.

선대부(先大夫)의 이름은 엽(曄), 자는 태휘(太輝), 호는 초당(草堂)이며 벼슬은 부제학(副提學)이다.

봉래의 국도시(國島詩)는 다음과 같다.

金屋樓臺拂紫煙 금옥누대불자연

濯龍雲路下群仙 탁용운로하군선

靑山亦厭人間世 청산역염인간세

飛入滄溟萬里天 비입창명만리천

단청한 누대에 보라빛 연기 떨치며

구름길에 용을 타고 여러 신선 내려오네

청산도 또한 인간속세 싫어선지

푸른 바다 같은 만리장천으로 날아드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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