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중형[허봉]이 귀양 가기 전 옥당(玉堂)에 있을 때 꿈속에서 시를 짓기를,
稼圃功夫進
가포공부진, 텃밭에 채마 부치노라니 솜씨야 늘었다만
煙霄夢寐稀
연소몽매희, 천상은 꿈결에도 어렴풋
唯殘賈生淚
유잔고생루 , 오직 가의의 눈물만 남아
夜夜濕寒衣
야야습한의, 밤마다 차가운 옷을 적실 뿐
하더니, 가을이 되자 갑산(甲山)에 귀양 가게 되었다.
누님[허초희, 호는 난설헌]이 평시에 또한 꿈속에서 지은 시에.
碧海浸瑤海
벽해침요해, 푸른 바단 신선 사는 요해에 젖어들고
靑鸞倚彩鳳
청란의채봉, 푸른 난새는 채봉을 기대었구나
芙蓉三九朵
부용삼구타, 연꽃 스물일곱 송이
紅墮月霜寒
홍타월상한, 서리같이 싸늘한 달빛 아래 지는구나
하더니, 이듬해 신선되어 올라가니, 3에 9를 곱하면 27로서 누님 나이와 같으니,
인사에 있어 미리 정해진 운명을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16. 누님[허초희]의 시문은 모두 천성에서 나온 것들이다.
유선시(遊仙詩)를 즐겨 지었는데 시어(詩語)가 모두 맑고 깨끗하여, 음식을 익혀 먹는 속인으로는 미칠 수가 없다.
문(文)도 우뚝하고 기이한데 사륙문(四六文)이 가장 좋다.
백옥루상량문(白玉樓上樑文)이 세상에 전한다.
중형이 일찍이,“경번(景樊)의 재주는 배워서 그렇게 될 수가 없다.
모두가 이태백(李太白)과 이장길(李長吉)의 유음(遺音)이다.” 라고 한 적이 있다.
아, 살아서는 부부금슬이 좋지 못했고, 죽어서는 제사받들 자식이 없으니 옥이 깨진 원통함이 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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