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누제(樓題)에도 좋은 시구가 또한 더러 있다.

임진년에 내가 어머니를 모시고 난리를 피하여 북변으로 들어가다가 곡구역(谷口驛)에 이르니,

임형수(林亨秀)가 지은 시의 항련(項聯)에,

花低玉女酣觴面 화저옥녀감상면

山斷蒼虯飮海腰 산단창규음해요

꽃이 고개 숙이니 술 취한 미녀의 얼굴 같고

산이 끊어지니 바닷물 마시는 푸른 용의 허리 같구나

하였다.

시어(詩語)가 청절(淸絶)하니 어찌 누제라 하여 흠잡을 수 있겠는가.

형수의 자는 사수(士遂)이고, 호는 금호(錦湖)이다. 평택인(平澤人)으로 벼슬은 목사를 지냈는데, 정미년 벽서(壁書) 사건 때 원통하게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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