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金悅卿。高節卓爾。不可尙已。

김열경(金悅卿) [열경은 김시습(金時習)의 자]의 높은 절개는 우뚝하니 더할 나위가 없다.

其詩文俱超邁。以其遊戲不用意得之。故強弩之末。每雜蔓語張打油。可厭也。

그 시문도 초매하나 마음 쓰지 않고 유희삼아 지었기 때문에 억센 화살의 끝과 같아서 매번 허튼 말이 섞이니 장타유(張打油)와 말 같이 싫증이 난다.

其題細香院曰。

그가 세향원(細香院)에 쓴 시에,

朝日將暾曙色分。조일장돈서색분。

林霏開處鳥呼群。림비개처조호군。

遠峯浮翠排窓看。원봉부취배창간。

隣寺鍾聲隔巘聞。린사종성격헌문。

靑鳥信傳窺藥竈。청조신전규약조。

碧桃花下照苔紋。벽도화하조태문。

定應羽客朝元返。정응우객조원반。

松下閑披小篆文。송하한피소전문。

아침해 돋으려 하니 새벽빛이 갈라지고

숲 안개 걷힌 곳에 새의 무리를 부르는구나

멀리 봉우리에 뜬 푸른 빛 창 열고 바라보며

이웃 절 종소리는 언덕 너머 들리고

파랑새는 소식 전하며 약 솥을 엿보고

벽도화(碧桃花) 떨어져 이끼에 비추이네

아마도 신선은 조원각(朝元閣)에 돌아가서

솥 아래 한가로이 소전문(小篆文)을 펴 보리

昭陽亭曰。

소양정(昭陽亭)에서는,

鳥外天將盡。조외천장진。

吟邊恨未休。음변한미휴。

山多從北轉。산다종북전。

江自向西流。강자향서류。

雁下汀洲遠。안하정주원。

舟回古岸幽。주회고안유。

何時抛世網。하시포세망。

乘興此重遊。승흥차중유。

새 너머 하늘은 끝나려 하고

읊조림 끝에 한은 그지없어라

산은 첩첩 북을 따라 굽이쳐 가고

강은 절로 서쪽 향해 흐르는구나

먼 물가에 기러기 내려와 앉고

그윽한 옛 기슭엔 배 돌려오네

어느 제나 속세 그물 떨쳐버리고

흥을 따라 이곳에 다시 와 놀아볼까

山行曰。

산행(山行)'에서는,

兒捕蜻蜓翁補籬。아포청정옹보리。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橫擔烏藤一個枝。횡담오등일개지。

아이는 잠자리 잡고 할아비는 울타리 고치고

작은 개울 봄 물에 가마우지 목욕하네

푸른 산 끊긴 곳에 돌아갈 길은 먼데

검은 등나무지팡이 하나비껴 메고지난다

俱脫去塵臼。和平澹雅。彼纖靡雕琢者。當讓一頭也。

라 했는데, 모두 속기를 떨쳐버려 화평(和平)하고 담아(澹雅)하니 저 섬세하게 다듬는 자들은 응당 앞자리를 양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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