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철

http://100.naver.com/100.nhn?docid=83394


[해설]작자 송강 정철이 50세 때인 1585년(선조 18) 동인(東人)이 합세하여 서인(西人)을 공격하므로 서인의 앞장을 섰던 송강은 부득이 고향인 창평(昌平)에 내려가 4년 동안을 지내야만 했다.

이 가사는 그 동안에 지어진 작품으로, 정홍명(鄭弘溟)이 이식(李植)에게 보낸 편지에 《사미인곡》에 대하여 언급한 구절이 있는데, 그 내용에 따르면 87년(선조 20)에서 88년 사이에 쓰여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작자는 이 가사에서 임금에 대한 간절한 충정을, 한 여인이 지아비를 사모하는 마음에 비유하면서 자신의 뜻을 우의적(寓意的)으로 표현하였다. 제목은 《시경(詩經)》이나 《초사(楚辭)》에서 따온 것이지만 내용은 순수한 우리말을 구사한 창작이다.

모두 63절(행) 126구(句)로 이루어졌다. 전편(全篇)의 구성은 ① 서사(緖詞), ② 원사(怨詞:春怨·夏怨·秋怨·冬怨), ③ 결사(結詞) 부분으로 3분단(分段) 할 수 있다. 이 가사의 속편인 《속미인곡(續美人曲)》이 있는데, 그것 역시 동곡이교(同曲異巧)의 작품으로, 송강 스스로도 두 작품을 통틀어 '전후미인곡(前後美人曲)'이라 일컬었다. 가사문학의 정상(頂上)으로 꼽히는 작자의 가사집송강가사》에 수록되어 전한다.


http://www.woorimal.net/hangul/gojunsiga/ka-sameengok.htm

구성 : 서사, 본사, 결사의 3단 구성 (本詞는 春, 夏, 秋, 冬으로 됨)

1. 서사 → 임과의 인연 및 이별 후의 그리움과 세월의 무상감

2. 본사(春怨) → 매화를 꺾어 임에게 보내드리고 싶음.

3. 본사(夏怨) → 임에 대한 알뜰한 정성

4. 본사(秋怨) → 선정을 갈망함

5. 본사(冬怨) → 임에 대한 염려

6. 결사 → 임을 향한 변함없는 충성심(일편단심)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

한생 연분이며 하늘 모를 일이런가.
(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 태어나니 /

한평생을 살아갈 인연이며, 이것을 하늘이 모르겠는가 )

나 하나 졈어 잇고 님 하나 날 괴시니 /

이 마음 이 사랑 견졸 데 노여 업다.
( 나 오직 젊었고 님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할 곳이 다시 없구나 )

평생애 원하요데 한데 녜쟈 하얏더니 /

늙거야 므스 일로 외오 두고 글이는고
( 평생에 원하되 임과 함께 살아가려고 하였더니 /

늙어서야 무슨 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

엊그제 님을 뫼셔 광한뎐(廣寒殿)의 올낫더니 /

그 더데 엇디하야 하계(下界)예 나려오니
( 엊그제는 임을 모시고 궁전에 올라 있었는데 /

그동안 어찌하여 속세에 내려와 있는가 )

올 저긔 비슨 머리 얼킈연디 삼년이라 /

연지분 잇내마는 눌 위하야 고이할고
( 내려올 때 빗은 머리가 헝클어진 지 삼 년이라 /

연지와 분이 있지만 누굴 위해 곱게 단장하겠는가 )

마음의 맺친 실음 텹텹이 싸혀 이셔 /

짓나니 한숨이오 디나니 눈믈이라.
( 마음에 맺힌 근심이 겹겨으로 쌓여 있어서 /

짓는 것이 한숨이요, 흐르는 것이 눈물이구나 )

인생은 유한한데 시름도 그지업다 /

무심한 셰월은 믈 흐르듯 하는고야
( 인생은 유한한데 근심은 끝이 없다 /

무심한 세월의 순환이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나 )

염냥(炎凉)이 때를 아라 가는 듯 고텨 오니 /

듯거니 보거니 늣길 일도 하도 할샤
( 더웠다 서늘해졌다 하는 계절의 바뀜이 때를 알아 갔다가는 다시 오니 /

듣거니 보거니 하는 가운데 느낄 일이 많기도 하구나. )

동풍(東風)이 것듯 부러 젹셜(積雪)을 헤텨내니 /

창 밧긔 심근 매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봄바람이 문득 불어 쌓인 눈을 녹여 헤쳐내니 /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송이 피었구나 )

갓득 냉담(冷淡)한데 암향(暗香)은 므스 일고.
( 가뜩이나 매화는 차갑고 변화없이 담담한데 그윽한 향기까지 무슨 일로 내풍기고 있는가 )

황혼의 달이 조차 벼 마테 빗최니 /

늣기는 듯 반기는 듯 님이신가 아니신가
(황혼의 달이 쫓아와 베갯머리에 비치니 /

흐느껴 우는 듯, 반가워하는 듯하니 이 달이 님인가 아닌가)

뎌 매화 것거 내여 님겨신 데 보내오져 /

님이 너를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

님이 너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실까 )

꼿 디고 새 닙 나니 녹음이 깔렷는데 /

나위(羅暐) 적막하고, 슈막(繡幕)이 뷔여 잇다.
( 꽃이 떨어지고 새 잎이 나니 푸른 녹음이 우거져 나무그늘이 깔렸는데/

비단휘장은 쓸쓸히 걸렸고, 수놓은 장막만이 드리워져 있다 )

부용(芙蓉)을 거더 노코, 공쟉(孔雀)을 둘러두니 /

갓득 시름 한데 날은 엇디 기돗던고
( 연꽃무늬가 있는 방장을 걷어놓고 공작 병풍을 두르니 /

가뜩이나 근심걱정이 많은데 하루해는 어찌 이렇게 길고 지루하기만 할까 )

원앙금(鴛鴦錦) 버혀 노코, 오색션 플텨 내어 /

금자헤 견화이셔 님의 옷 지어내니
( 원앙 그림의 비단을 베어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서 /

금으로 만든 자로 재어 임의 옷을 만드니 )

슈품(手品)은 카니와 제도(制度)도 가잘시고 /

산호슈 지게 우헤 백옥함의 다마 두고
( 솜씨는 말할 것도 없고 격식도 갖추어져 있구나 /

산호수로 만든 지게위에 백옥함 안에 옷을 담아놓고 )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데 바라보니 /

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고
( 님에게 보내려고 님이 계신 곳을 바라보니 /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

쳔리(千里) 만리(萬里) 길흘 뉘라셔 차자갈고 /

니거든 여러두고 날인가 반기실까
( 천만 리나 되는 머나먼 길을 누가 감히 찾아갈까 /

가거든 이 함을 열어두고 나를 보신 듯 반가워하실까 )

하루밤 서리김의 기러기 우러 녤 제 /

위루(危樓)에 혼자 올나 슈정념(水晶簾) 거든 말이,
( 하룻밤 사이에 서리 내릴 무렵 기러기가 울며 날아갈 때 /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서 수정렴을 걷으니 )

동산(東山)의 달이 나고 븍극(北極)의 별이 뵈니 /

님이신가 반기니 눈믈이 절로 난다.
(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쪽 하늘에 별이 보이니 /

임이신가 하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나는구나 )

청광(淸光)을 쥐여 내여 봉황누의 븟티고져.
( 저 맑은 달빛과 별빛을 모두 모아서 임 계신 곳으로 부쳐 보내고 싶구나 )

누(樓) 우헤 거러 두고 팔황(八荒)의 다 비최여
( 그러면 임께서는 그것을 누각 위에 걸어두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

심산궁곡(深山窮谷) 졈낫가티 맹그쇼셔.
( 깊은 두메 험한 산골짜기까지도 대낮같이 환하게 만드소서. )

건곤(乾坤)이 폐색(閉塞)하야 백셜(白雪)이 한 빗친 제
( 천지가 겨울의 추위로 얼어 생기가 막혀 흰눈이 일색으로 덮혀 있을 때 )

사람은카니와 날새도 긋쳐 잇다.
(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다니는 새의 움직임도 끊어져 있구나 )

쇼샹남반(瀟湘南畔)도 치오미 이러커든 /

옥누고쳐(玉樓高處)야 더옥 닐너 므슴하리.
(소상강 남쪽 둔덕과 같이 따뜻한 이곳도 이처럼 추운데 /

북쪽의 임이 계신곳은 말해 무엇하리)

양츈(陽春)을 부쳐 내여 님 겨신 데 쏘이고져.
( 따뜻한 봄기운을 활활 부치어 일으켜 이 계신 곳에 쬐게 하고 싶어라 )

모쳠(茅詹) 비쵠 해를 옥누의 올리고져.
( 초가집 처마에 비친 따뜻한 햇볕을 임 계신 곳에 올리고 싶어라. )

홍샹(紅裳)을 늬믜차고 취수(翠袖)를 반만 거더
(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

일모슈듁(日暮脩竹)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 해는 저물었는데 길 게 자란 대나무에 기대어 서보니, 헤아려보는 여러생각이 많기도 많구나 )

댜란 해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

쳥등(靑燈)을 거른 겻테 뎐공후 노하 두고
( 짧은 해가 이내 넘어가고 긴 밤을 꼿꼿이 앉아 /

청사초롱을 걸어놓은 곁에 전공후를 놓아두고 )

꿈의나 님을 보려 택 밧고 비겨시니 /

앙금(鴦衾)도 차도 찰샤 이 밤은 언제 샐고.
( 꿈에서나 임을 보려고 턱을 바치고 기대어 있으니 /

원앙새를 수놓은 이불이 차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나 다 할 것인가 ? )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셜흔 날 /

져근덧 생각 마라 이 시름 닛쟈 하니
( 하루는 열두 시간, 한달은 서른 날 /

잠시라도 임 생각하지 말아 이 시름을 잊으려 하니 )

마음의 맺혀 이셔 골슈(骨髓)의 께텨시니 /

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 하리.
( 마음 속에 맺혀 있 뼈속까지 사무쳤으니 /

편작같은 명의가 열 명이 오더라도 이 병을 어찌하리 )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

찰하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 아, 내 병이야 이 임의 탓이로다 /

차라리 죽어 호랑나비가 되리라. )

곳나모 가지마다 간 데 죡죡 안니다가 /

향 므든 날애로 님의 오세 올므리라.
( 그리하여 꽃나무 가지마다 간 데 족족 앉았다가 /

향기 묻힌 날개로 임의 옷에 옮으리라. )

님이야 날인 줄 모라셔도 내님 조차려 하노라.
( 님이야 그 호랑나비가 나인 줄 모르셔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려 하노라. )

-<송강가사>-

[ 감상 및 해설 ]

이 노래는 송강이 50세 되던 해에 조정에서 물러난 4년간 전남 창평으로 내려가 우거(寓居)하며 불우한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자신의 처지를 노래한 작품으로, 뛰어난 우리말의 구사와 세련된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상 전개상의 특징으로 4계절의 경물 변화와 그에 따른 사모의 정을 읊는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임금을 사모하는 신하의 정성을, 한 여인이 그 남편을 생이별하고 그리워하는 연모의 정으로 바꾸어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체의 내용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적 변화에 따라 사무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으며, 작품의 서두와 결말을 두고 있어서, 모두 여섯 단락으로 구분된다. 외로운 신하가 임금을 그리워하는 심경은 계절의 변화와 관계없이 한결같음을 볼 수 있다.

제목인 ‘사미인(思美人)’은 중국 초나라 굴원(屈原)의 ‘이소(離騷)’ 제 9장의 ‘사미인’과 같다. 그래서 임금께 제 뜻을 얻지 못하더라도 충성심만은 변함이 없어 죽어서도 스스로를 지킨다는 이소의 충군적 내용에다, 송강 자신의 처지를 맞추어 노래한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우리 문학에서 연원을 찾는다면 고려 때의 ‘정과정’과 조선 성종 때의 조위(曺偉)의 유배가사 ‘만분가(萬憤歌)’ 등을 들 수 있으나, 이러한 작품의 아작(亞作)이 아니라 송강다운 문학적 개성과 독창성을 발휘한 뛰어난 작품이다.

또 매우 세련된 문학적 표현은 <속미인곡>, <관동별곡>과 함께 서포 김만중에 의해 높이 평가받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속미인곡>이 순수한 우리말의 멋을 잘 살리고 있는 것에 비해서, 이 작품에는 부분적으로 관념적인 한자어가 드러나 있다는 점이 흠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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