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1a05]
漢永平五年。剡縣劉晨阮肇。
共入天台山。迷不得返。
한(漢)나라 영평(永平) 5년에 염현(剡縣)의 유신(劉晨)과 원조(元肇)가
함께 천태산(天台山)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고 돌아오지 못했다.
經十三日糧乏盡飢餧殆死遙望山。
上有一桃樹。大有子實 永無登路。
攀緣藤葛乃得至上。
13일 동안을 지내자 양식은 떨어지고 배가 고파 거의 죽게 되었다.
멀리서 산꼭대기를 바라보니 복숭아나무가 하나 있는데
큰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그러자 올라가는 길이 없어 등나무와 칡을 부여잡고서야 겨우 오르게 되었다.
各噉數枚而飢止體充。復下山持杯取水欲盥嗽。
見蕪菁葉從山腹流出。甚鮮新。
復一杯流出有胡麻飯糝。
便共沒水逆流。行二三里
각각 몇 개씩 따 먹고 배를 채우고는
다시 산에서 내려와 잔을 가지고 물을 떠서 양치질을 하려고 했다.
무잎이 산 허리에서 흘러 내려오는데 매우 싱싱하였고,
또 쌀밥과 깨가 담긴 잔 하나가 흘러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둘이 함께 물에 들어갔다가 물에 빠져 거슬러 흘러 2, 3리쯤 갔다.
得度山出一大溪邊。有二女子。
姿質妙絕。見二人持杯出。便笑曰。
劉阮二郎捉向所失流杯來。
겨우 산을 지나 어떤 시냇가에 이르렀는데,
거기에 어떤 두 여자가 있었다.
자태가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그녀들은 이들이 잔을 가지고 나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유신과 원조 두 서방님이 아까 우리가 떠내려 보냈던 잔을 가지고 오신다."
晨肇既不識之。
二女便呼其姓如似有舊。相見而悉問。
來何晚。
유신과 원조는 그녀들을 알지 못하는데
그녀들은 이들의 성을 부르면서 구면인 듯
서로 안부를 묻고는 이렇게 물었다.
"왜 이렇게 늦었습니까?"
因要還家。皆銅瓦屋。
南壁及東壁下各有一大床。
皆施絳羅帳。帳角懸鈴 金銀交錯。
床頭各有十侍婢。勅云。
그리하여 다 함께 그녀들의 집으로 갔는데,
그 집은 다 구리기와로 되어 있고,
남쪽 벽과 동쪽 벽 밑에는 각각 큰 침대 하나씩 있었다.
모두 비단 장막으로 둘러쳐 있고
장막 끝에는 방울을 달아 놓았으며 금과 은을 섞어 장식하고,
침대 머리에는 각각 10명의 종[侍婢]이 있었다.
그녀들은 종에게 명하였다.
劉阮二郎經涉山岨。
向雖得瓊實猶尚虛弊。可速作食。
"이 두 서방님은 험한 산을 넘어 오셨다.
아까 그 복숭아를 드셨지만 그래도 시장하실 터이니 빨리 밥을 지어라."
食胡麻飯山羊脯牛肉甚甘美。
食畢行酒。有一群女來。
各持五三桃子。笑而言。
賀汝婿來。
그래서 이들은 깨밥과 매우 맛있는 산양포와 쇠고기를 먹었다.
다 먹고 나서 술을 들 때
한 무리의 여자들이 복숭아 열다섯 개를 가지고 와서 웃으면서 말하였다.
"너희들의 서방님이 오신 것을 축하한다."
酒酣作樂。
至暮令各就一帳宿。女往就之。
言聲清婉。令人忘憂。
그리고 술에 취하자 음악을 연주했다.
저녁이 되어 각각 침대에 가서 잘 때 그녀들도 왔다.
말소리는 맑고 고와 사람의 근심을 잊게 하였다.
遂停半年。氣候草木是春時百鳥啼鳴。
更懷悲思。求歸甚苦。女曰。
罪牽君當可如何。
반년이 지나
기후와 초목들이 다 봄을 맞아 온갖 새들이 울어댔다.
이들이 다시 슬픈 생각이 생겨 돌아가기를 간절히 청하자 그녀들이 말하였다.
"당신들을 끌고 온 죄를 어찌할 수 있겠는가?"
遂呼前來女子。有三四十人。集會奏樂。
共送劉阮指示還路。
그리고 먼저 왔던 여자를 불러 3, 40명이 모이자 음악을 연주했다.
그리고 유신과 원조에게 돌아갈 길을 가르쳐 주면서 전송했다.
既出親舊零落。邑屋改異無復相識。
問訊得七世孫。傳聞上世入山迷不得歸。
이들이 돌아오자 친구들은 다 죽었고
살던 집도 모두 허물어져 알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묻고 물어서 겨우 7대[世] 손자를 찾았는데,
그들은 옛날 조상들이 산에 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하였다.
至晉太元八年。忽復去不知何所。
진(晋)나라 태원(太元) 8년(383)에
다시 가 보았으나 그녀들은 간 곳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