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1a28]
漢時太山黃原。平旦開門。
忽有一青犬在門外伏。守備如家養。
한(漢)나라 때 태산(太山)의 황원(黃原)은 아침에 문을 열자
갑자기 푸른 개 한 마리가 문 밖에 엎드려서 집을 지키고 있었는데
마치 집에서 기르는 개와 같았다.
原紲犬隨隣里獵。
日垂夕見一鹿。便放犬。
犬行甚遲。原絕力逐不及。
황원은 이 개를 끌고 이웃을 따라 사냥하러 나갔다.
해가 지려 할 무렵에 사슴 한 마리를 보고 곧 개를 놓았다.
개의 걸음은 매우 느리고 황원도 힘이 빠져 아무리 쫓아가도 미치지 못했다.
行數里至一穴。入百餘步。
忽有平衢。槐柳列植行牆迴匝。
몇 리를 걸어 한 굴에 이르러 백여 걸음 들어가자
갑자기 네거리가 나왔다.
홰나무와 버드나무가 줄을 지어 늘어서 집 담을 둘러쌌다.
原隨犬入門。列房櫳戶可有數十間。
皆女子。姿容妍媚 衣裳鮮麗。
或撫琴瑟 或執博棊。
황원은 개를 따라 문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 개의 방과 문이 수십 칸이나 있었는데
그곳에는 다 여자들이 있었다.
얼굴이 아름답고 옷도 화려한데,
혹은 거문고와 비파를 만지고 있기도 했고
혹은 장기와 바둑을 두고 있기도 하였다.
至北閤有三間屋。二人侍直。若有所伺。
見原相視而笑。此青犬所致妙音婿也。
북각(北閣)에 이르자 3칸 집이 있었는데 두 사람이 번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무엇을 살피는 듯하다가 황원을 보자 서로 보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이 푸른 개가 묘음(妙音) 서방님을 모시고 왔구나."
一人留一人入閤。
須臾有四婢出。稱太真夫人白黃郎。
그러더니 한 사람은 거기 있고 한 사람은 집으로 들어갔다.
조금 있다가 네 사람의 여종이 나와
태진(太眞) 부인 백황랑(白黃郞)이라 자칭했다.
有一女年已弱笄。冥數應為君婦。
既暮引原入內。內有南向堂。堂前有池。
池中有臺 臺四角有徑尺穴。穴中有光映帷席。
그녀들에게 한 딸이 있었는데 나이 20세로서 남의 아내가 될 만했다.
날이 저물자 그녀는 황원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남향의 집이 있고 집 앞에는 못이 있으며
못 가운데에는 누대가 있고
누대의 네 모퉁이에는 직경 한 자쯤 되는 굴이 있으며
굴 속에는 빛이 있어 휘장을 비추었다.
妙音容色婉妙侍婢亦美。
交禮既畢。宴寢如舊。
經數日原欲暫還報家。
묘음은 얼굴이 곱고 그 여종도 아름다웠다.
서로 예를 마친 뒤에 마치 일찍부터 친한 것처럼 함께 잠을 잤다.
여러 날을 지나 황원은 잠깐 집에 돌아가려고 했다.
妙音曰。
人神道異。本非久勢。
묘음이 말하였다.
"사람과 귀신은 길이 다르므로 원래 오래 있을 형편이 아닙니다."
至明日解珮分袂。臨階洟泗。
後會無期。深加愛敬。
이튿날 그녀는 패물을 끌러 주고, 헤어질 때는 뜰에 내려와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다시 만날 기약이 없었으므로 더욱 사랑하고 공경했다.
若能相思 至三月旦可修齋潔。
묘음이 말했다.
"만일 생각이 나거든 3월 아침에 재결(齋潔)하십시오."
四婢送出門。半日至家。情念恍忽。
每至其期 常見空中有軿車髣髴若飛。
(右此三驗出幽冥錄)
그리고 네 사람의 여종은 문 밖까지 나와 전송했다.
그는 반나절 만에 집에 돌아왔으나 마음은 황홀하였다.
늘 기일(期日)이 될 때마다 황원은 항상 공중에서 날 듯하는 병거(輧車)를 보았다.
[이상 세 가지 증험은 『유명록(幽冥錄)』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