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섬

-홍신선

대교를 건넜다. 피난민 몇이 과거 버린 채 살고 있다

마을 밖에는

동체뿐인 새우젖 배들

빈 돛대 몇이 겨울 한기에 가까스로

등받치고 기다리고


물빠진 갯고랑, 삭은 시간들 삭은 물에 이어져 잠겨 있다.

일직선,버려진 마음들로 쌓아올린 방파제까지

나문재나무들 줄지어 나가 있다.

뻘에 두발 내리고 붙어 있는 목에 힘준 저들.

쓸리지 않으면

개흙으로 삭는 일

더러 쓸리면

닻으로 일생 내리는 저들의 일.


힘 힘 풀어놓고

공판장 매표소 회집들로 선착장에 힘 풀어놓고

두어걸음 비켜서서

말채나무 오그라든 두 손에

저보다 큰 겨울하늘 든 채 있다.

사는 일이 사는 일로 투명하게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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