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무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문학 > 시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섬 -홍신선  (0) 2008.07.20
봄 外-허영자  (1) 2008.07.20
눈 오는 날 -조상기  (1) 2008.07.20
죄 -조남익  (1) 2008.07.20
어두운 지하도 입구에 서서 -정희성  (0) 2008.07.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