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각 학을 보면서 미당 선생의 <학>을 떠올립니다.
학(鶴)
-미당 서정주
천년(千年) 맺힌 시름을
출렁이는 물살도 없이
고운 강물이 흐르듯
鶴이 나른다.
千年을 보던 눈이
千年을 파닥거리던 날개가
또한번 천애(天涯)에 맞부딪노나
山덩어리 같아야 할 분노(忿怒)가
草木도 울려야할 서름이
저리도 조용히 흐르는구나.
보라, 옥빛, 꼭두선이,
보라, 옥빛, 꼭두선이,
누이의 수틀을 보듯
세상은 보자.
누이의 어깨 넘어
누이의 수(繡)틀속의 꽃밭을 보듯
세상을 보자.
울음은 해일(海溢)
아니면 크나큰 제사(齊祀)와 같이
춤이야 어느 땐들 골라 못추랴.
멍멍히 잦은 목을 제쭉지에 묻을바에야.
춤이야 어느 술참땐들 골라 못추랴.
긴 머리 자진머리 일렁이는 구름속을
저, 우름으로도 춤으로도 참음으로 다하지못한 것이
어루만지듯 어루만지듯
저승 곁을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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