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내재율은 리듬과 운(韻)에 의해 결정된다. 리듬의 요소는 음수율과 음보율인데, 3․4조 4․4조는 음수율이고, 고려가요는 3음보격[울어라 울어라 새여]이고 시조는 4음보격이다. 음보란 끊어 읽는 호흡의 단위로 보면 된다. 한국시에서는 대개 3음절 내지 4음절이 1음보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청산별곡 "살어리 살으리랏다"의 후렴은 "살으리/ 살으리/ 랏다"로 끊어 읽으므로 "랏다"는 2음절이 1음보를 형성한다. "울어라 울어라 새여"에서 "새여"도 2음절이 1음보를 나타낸다.

그런데 한국시에는 내재율의 중요한 요소의 하나인 운이 없다. 한시에는 각운이 있고, 영시에는 각운은 물론, 두운․요운까지 있는데. 그래서 나는 시의 운을 설명할 때 Wax의 <오빠>의 가사를예시로든다. 운에 그만큼 신경 쓴 한국현대시 작품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오빠 나만 바라봐

봐봐 그렇게 봐봐

아파 마음이 아파

내 맘 왜 몰라줘

오빠 그녀는 왜 봐

거봐 그녀는 나빠

봐봐 이제 나를 가져봐

이제 나를 가져봐


각 행의 제1어절의 제2음절엔 “빠, 봐, 파”를 배치하고, 행의 마지막에도 “ 봐, 파, 빠”로 끝내어 초성의 순음과 “아” 발음이 절묘하게 한시에서의 성율[한시에서는 평측법]과 운율을 확대 재생산하게 된다.


그런데 정지용의 <향수>에서도 운을 지적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매연의 마지막 구절의


-ㄴ[는, 던]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가 그것이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는 고려가요 후렴처럼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문장>지 편집장 시절, 청록파 시인들을 등단시킨 데서도 시에서 음악성을 중시하는 그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찾으려 애쓴 그의 흔적도 감지된다. "얼룩배기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은 울음이라는 청각적 이미지에, 금빛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덧칠한 그의 이미지즘시의 대표적 구절이다.

간략한 연보와 시세계를 점검하고 그의 대표 작품을 다시 읽어본다.

[참고]흘러간 가요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고향‘에 나오는 붉은 빛깔의 찔레꽃은 적화통일을 꿈꾸는 북한 애들이 날조한 빛깔이라는군요. 붉은 찔레꽃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거죠. 꽃잎이 붉다면 그건 이미 찔레꽃이 아니라 장미꽃이겠지요.



정지용(1903,5,15-?)


충북 옥천 출생. 휘문고보. 일본유학 경도 동지사대 영문학 전공.

휘문고 교사, 이화여전 교수.

’30 시문학 동인.

<고향> 채동선 바이올린 곡으로 작곡.

88년 解禁.

지용희 <향수> 작곡.

三男(북)-長男(남) 이산가족 상봉


그의 시세계를 4가지로 나눈 분도 있다.


1. 실향의식: 고향의 시인. 주권회복의 꿈

--<고향> <향수>

2. 진보의식, 외래의식, 서구지향성

--<바다2>

*산-전통의식, 뿌리의식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 정지용은 전통시에 현대적 호흡과 맥박을 불어넣은 분이다.

3. 주지주의. 이미지즘

--<유리창> 어둠을 닦다.

“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자식의 죽음 표상)

*시의 상징

밤- 절망

물 먹은 별- 슬픔

보석- 광물성

4. 정신주의(동양) : 후기시 《백록담》

-- <長壽山> 벌목정정. 선비주의. 웃절중

*cf. 물질주의(서양)


<고향>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고향:채동선 곡/소프라노 박계

http://blog.naver.com/hhwa514/150004380179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발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줍던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어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향수:지용희 곡/테너 박인수 &이동원

http://blog.naver.com/kyccpu/30019507202

<바다2>

─정지용


한 백년 진흙 속에

숨어 나온듯이,


게처럼 옆으로

기여가 보노니,


머언 푸른 하늘 알로


가이 없는 모래 밭.



<바다7 >

─정지용


바다는 뿔뿔이

달어 날랴고 했다.


푸른 도마뱀떼 같이

재재발렀다.


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었다.


흰 발톱에 찢긴

산호보다붉고 슬픈 생채기!


가까스루 몰아다 부치고

변죽을 둘러 손질하여 물기를 시쳤다.


이 앨쓴 해도에

손을 씻고 떼었다.


찰찰 넘치도록

돌돌 굴르도록


희동그란히 받쳐 들었다!

지구는 연닢인양 오므라들고....펴고....


꽃봉오리 줄등 켜듯한

조그만 산으로-하고있을까요.


솔나무 대나무

다옥한 수풀로-하고 있을까요?

노랑 검정 알롱 달롱한

블랑키트 두르고 쪼그린 호랑이로-학있을까요?


당신은 [이렇한 풍경] 을 데불고

흰 연기 같은

바다

멀리멀리 항해합쇼.

향수 [鄕愁] 해설

http://100.naver.com/100.nhn?docid=188416

정지용이 일본에 유학갈 때 고향을 그리며 쓴 시로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하였다. 정지용은 능란한 시어 구사를 통해 선명한 이미지를 살리는 모더니즘의 대표적 시인이며 감각적 이미지를 구체화함으로써 감각적 이미지즘의 독창적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는다. 《향수》는 감각적, 회화적, 향토적인 언어 구사를 통해 인간의 공통된 정서인 향수를 한가로운 고향의 정경을 통하여 한 폭의 풍경화처럼 생생하게 그려낸 그의 모더니즘 시의 대표작이다. 특히 감각화된 이미지들과 아름다운 우리 말 시어들이 이 시의 서정적 승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시에 나타난 고향의 풍경과 삶의 모습은 개인의 체험에서 벗어나 민족의 보편적 정서에 닿아 있음으로써 공통적인 감동을 느끼게 한다.

인간에게 존재의 원천이자 삶의 안식처인 고향이라는 대상을 독특한 감각과 향토적 서정을 바탕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각 연에서는 감각적 언어 구사를 통해 고향의 시각적 이미지를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시적 자아와 자연과의 일체감을 통하여 고향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지즐대는' '헤설피' '풀섶' '함초롬' 등의 시어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에 집착했던 정지용의 언어적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실개천' '얼룩백이 황소' '질화로' '짚베개' 등의 토속적인 소재들이 참신한 비유를 통해 감각적으로 제시되면서 고향의 모습을 정겹고 아늑한 것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각 연은 '∼던 곳'으로 끝나 이미지의 통일성을 이루고 있고, 각 연의 후렴구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는 순환리듬의 전형을 보여주며, 각 연을 연결해 주는 고리로서 시에 훌륭한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다. 후렴구의 반복은 시각적인 자극과 아울러 청각적인 자극을 줌으로써 원형적 고향으로 돌아가는 체험을 반복하게 한다. '∼ㄹ리야'와 같은 부드럽게 다듬어진 어미를 사용함으로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애틋하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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