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직장에 네 명의 동료가 8월 말일이면 정년으로 직장을 떠난다. 돌아보면 회한도 많을 테고 가르침에 소홀함은 없었는지, 학생들의 가슴에 무엇을 남겨 주었는지 반성하게 될 것이다. 나는 가르치는 일에 제일 소중한 건 열정이라 생각한다. 지식 내용이 좀 정제되지 않은 거친 것이라 하더라도 가르치는 이가 그 지식의 핵심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면 학생들은 대부분 그 열정의 절반 이상에는 도달해 있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전교조 일에 골몰했던 내 친구 하나는 1년반 전에 선택 정년을 했는데, 또 한 친구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선택정년을 신청했다고 한다.

1998년 IMF 때는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가정이 무너지고 중소도시의 역 구내에까지 노숙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권문제가 결부되면 노숙자 문제는 선진 국가라도 그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정부에서 충분한 수용시설을 지어 놓았는데도 천막을 치며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일회성의 인생에 정년이란 죽음처럼 또하나의 단절성을 각인하는 게 아닌가 하여 가슴 속이 짠하다.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오다가 정년하는 분들을 생각하며 직장의 풍경을 몇 군데 담아보았다. 이 사진들을 보변 자기의 과거를 회억하는 데 다소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몇 꼭지로 나누어 싣는다. 날씨마저 가랑비가 오락가락하여 퇴임분위기에 어울린다.

맨아래 사진의 오른쪽 언덕 아래가 신라 때에는 왕들의 낚시터였고, 김동리의 <무녀도>에서 무당이 아들 동이로 대표되는 기독교문화에 밀려 굿을 하면서 침몰한 서천 저수지이다. 조동일이 채록한 설화집에도 옛날엔 명주실 한 꾸리가 다 풀려 들어갈 정도로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웠다 한다.

지금의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살았던 동리 소년은 징소리를 듣고 굿구경 왔다가 무녀의 몰락을 목격했다고 한다. 신들과 교통하며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할 무당의 죽음은오랜동안 그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후에 무속문화와 기독교문화의 갈등을 설정하여 향토색 짙은 <무녀도>라는 소설 한편을결구했고, 다시 이를 늘여 장편 <을화>까지 출간햇다.

나는 1968년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한 신문학 60년 강연회에서 그의 눌변을 통해 직접 들었다. 이럴 때 신역 불경에서는 "여시아문(如是我聞)"으로 글을 시작한다. 서력 300년경 육조시대 구마나습 번역을 구역이라 하고, 600년경 당나라 현장법사가 인도에서 불경을 싣고와 번역한 것이 신역인데, 구역에서는 "如是"로 시작한다. 해인사의 고려대장경 목판은 구역을 텍스트로 하여 목각한 것이다.

서천 저수지는 한의학관 바로 코 앞에 위치하고 있는데, 수면 위 암벽에는 신라 때의 암각화도 있다.

[사전]

정년제 [停年制]

[명사]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퇴직하도록 정하여진 제도.

선택정년제 [選擇停年制]

<사회> 근로자가 정년 퇴직의 시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정년이 되기 전에 퇴직하는 사람을 퇴직금 증액 따위의 형태로 우대하며, 조기 퇴직을 촉진하는 의미가 있다.

약년정년제 [若年停年制]

<법률> 정년 연령을 40세 또는 45세 정도로 낮게 정하는 제도. 그 나이가 되어도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하면서 퇴직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퇴직금 따위에서 우대하는 정년 제도이다.

직무정년제 [職務停年制]

<경제>기업에서, 관리직 사원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그 직무에서 물러나게 하는 제도. 인재의 효과적인 활용 및 조직의 활성화를 위하여 그 사원이 정년(停年)이 되기 전에 적용하는 제도이다.













'문학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길에서 유길준 선생을 회고하다  (2) 2008.07.07
사랑의 속박-전등사  (1) 2008.06.18
에펠탑에서의 조망  (1) 2008.05.09
이팝나무꽃의 향연  (0) 2008.05.09
장자의 꿈과 성형에 관하여  (3) 2008.04.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