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방편품(方便品)

      그 때 비야리 대성(大城)에 장자(長者)가 있었는데, 유마힐(維摩詰)8)이라고 불렸다. 그는 오래전부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고, 선근(善根) 공덕을 깊이 심어 무생인(無生忍)을 얻었다. 뛰어난 말솜씨는 거침이 없었고, 신통력을 마음껏 부렸으며, 온갖 다라니[總持]9)를 지녔고, 무소외(無所畏)를

 

      8) 유마힐은 산스크리트 Vimalakirti를 음역한 말이다. Vimala는 "더럽혀지지 않다," "깨끗하다"는 뜻이고, Kirti는 '명성,' '평판'이라는 뜻이다. 지겸과 나집은 유마힐을 가리켜 '장자'라고 번역하고 있으나, 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현장이나 티베트에서는 '릿자비의 사람'이라고 번역하고 있어 유마힐이 릿자비족(族) 출신임을 가리키고 있다. 장자는 산스크리트 ghapati의 번역으로 부호, 또는 연령이나 덕이 높은 사람을 뜻하지만, 어원을 따지면 부족의 지도자 또는 자산가이다. 따라서 부처님의 나라에 나오는 보적(寶積)이 릿자비족의 출신이며 장자의 아들인 것은 이 경의 뜻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된다.
            9) 기억술(記憶術)을 말한다. 산스크리트인 dhran(陀羅尼)의 뜻을 옮겨 '총지(總持)' 또는 '능지(能持)'라고 하며, 능히 마음에 간직하여 잊지 않게 하는 능력이다. 그 방법과 종류는 여러 가지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주다라니

(呪陀羅尼)인데, 그 주체가 되는 진언(眞言)은 다라니를 대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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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얻어 악마의 재앙을 물리쳤고, 심원한 법문(法門)에 들어 훌륭하게 반야바라밀[智度]10)을 닦았고, 방편에 통달해 있었다. 큰 서원(誓願)을 성취하였고, 중생들의 마음이 끌려서 바라는 바를 명료하게 알고 있었다. 또한 중생들이 지니고 있는 근기[根]의 예리하고 무딤을 잘 가릴 줄 알았다. 오래도록 불도(佛道)를 닦아서 마음이 이미 맑고 순수하였고[純淑], 대승의 가르침에 마음을 전하고, 해야 할 모든 것을 행하는 데는 잘
      생각하고 헤아렸으며, 부처님과 같은 위의(威儀)에 머물러 마음은 바다와 같이 넓었으므로, 모든 부처님들이 칭찬하였고, 부처님의 10대제자와 제석천·범천과 사천왕들의 존경을 받았고, 방편에 통달해 있었다. 큰 서원(誓願)을 성취하였고, 중생들의 마음이 끌려서 바라는 바를 명료하게 알고 있었다. 또한 중생들이 지니고 있는 근기[根]의 예리하고 무딤을 잘 가릴 줄 알았다. 오래도록 불도(佛道)를 닦아서 마음이 이미 맑고 순수하였고[純淑], 대승의 가
      르침에 마음을 전하고, 해야 할 모든 것을 행하는 데는 잘 생각하고 헤아렸으며, 부처님과 같은 위의(威儀)에 머물러 마음은 바다와 같이 넓었으므로, 모든 부처님들이 칭찬하였고, 부처님의 10대제자와 제석천·범천과 사천왕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는 사람을 제도하고자 원하는 까닭에 훌륭한 방편으로 비야리성에 살고 있었다.
      그는 한량없이 많은 재산으로 수많은 가난한 사람을 도왔고, 계율을 깨끗하게 지킴으로써11)계를 범하는 많은 사람들[毁禁]12)을 구했으며, 마음을 가누어 인내함[忍調行]으로 해서 사람들의 분노를 가라앉혔고, 정진(精進)함으로 해서 게으른 사람들을 이끌었으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선정(禪定)을 닦아서 마음이 혼란한 사람들을 이끌었고, 결정적인 지혜로써 무지한 사람들을 제도하였다.
            10) 지도(智度)는 반야바라밀(praj-pramit)

을 뜻으로 옮긴 말이다. praj(般若)는 경험적 지식을 의미하는 개념인 jana(若那)와 구별되어 종교적 체험으로 깨달을 수 있는 지혜를 가리킨다. pramit(波羅蜜), prami(彼岸으로 갈 수 있는 것)를 가리키는 명사이며, 여기에 그 성격 또는 상태를 표현하는 t가 붙어 있으므로 '피안에 도달한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반야바라밀은 '지혜의 피안에 도달한 상태'이다. 따라서 "선어지도(善於智度)"는 그러한 상태에 아주 뛰어남을 말한 것이다.

      11) 보시를 비롯하여 6바라밀로써 중생을 거두어 교화하는 것을 뜻한다. 티베트 번역은 유마힐에게 "빈민을 구제하기 위하여 다함이 없는 재산이 있다" 하였다. 이러한 표현들은 구제의 목적을 강조하는 것이며, 유마힐의 재산은 지혜이다. 그리고 모든 능력은 중생의 제도에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12) 계율을 깨뜨리는 것이다. 여기서는 파계하는 많은 사람들을 뜻한다. 이하 '에노(恚怒),' '해태(懈怠),' '난의(亂意),' '무지(無智)'는 '훼금(毁禁)'과 마찬가지로 그 본뜻을 지니면서 동시에 '빈민(貧民)'의 뜻을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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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재가자[白衣]라 하여도 사문(沙門)의 청정한 율행(律行)을 받들어 행하고 있었고, 비록 세속에 살지만 삼계(三界)에 집착하지 않았으며, 처자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항상 범행(梵行)을 닦았고, 권속이 있는 것을 보여주더라도 항상 세상을 멀리 떨어져 있기를 좋아하였다. 보석 등으로 몸을 치장하고는 있었지만 32상과 80종호[相好]로 몸을 꾸미고 있었고, 또 음식을 먹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선(禪)의 기쁨을 맛보는 것을 더 좋아했다. 만약 노름판
      에 이르면 그 사람들을 제도하였고, 여러 가지 다른 종교[異敎]의 가르침을 듣는다 해도 올바른 믿음을 깨뜨리지 않았으며, 세간의 전적에 밝다고 하지만 항상 불법을 좋아하였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공양(供養)을 받는 사람으로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정법(正法)을 굳게 지녀 어른은 어른대로 잘 모시고,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잘 포용해서 모든 생활을 잘하며 화목하였다. 비록 세속의 이득을 얻을지라도 그것을 기뻐하지는 않았다. 그는 모든 사람이 사는 거리거리[四衢]를 돌아다니며 중생을 이익되게 하였고, 정치와 법률에도 통하여 모든 사람들을 구제하고 보호하였다. 강론(講論)하는 곳에 가면 대승의 가르침으로 사람들을 이끌었고, 학교에 가서는 아이들을 이끌어 깨우쳤으며, 유곽에 들어가면 욕망의 허물을

가르쳤고, 술집에 가게 되면 정신을 차려 뜻을 바로 세우게 하였다.

              만약 장자들과 함께 있으면 장자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그들을 위하여 뛰어난 진리를 설하였고, 거사(居士)들과 함께 있으면 거사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그들의 탐욕과 집착을 끊게 하였다. 또 만약 왕족[刹利, katriya]과 함께 있으면 왕족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인욕을 가르쳤으며, 바라문과 함께 있으면 바라문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그들의  아

만(我慢)을 없애게 하였고, 대신(大臣)들과 함께 있으면 대신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정법(正法)으로 가르쳐 주었다.

              만약 왕자들과 함께 있으면 왕자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충효(忠孝)를 가르쳤으며, 내관(內官)들과 함께 있으면 내관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궁녀들을 바르게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서민들과 함께 있으면 서민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그들에게 복덕의 힘이 일도록 해 주었고, 만약 범천(梵天)과 함께 있으면 범천들 사이에서 으뜸

이 되어 뛰어난 지혜를 갖도록 일깨워 주었으며, 제석천과 함께 있으면 제석천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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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상함을 나타내 주었고, 사천왕[護世]과 함께 있으면 사천왕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온갖 중생을 지키게 하였다.
      장자 유마힐은 이와 같이 한량없는 방편으로 중생에게 이익되게 하고 있었느니라.
      또 그는 방편으로써 몸에 병이 있음을 나타내었고, 그 병 때문에 국왕·대신·장자·거사·바라문 등과 또 여러 왕자와 함께 그 밖의 관리[官屬] 등 헤아릴 수 없는 수천의 사람들이 모두 찾아와 문병하게 되었다.
      유마힐은 그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몸의 병을 예로 들어가면서 널리 설법을 했다.
      "여러분, 이 몸은 무상한 것이고, 강하지 못한 것이며, 무력하고, 견고하지도 못하며, 재빠르게 썩어 가는 것이므로 믿을 것이 못 됩니다. 괴로움이 되고 근심이 되며, 온갖 병이 모이는 곳입니다. 여러분, 이와 같이 몸은, 지혜가 밝은 사람은 의지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몸은 물방울[聚沫]과 같아서 잡거나 만질 수도 없고, 이 몸은 물거품[泡]과 같아서 오래도록 지탱할 수가 없습니다. 이 몸은 불꽃[炎]과 같아서 갈애(渴愛)로부터 생겨난 것이며, 이 몸은 파초(芭蕉)와 같아서 속에 견고한 것이 있지 않습니다. 이 몸은 허깨비[幻]와 같아서 잘못된 생각[顚倒] 때문에 생겨난 것이며, 이 몸은 꿈과 같아서 허망한 망견(妄見)으로 된 것입니다. 이 몸은 그림자와 같아서 업연(業緣)을 따라 나타나는 것이며, 이 몸

은 메아리와 같아서 온갖 인연을 따라 생기는 것입니다. 이 몸은 뜬 구름과 같아서 잠깐 사이에 변하고 사라지며, 이 몸은 번개와 같아서 한순간도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이 몸은 주인이 없으니 땅[地]과 같으며, 이 몸은 아(我)가 없으니 불[火]과 같습니다. 이 몸은 영원한 수명[壽]이 없으니 바람[風]과 같으며, 이 몸은 물과 같아서 실체로서의 개아[人]13)가 없습니다. 이 몸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13) 주(主)·아(我)·수(壽)·인(人)은 실체를 나타내는 개념으로서 지(地)·수(水)·화(火)·풍(風)의 4대(大)를 배당한 것이다. 고대 인도의 사상계에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로서 네 가지를 생각하고, 이것을 4대(大)라고 하였다. 따라서 '지(地)'는 견고함을, '수(水)'는 습기를, '화(火)'는 열기를, '풍(風)'은 움직임을 각각 그 성질로 하고, 거기에는 저마다의 작용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실체로서의 '주(主),' 여기에서는 실체로서의 주체[主]를 위시하여 자아[我], 생명으로서의 개체[壽], 실체로서의 개아(個我 : 人) 등 네 가지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영혼이라든가 인격의 주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실체시(實體視)하는 사고방식이므로, 불교에서는 이를 부정한다. 현장의 번역에서는 지(地)·수(水)·화(火)·풍(風)에 공(空 : 虛空)을 더하여 5대(大)라 하고 첨가한 하나는 '살아 있는 것[有情]'이다. 그리고 배당하는 방법도 나집과는 다르다. 티베트 번역은 4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실체시된 것으로 취급된 것은 다섯 가지다. 나집의 번역에 없는 그 하나는 행위의 주체인 '작자(作者)'이다. 따라서 배당을 받지 못한 것이 하나 나오는데, "이 몸은 여러 가지 기연으로 해서 생긴 것이어서 주인공이 없다"고 하는 전문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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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체가 아니라 지·수·화·풍의 4대(大)를 집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몸은 공(空)한 것이니, 자아[我]14)와 자아에 소속되는 것[我所]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몸은 무지(無知)한 것이니, 풀과 나무와 기왓장과 조약돌과 같기 때문입니다. 이 몸은 지음이 없으니[無作] 바람의 힘[風力]으로 (인연을) 따라 굴러갑니다. 이 몸은 깨끗하지 않으니, 더러운 것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 몸은 거짓인 것이니, 설사 몸을 씻고 옷을 입으며 밥을 먹는다 해도 반드시 닳아서는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 몸은 재앙이니, 백한 가지 병으로15)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몸은 언덕의 메마른 우물[丘井]과 같아서 늙음에 쫓기고 있습니다.이 몸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언젠가는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이 몸은 독사와 같고, 원망스러운 도둑과 같고,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空聚]과 같아서 5음(陰)과 18계(界)와 모든 입처[入]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 M NUM='16)입니다.

      여러분, 이 몸은 근심스러워하고 꺼려야 할 것이요, 마땅히 부처님의 몸[佛身]을 즐겨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의 몸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실한 모습 그 자체[法身]이기 때문입니다.

 

              14) '아(我)'는

tman으로 자주 독립된 존재이고, 소위 '아소(我所)'는 tmya로 '나에 속한다'를 의미하며, 소위 속성(屬性)을 뜻한다. 형이상학적인 사고방식에 의하면 당연히 이 실체와 속성은 두 개의 영역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아연기(無我緣起)의 입장에 있어서는 이 구별은 무시된다. 여기서는 특별히 우리의 육체가 그러한 것을 말한 것이다.

      15) 신체의 네 가지 요소인 4대(大)에 각각 백 가지 병이 있고, 거기에 원소 자체를 포함해서 '백일병(百一病)'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흔히 사백네 가지 병이 있다고도 한다.
      16) 음(陰), 계(界), 제입(諸入)은 모두가 인식이 성립하는 근거 또는 존재의 범주로서, 즉 5음(陰 : 薀), 12처(處 : 入), 18계(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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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헤아릴 수 없는 공덕과 지혜로부터 생기는 것입니다. 계(戒)·정(定)·혜(慧)·해탈(解脫)·해탈지견(解脫知見)으로부터 생기고, 자(慈)·비(悲)·희(喜)·사(捨)로부터 생기며, 보시(布施)하고 계를 잘 지키며[持戒], 잘 참고[忍辱], 마음을 온화하게 갖고[柔和], 힘써 수행해 정진하고[勤行精進], 선정(禪定)으로 해탈(解脫)하여 삼매(三昧)에 들고, 많은 가르침을 듣고[多聞], 지혜(智慧)를 닦는 등 온갖 바라밀(婆羅蜜)로부터 생깁니다
              . 또 그것은 뛰어난 방편을 따라서 생기고, 여섯 가지 신통력[六通]으로부터 생기며, 세 가지 초인적인 능력[三明]으로부터 생기는 것입니다. 37도품(道品)으로부터 생기며, 지관(止觀)하는 것으로부터 생기고,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18불공법(不共法)으로부터 생깁니다. 선(善)하지 않은 모든 것을 끊고 선한 모든 것을 모으는 것으로부터 생기고, 진실로부터 생기며, 방종하지 않는 것[不放逸]으로부터 생깁니다. 이와 같이 헤아릴 수 없이 

청정한 법으로부터 여래(如來)의 몸은 생기는 것입니다.

      여러분, 부처님의 몸을 얻어 모든 중생의 병을 끊고자 원한다면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을 일으켜야 됩니다."
    이와 같이 장자 유마힐은 문병 온 모든 이들을 위하여 그들에게 알맞은 설법을 하여 헤아릴 수 없는 수천의 사람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게 하였다.

 

    -일명 불가사의해탈(不可思議解脫)-

요진삼장(姚秦三藏) 구마라집(鳩摩羅什) 한역

 

 

abc.dongguk.edu/ebti/c2/sub1.jsp

 

동국대학교 한글대장경

 

abc.dongguk.edu

 

1. 불국품(佛國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야리(毗耶離)의 암라수원(菴羅樹園,

mraplivana)에서 대비구(大比丘) 8천 인과 3만 2천 의 보살(菩薩)들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모두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들로 부처님께서 갖추신 지혜[大智]와, 그것을 얻기 위한 수행[本行]을 모두 성취하였는데, 그것은 여러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들은 진리를 지키는 성곽[護法城]이 되어 항상 가르침[正法]을 받들고, 사자후(師子吼)를 설하여 명성이 시방(十方)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사람들이 청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그들의 벗이 되어 그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며, 불(佛)·법(法)·승(僧) 3보(寶)가 길이 융성하고 끊이지 않도록 하였으며, 마군[魔]과 같은 원수를 항복시켰고, 수많은 외도(外道)를 제압하였다. (몸과 마음) 모든 것이 청정해져서 번뇌[蓋纏]로부터 영원히 벗어나 마음이 항상 편안하게 걸림이 없는[無] 해탈(解
      脫)의 경지에 머물러 정념(正念)·선정(禪定)·총지(總持)1)·변재(辯才)가 끊이지 않았으며, 보시(布
      1) 무량무변의 뜻을 지니고 있어서 모든 악한 법을 버리고 한량없이 좋은 법을 가지는 것이라는 뜻이다. 지혜 또는 삼매(三昧)를 말하기도 하고, 진언(眞言)을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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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선정(禪定)·지혜(智慧)와 그 방편의 힘을 부족함 없이 두루 갖추고 있었다.
            무소득(無所得)의 경지 이르러 불기법인(不起法認 : 無生法忍)2)을 이루었고, (그 경지에) 수순(隨順)하며 다시는 물러나지 않는 법륜[不退轉法輪]을 굴렸으며, 법상(法相)을 훌륭히 깨달았으며, 또 중생의 근기[根]를 알아 모든 사람들을 뛰어넘어 무소외(無所畏)를 얻었고, 공덕과 지혜로써 그 마음을 닦았고, 상호(相好)로 그 몸을 장엄하여 그 모습이 세상에서 비할 자가 없었다. 하지만 세간의 온갖 장식으로 몸을 꾸미고 있지

는 않았다. 그 명성이 수미산을 뛰어넘고, 그 깊고도 견고한 마음은 금강석과도 같았다. (세상을) 진리의 보배[法寶]로 널리 비춰 주고, 감로(甘露)를 널리 흩뿌려 주니, 이 세상의 갖가지 말과 소리 가운데 미묘하기가 제일이었다.

            연기(緣起)의 이법(理法)3)을 깊이 깨달아서 온갖 사견(邪見)을 끊어 버렸으므로 있다, 없다고 하는 두 가지 극단적인 견해의 집착[有無二邊]이 뒤에 남는 일은 없었다. 법을 연설할 때에는 사자가 포효하듯이 두려움이 없고, 그 강설하는 가르침[法]은 천둥 벼락치는 것과 같아서 (이 세상의 잣대로는) 헤아릴 수 없어 이미 그 한계를 아득히 넘어서 있었 선장[海導師]4)이 이끌어 온갖 진리의 보배[法寶]를

모으는 것과 같고, 제법(諸法)의 깊고 오묘한 뜻에 통달하고, 중생이 (과보를 받아) 왕래하는 세계

      2) anutpattikadharma-ksnti의 번역으로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진여를 깨달아 알고, 거기에 안주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보살이 초지나 7·8·9지에서 얻는 깨달음이다. 여기에서 인(忍)은 인가(認可)의 뜻으로 확실히 그렇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진실의 이치를 깨달은 마음의 평온이다.
            3) 산스크리트 pratitya-samutpda를 옮긴 것인데, 인연하여 일어나는 것, 즉 일어난 상태를 가리킨다. 모든 사물은 온갖 조건[緣]에 의하여 그와 같은 것으로 성립됨[起]을 말한 것이다. 그것은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도 있다[此有故彼有]"든가, "이것이 생김으로 해서 저것도 생긴다[此起故彼起]"든가, 또는 "이것이 멸함에 의하여 저것도

멸한다[此滅故彼滅]"는 형식으로 말한다. 이와 같이 조건[緣]에 따라서 변하므로 무상하고, 독립된 존재가 없으므로 공(空)이며, 무(無)이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서로 의존해 있다는 것이다.

      4) "선장의 지시로 바다 속의 보물을 채취하게 하듯이"라는 비유로 '해도사'라고 번역한 것이다. 그러므로 "집중법보해도사(集衆法寶海導師)"는 "선장이 이끌어 바다 속의 보물을 채취하듯이 온갖 가르침의 보배를 모으게 한다"는 의미로 번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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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趣]와 그 중생들 마음의 움직임[所行]을 잘 알아 비교할 수 없는 부처님의 자유자재한 지혜[自在慧]와 10력(力)과 무소외(無所畏), 18불공법[不共法]에 가깝기까지 하였다.
      (중생이 오고 가는) 모든 악한 세계[一切諸惡趣]의 문(門)은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도[關閉] 그들은 (地獄·餓鬼·畜生·人間·天上의) 다섯 가지 세계[正道]에 태어나 중생의 몸을 나타내고, 대의왕(大醫王)이 되어 온갖 병[煩惱]을 훌륭히 치료하며, 병에 따라 마땅한 약을 주어 먹게 하였다.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을 모두 성취하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의 나라를 깨끗이 장엄하고, 그를 보고 듣는 이 가운데는 은혜를 입지 않은 자가 아무도 없었으며, 그 모든 행해야 할 일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았으니, 이 같은 공덕을 모두가 한결같이 갖추고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등관보살(等觀菩薩)·부등관(不等觀)보살·등부등관(等不等觀)보살·정자재왕(定自在王)보살·법자재왕(法自在王)보살·법상(法相)보살·광상(光相)보살·광엄(光嚴)보살·대엄(大嚴)보살·보적(寶積)보살·변적(辯積)보살·보수(寶手)보살·보인수(寶印手)보살·상거수(常擧手)보살·상하수(常下手)보살·상참(常慘)보살·희근(喜根)보살·희왕(喜王)보살·변음(辯音)보살·허공장(虛空藏)보살·집보거(執寶炬)보살·보용(寶勇)보살·보견(寶見)보살·제망(帝網)보살·
            명망(明網)보살·무연관(無緣觀)보살·혜적(慧積)보살·보승(寶勝)보살·천왕(天王)보살·괴마(壞魔)보살·전덕(電德)보살·자재왕(自在王)보살·공덕상엄(功德相嚴)보살·사자후(師子吼)보살·뇌음(雷音)보살·산상격음(山相擊音)보살·향상(香象)보살·백향상(白香象)보살·상정진(常精進)보살·불휴식(不休息)보살·묘생(妙生)보살·화엄(華嚴)보살·관세음(觀世音)보살·득대세(得大勢)보살·범망(梵網)보살·보장(寶杖)보살·무승(無勝)보살·엄토(嚴土)보살·금계(金髻)보살·주

계(珠髻)보살·미륵(彌勒)보살·문수사리법왕자(文殊師利法王子)보살 등 3만 2천이었다.

      또 대범천(大梵天) 이하 1만의 범천들이 다른 4대주(大洲)로부터 찾아와 부처님께 절하고 가르침을 듣고자 하였다. 또 1만 2천의 제석천(帝釋天)들도 다른 4대주로부터 찾아와 이 모임에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그 밖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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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어난 위력(威力)을 갖춘 여러 천신·용신(龍神)·야차(夜叉)·건달바(乾闥婆)·아수라(阿修羅)·가루라(迦樓羅)·긴나라(緊那羅)·마후라가(摩羅迦) 들도 이미 모임에 와서 앉아 있었다. 그리고 많은 비구와 비구니, 우바새와 우바이도 함께 모여 앉아 있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공경을 받으며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고 계셨는데, 그 모습은 마치 수미산이 대해(大海)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 같았으며, 온갖 보물로 장식된 사자좌(師子座)에 앉아 여러 곳으로부터 찾아온 대중들을 그 위광(威光)으로 남김없이 덮고 있었다.
            그 때 비야리성에 장자의 아들 보적(寶積)이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5백 명의 장자의 아들과 함께 저마다 7보(寶)로 꾸민 일산(日傘)을 받쳐 들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을 찾아와서 부처님의 발 아래 엎드려 예배하고 들고 온 일산을 모두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의 위신력으로 일산들을 합쳐 하나로 만들었고, 그것으로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를 모두 덮었다. 그리하여 이 세계의 드넓은 모습이 그 안에 모두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삼

천대천세계의 모든 수미산(須彌山)과 설산(雪山)·목진린타산(目眞隣陀山)·마하목진린타산(摩詞目眞隣陀山)·향산(香山)·보산(寶山)·금산(金山)·흑산(黑山)·철위산(鐵圍山)·대철위산(大鐵圍山)과 대해(大海)와 강물[江河]과 냇물[川流]과 샘물[泉源], 그리고 해와 달과 성신(星辰)·천궁(天宮)·용궁(龍宮), 그 밖의 다른 온갖 신(神)들의 궁전이 모두 그 7보의 일산 안에 나타났다. 또 시방의 모든 부처님들과 그 부처님들이 법을 설하는 것도 7보의 일산 안에 역시 나타났다.

      그 때 모든 대중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보고는 아직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이라 찬탄하였으며,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그들은 부처님의 얼굴을 우러러보며 눈을 떼지 못하였다.
      이 때 장자의 아들 보적이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게송(偈頌)을 읊었다.
      맑은 눈 길고 넓기가 푸른 연꽃 같고
      마음은 맑아 온갖 선정(禪定) 다 닦으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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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121] 쪽

      오래도록 쌓은 정업(淨業)은 헤아리기 한량이 없어
      중생을 열반으로 이끄시니 머리숙입니다.

 

      부처님[大聖]께서 신비한 교화의 힘[神變]을 나타내시니
      시방의 한량없이 많은 나라들을 널리 드러내시고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 펴시니
      거기서 남김없이 모두 다 보고 듣사옵니다.

 

      위대한 법왕의 법력 세상[群生]을 뛰어넘어
      항상 가르침[法財]을 모두에게 베푸시오며
      온갖 법상(法相)을 바르게 판단[善分別]하시니
      진리다운 모습[第一義] 잃지 않으십니다.

 

      이미 제법(諸法)에 자유자재하시니
      그 때문에 이 법왕께 머리 숙여 절하네.

 

      "제법은 있는 것[有]도 아니고 없는 것[無]도 아니지만
      인연으로 인하여 제법이 생기며,
      나라는 실체도 없고[無我], 지은 것도 없고[無造], 받는 것도 없지만[無受]
      선악의 업은 없어지지 않는다" 설하시네.

 

      처음 보리수(菩提樹) 아래서 마왕을 항복하시고
      불사의 법[甘露]과 열반[滅]을 얻어 깨달음 이루시었으니
        이미 마음엔 분별이 없고 수(受)와 행(行)도 없고

    게다가 모든 외도를 굴복시키셨네.

      온 세계[大千]를 향해 세 번 설하신 가르침5)은
              5) 세존께서 개오(開悟)한 다음 맨 처음 가르침을 설하신 것을 '초전법륜(初轉法輪)'이라 한다. 이 때 세존께서는 고(苦)·집(集)·멸(滅)·도(道)의 네 가지 진리를 설하셨다. 이것을 형식상(形式上) 세 가지로 나누어 세 번 설했다고 한다. 그 첫째는 이것은 고(苦)라고 가르친 것[示轉], 둘째는 고를 알고 그 근원인 번뇌를 끊지 않으면 안 된다고 권한 것[勸轉], 셋째는 나는 이미 고를 알고 번뇌를 이미 끊었다고 증명한 것[證轉]이다. 법

륜(法輪)은 가르침을 뜻하며, '륜(輪)'에 대해 '전(轉)'이라고 하는 말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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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121] 쪽

      본래부터 항상 청정(淸淨)하고
      천인과 사람이 진리[道]를 구하매 이를 증거[證]로 삼으니
      3보(寶) 이로써 세간에 나타내시네.
      이 묘법(妙法)으로써 뭇 중생 제도하시니
      한 번 받으면 물러남 없이 항상 열반에 들어
      늙음과 질병과 죽음을 다스리는 대의왕(大醫王)이시여.
      마땅히 법해(法海)의 공덕 무변함에 예배합니다.

 

      헐뜯거나 칭찬함에 움직이지 않음은 수미산 같고
      선과 악에도 한결같이 자비로우며
      심행(心行)이 평등함은 허공과 같아
      누가 세존의 가르침[人寶]을 듣고 경배하지 않으리.

 

      지금 세존께 이 조그만 일산을 바치오니
      그 안에 세계와
      온갖 천신과 용신이 사는 궁전과
      건달바 그리고 야차까지 나타내시네.


세간의 온갖 것 모두 나타내 보이심은

      10력(力)의 자비로 이 신통(神通) 나타내시어
      중생들이 보고는 희유(稀有)한 일이라 부처님 찬탄하니
      이제 나는 삼계의 으뜸이신 분에게 경배합니다.

 

      대성인 법왕이신 부처님은 중생들의 귀의처
      맑은 마음으로 부처님 뵙고 기뻐하지 않을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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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121] 쪽

      모두가 세존의 앞에 있음을 보는 것
      이는 곧 짝할 이 없는 신통력일세.

 

      부처님은 한 음성[一音]으로 법을 설하시지만
      중생은 제 허물[類]6)따라 깨달음 얻네.
      모두들 세존의 그 말씀 한가지라 여기니
      이는 곧 짝할 이 없는 신통력일세.

 

      부처님은 한 음성으로 법을 설하시지만
      중생은 저마다의 깨달음을 따라
      모두 받아들이고 행하며 그 이익 얻으니
      이는 곧 짝할 이 없는 신통력일세.

 

      부처님은 한 음성으로 법을 설하시지만
      어떤 이는 두려워하고 어떤 이는 기뻐하며
      어떤 이는 싫어서 떠나고 어떤 이는 의혹을 끊으니
      이는 곧 짝할 이 없는 신통력일세.

 

      10력(力)을 대정진하시고
      이미 무소외(無所畏)를 얻으신 분께 경배합니다.
      불공법(不共法)에 머무시는 분,
      일체의 대도사(大導師)에게 경배합니다.
        6) 본래 이 부분의 산스크리트 원전(原典)에 "세존에 의하여 한 말씀이 말해진 것에 불과한 때에도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그 말씀을 자기 지방의 방언으로써 각각 이해할 수가 있으며, 자기가 납득한 의미에 따라서 이해한다"고 한 것이 나집의 번역에 이르러서는 보다 시적(詩的)으로 번역되었다. 즉 '허물[類]'이라고 한 것에는 부처님의 설법을 이해함에 있어서 언어적인 요건만이 아니라, 그가 지니는 업연(業緣)까지를 뜻으로 담고 있다. 그러므로 나집

은 다음 절에서 "저마다의 깨달음을 따라서"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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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121] 쪽

      온갖 번뇌의 구속(拘束)을 끊으신 분,
      이미 깨달음의 언덕[彼岸]에 이르신 분께 경배합니다.
      온갖 세간의 중생을 제도하시는 분,
      생사의 길을 떠나신 부처님께 경배합니다.

 

      중생의 오가는 모습을 모두 다 아시고
      훌륭히 제법으로부터 해탈하셨으며
      세간에 물들지 않기를 마치 연꽃같이 하시고
      항상 공적(空寂)을 행하시네.
      온갖 사물의 법상에 통달하며 걸림이 없어
      허공과 같아 의지할 바 없으시니 경배합니다.

 

      그 때 장자의 아들 보적은 이 게송을 모두 읊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우리들 5백 명 장자의 아들은 모두가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구하는 마음을 일으켜 불국토의 청정을 듣고자 바라고 있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여러 보살이 정토(淨土)를 이루기 위한 수행에 대해 설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보적이여. 여러 보살을 위하여 여래에게 정토를 이루기 위한 수행에 대해 물었으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내 그대를 위해 설하리라."
      이에 보적을 비롯한 500명 장자의 아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귀를 기울였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보적이여, 중생의 국토가 곧 보살의 불국토이니라. 왜냐 하면, 보살은 교화할 중생을 따라서 불국토를 취하고, 중생이 마음을 조복(調伏)하는 바에 따라 불국토를 취하기 때문이다. 또 모든 중생들이 어떠한 나라에 의하여 부처님의 지혜로 깨달아 들어가야 하는가에 따라 불국토를 취하고, 모든 중생들이 어떠한 나라에 의하여 보살의 선근을 일으켜야 하는가에 따라서 불국토를 취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보살이 정토(淨土)를 취하는 것은 모든 중생을 이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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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121] 쪽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어떤 이가 터[空地]에 집을 짓고자 하면 뜻대로 아무런 걸림이 없겠지만, 만약 허공에 짓고자 한다면 끝내 지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보살도 이와 같아서 중생을 성취시키고자 하기 때문에 불국토를 취하고자 원하는 것이니, 불국토를 취하고자 원하는 자는 허공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보적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올곧은 마음[直心]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속이지 않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난다. 

          깊은 마음[深心]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공덕을 갖춘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난다. 보리심(菩提心)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대승의 가르침[大乘]을 실천하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난다. 보시(布施)가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모든 재물을 보시할[捨] 줄 아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난다. 지계(持戒)가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10선도(善道)를 행하여 서원을 가득 채운 중

생이 그 나라에 와서 난다. 인욕(忍辱)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그 32상(相)으로 장엄한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난다. 정진(精進)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모든 공덕을 힘써 닦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난다. 선정(禪定)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마음을 가다듬어[攝心] 흔들림 없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난다. 지혜(智慧)가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정정취[正定]='7)의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난다. 4무량심(無量心)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자(慈)·비(悲)·희(喜)·사(捨)를 성취한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난다. 4섭법(攝法)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해탈(解脫)의 과보를 얻을 수 있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난다. 방편(方便)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일체법(一切法)에 훌륭한 방편으로 걸림이 없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난다. 37도품(道品)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조용한 마음의 사색[念處]과 올바른 노력[正勤]과 신통력[神足]과 뛰어난 능력[根], 그 작용[力]과 그리고 깨달음을 돕는 것[覺 : 支]과 바른 길[道]을 아는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난다. 회향심(廻向心)이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모든 공덕을 다 갖춘 중생이 그 나라에 난다.

      7) 지혜가 밝으면 사물의 진실한 모습[法相]이 분명하게 파악되어 반드시 성불하기로 결정된 중생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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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121] 쪽

        8난(難)을 없애도록 가르치는 것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그 나라에는 3악도(惡道)와 8난이 없느니라. 스스로 계행을 잘 지키고 남의 잘못을 꾸짖지 않는 것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그 나라에는 계율을 범했다는 소리[名]를 들을 수 없다. 10선(善)이 보살의 정토이니, 보살이 부처가 될 때 목숨이 요절[中夭]하지 않고, 재물은 풍부하여 행실이 청정하며[梵行], 하는 말이 성실하고 진실하고, 항상 부드러운 말을

쓰며, 권속들은 헤어지는 일이 없고, 다툼을 잘 화해시키며, 말했다 하면 반드시 이익을 주고, 질투하지 않고 성내지 않는 정견(正見)을 갖춘 중생이 그 나라에 와서 나느니라. 이와 같이 보적이여, 보살이 그 올곧은 마음[直心]을 따라 곧 바른 행을 일으킬 수 있고, 그 행에 따라서 곧 깊은 마음[深心]을 얻느니라. 그리고 그 깊은 마음[深心]을 따라 뜻도 악을 버리고 선을 따르게[調伏] 된다. 뜻이 악을 버리고 선을 따르게 되면 모든 가르침[說]과 같이 행하게 되고, 가르침과 같이 행하게 되면 회향할 수 있게 되며, 그 회향에 따라 곧 방편을 얻게 되고, 그 방편에 따르면 곧 중생을 성취하게 되며, 중생을 성취함에 따라서 불국토가 깨끗해지고, 불국토가 깨끗해짐에 따라서 설하는 법도 깨끗해지며, 설하는 법이 깨끗해짐에 따라서 지혜도 깨끗해지며, 지혜가 깨끗해짐에 따라서 그 마음이 맑아지고, 그 마음이 맑아짐에 따라서 모든 마음의 공덕이 깨끗해진다. 그러므로 보적아, 만약 보살이 정토를 얻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마음을 맑게 해야 한다. 그의 마음이 맑음에 따라서 불국토도 곧 맑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 사리불(舍利弗,

riputra)은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고서 이렇게 생각했다.

      '만약 보살의 마음이 깨끗하면 불국토도 깨끗해진다고 하는데, 우리 세존께서 본래 보살이셨을 때 어떻게 마음[意]이 깨끗하지 않았을까 마는, 지금의 이 (세존의) 불국토의 깨끗하지 않음이 이와 같단 말인가?'
      부처님께서는 그 생각을 알아차리시고 곧 말씀하셨다.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해와 달이 왜 깨끗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장님은 왜 (그 깨끗함을) 보지 못하는 것인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이는 장님의 허물일지라도 해와 달의 허물은 아닙

니다."

      "사리불이여, 이와 같이 중생의 죄 때문에 여래의 불국토가 깨끗하게 장엄되어 있는 것을 보지 못할지언정 여래의 잘못이 아니니, 사리불아, 나의 국토가 깨끗하지만 그대가 보지 못하는 것이니라."
            그 때 나계범왕(螺髻梵王, Brahm

Skhin)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그러한 생각으로 이 부처님의 나라를 깨끗하지 못하다 말하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제가 보기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의 불국토가 깨끗하기가 마치 타화자재천궁[自在天宮]과 같습니다."
      사리불이 말했다.
      "제가 보기에 이 나라[土]는 언덕[丘陵]과 험한 구덩이[坑坎]와 가시밭[荊]과 모래와 자갈, 그리고 흙과 돌과 온갖 산과 더러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계범왕은 말하였다.
      "그대의 마음에는 높고 낮은 차별[高下]이 있어 부처님의 지혜에 의지하지 않으므로 이 나라를 보고 깨끗하지 않다고 할 뿐입니다. 사리불이여, 보살은 모든 중생을 한결같이 평등하게 여기고, 깊은 마음[深心]도 청정합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지혜에 의지하면 능히 부처님의 나라가 깨끗함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발가락으로 땅을 누르셨다. 곧바로 삼천대천세계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진귀한 보배로 장식된 것이고, 마치 보장엄불(寶莊嚴佛)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공덕으로 장엄한 나라[寶莊嚴土] 같았다. 모든 대중들이 지금까지 아직 한 번도 본 일이 없다고 찬탄하였다. 그리고 자기들 모두가 이 세계에서 보련화(寶蓮華)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이 불국토가 깨끗하게 장엄된 것을 보았는가?"
      사리불이 대답했다.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들은 적도 없는 것들이 여기 불국토에 깨끗하게 장엄되어 나타난 것을 모두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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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121] 쪽

      "나의 불국토는 항상 이같이 깨끗하지만, 이 나라의 어리석은 사람들을 건지고자 하기 때문에 이러한 온갖 악으로 가득 찬 더러운 땅을 보여 준 것뿐이다. 비유하자면 마치 여러 천신들[諸天]이 보옥(寶玉)으로 된 그릇으로 함께 밥을 먹는다 해도 그들이 지은 복덕(福德)에 따라서 밥의 빛깔[飯色]이 다른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만약 사람의 마음이 깨끗하면 곧 이 불국토가 공덕으로 장엄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나라의 깨끗하게 장엄된 것을 나타낼 때 보적이 이끄는 5백 명 장자의 아들들이 모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고, 8만 4천의 사람들도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을 일으켰다.
    부처님께서 신통력[神足]을 거두어들이시자 지금까지 있던 세계는 원래대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성문승(聲聞乘) 3만 2천 인과 천신들과 인간들까지도 유위법(有爲法)이 무상함을 알았고, 모든 번뇌를 멀리 떨쳐 버리고 법안(法眼)이 청정해짐을 얻었다. 또 8천의 비구들은 온갖 존재에 집착하지 않고[不受諸法] 번뇌가 다하여 마음에 깨달은 바가 있었다.
      "나의 불국토는 항상 이같이 깨끗하지만, 이 나라의 어리석은 사람들을 건지고자 하기 때문에 이러한 온갖 악으로 가득 찬 더러운 땅을 보여 준 것뿐이다. 비유하자면 마치 여러 천신들[諸天]이 보옥(寶玉)으로 된 그릇으로 함께 밥을 먹는다 해도 그들이 지은 복덕(福德)에 따라서 밥의 빛깔[飯色]이 다른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만약 사람의 마음이 깨끗하면 곧 이 불국토가 공덕으로 장엄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나라의 깨끗하게 장엄된 것을 나타낼 때 보적이 이끄는 5백 명 장자의 아들들이 모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고, 8만 4천의 사람들도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을 일으켰다.
    부처님께서 신통력[神足]을 거두어들이시자 지금까지 있던 세계는 원래대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성문승(聲聞乘) 3만 2천 인과 천신들과 인간들까지도 유위법(有爲法)이 무상함을 알았고, 모든 번뇌를 멀리 떨쳐 버리고 법안(法眼)이 청정해짐을 얻었다. 또 8천의 비구들은 온갖 존재에 집착하지 않고[不受諸法] 번뇌가 다하여 마음에 깨달은 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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