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도 없고 지금도 없으며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 장자(외편) ; 제22편 지북유[16]-

 

冉求問於仲尼曰

:염구문어중니왈: 염구가 공자에게 물었다.

「未有天地可知邪?」

「미유천지가지사?」 “하늘과 땅이 있지 않았을 때의 일을 알 수 있습니까?”

 

仲尼曰:

중니왈: 공자가 말했다.

「可. 古猶今也.」

「가. 고유금야.」 “알 수 있다. 옛날도 지금과 같았다.”

 

冉九失問而退,

염구실문이퇴, 염구는 완전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물러났다가

明日復見, 曰:

명일복견, 왈: 다음날 다시 찾아와 말했다.

「昔者吾問

「석자오문 “어제 제가 여쭈었습니다.

‘未有天地可知乎?’

‘미유천지가지호?’ 「하늘과 땅이 있기 전의 일을 알 수 있습니까」라고.

夫子曰: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可. 古猶今也.’

‘가. 고유금야.’ 「알 수 있다. 옛날도 지금이나 같았다」라고.

昔日吾昭然,

석일오소연, 어제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今日吾昧然,

금일오매연, 오늘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敢問何謂也?」

감문하위야?」 무슨 말씀인지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仲尼曰:

중니왈: 공자가 말했다.

「昔之昭然也,

「석지소연야, “어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神者先受之.

신자선수지. 마음을 텅 비우고 신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며,

今之昧然也,

금지매연야, 오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且又爲不神者求邪!

차우위불신자구사! 마음에 장애가 있어 신명하지 못한 마음으로 뜻을 구하려 했기 때문이다.

 

无古无今,

무고무금, 옛날도 없고 지금도 없으며

无始无終.무시무종.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未有子孫而有子孫, 可乎?」

미유자손이유자손, 가호?」 자손이 있지도 않은데 자손이 있는 것으로 따져 가면 되겠는가?”

 

冉九未對. 仲尼曰:

염구미대. 중니왈: 염구가 대답도 하기 전에 공자가 다시 말했다.

「已矣, 未應矣!

「이의, 미응의! “그만두어라. 말하지 마라.

不以生生死,

불이생생사, 삶의 원리로서 살고 죽게 하는 것도 아니며,

不以死死生.

불이사사생. 죽음의 원리로서 죽고 살게 하는 것도 아니다.

死生有待邪?

사생유대사? 죽음과 삶이 의지하는 물건이 있겠느냐?

皆有所一體.

개유소일체. 모두가 스스로 변화해 가는 자연현상으로서 일체의 것인 것이다.

 

有先天地生者物邪?

유선천지생자물사? 하늘과 땅보다 먼저 생겨난 물건이 있는 것일까?

物物者非物.

물물자비물. 물건을 물건으로써 존재하게 한 것은 물건이 아닌 도인 것이니,

物出不得先物也,

물출부득선물야, 물건이 생겨난 것이 다른 물건에 앞설 수 없는 것이다.

猶其有物也.

유기유물야. 그러나 물건은 존재하고 있다.

猶其有物也, 无已.

유기유물야, 무이. 그리고 물건의 존재는 끝이 없는 것이다.

聖人之愛人也終无已者,

성인지애인야종무이자, 성인은 사람들을 사랑함에 있어 끝내 끝이 없는데

亦乃取於是者也.」

역내취어시자야.」 역시 여기에서 법도를 취한 것이다.”

 


정신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신기에 이를 수 있다

- 장자(외편) ; 제22편 지북유[15]-

 

大馬之捶鉤者,

대마지추구자, 대사마의 띠 갈고리를 만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年八十矣,

년팔십의, 나이 팔십이 되어서도

而不失豪芒.

이불실호망. 작은 실수조차 없었다.

大馬曰:

대마왈: 대사마가 말했다.

「子巧與?

「자교여? “기교로 그렇게 하는 것입니까?

有道與?」

유도여?」 아니면 특별한 도가 있는 것입니까?”

曰:

왈: 띠 갈고리를 만드는 사람이 말했다.

「臣有守也.

「신유수야. “저에게는 지키는 것이 있습니다.

臣之年二十而好捶鉤,

신지년이십이호추구, 나이 스물에 띠 갈고리를 만들기를 좋아하였는데,

於物无視也,

어물무시야, 다른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非鉤无察也.

비구무찰야. 띠 갈고리가 아니면 보지도 않았습니다.”

是用之者,

시용지자, 그는 기술의 사용에 있어서

假不用者也

가불용자야 정신을 다른 곳에 쓰지 않는 방법으로

以長得其用,

이장득기용, 늙도록 기술을 발휘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而況乎无不用者乎!

이황호무불용자호! 그러니 하물며 쓰지 않는 것조차 없는 경지의 도야 어떻겠는가?

物孰不資焉!」

물숙불자언!」 만물은 어느 곳이고 이에 힘입지 않는 것이 있는가?


나는 무의 존재는 인식할 수 있었지만

무도 없는 경지는 인식할 수 없었다.

- 장자(외편) ; 제22편 지북유[14]-

 

光曜問乎无有曰:

광요문호무유왈: 광요가 무유에게 물었다.

「夫子有乎?

「부자유호? “당신은 존재하는 것입니까.

其无有乎?

기무유호?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까?”

无有弗應也.

무유불응야. 무유는 대답 않았다.

光曜不得問,

광요부득문, 광요는 대답을 듣지 못하자

而孰視其狀貌,

이숙시기상모, 무유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窅然空然,

요연공연, 아득하고 텅 비어 있어

終日視之而不見,

종일시지이불견, 하루 종일 그를 보았으나 보이지 않았고,

聽之而不聞,

청지이불문, 그의 소리를 들으려 하였으나 듣지 못했으며,

博之而不得也.

박지이부득야. 그를 잡아보려 하였으나 잡을 수가 없었다.

光曜曰:

광요왈: 광요가 말했다.

「至矣! 其孰能至此乎!

「지의! 기숙능지차호! “지극하다. 누가 이런 경지에 이를 수가 있겠는가?

予能有无矣,

여능유무의, 나는 무의 존재는 인식할 수 있었지만

而未能无无也.

이미능무무야. 무도 없는 경지는 인식할 수 없었다.

及爲无有矣,

급위무유의, 무와 유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야

何從至此哉!」

하종지차재!」 어떻게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니

말로 표현되었다면 도가 아닙니다.

형체를 지닌 물건들의 형체를 지니게 하는 것이 도임을 알겠습니까?

그러니 도란 이름을 붙여 표현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 장자(외편) ; 제22편 지북유[13]-

 

於是泰淸問乎无窮曰:

어시태청문호무궁왈: 태청이 무궁에게 물었다.

「子知道乎?」

「자지도호?」 “당신은 도를 아십니까?”

无窮曰:

무궁왈: 무궁이 말했다.

「吾不知.」

「오부지.」 “나는 모릅니다.”

又問乎无爲.

우문호무위. 다시 무위에게 물으니

無爲曰:

무위왈: 무위가 말했다.

「吾知道.」

「오지도.」 “나는 도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曰:

曰: 태청이 다시 물었다.

「子之知道, 亦有數乎?」

「자지지도, 역유수호?」 “당신이 아는 도에는 법도라는 것이 있습니까?”

曰:「有.」 “있습니다.”

曰:「其數若何?」

曰:「기수약하?」 “그 법도란 어떤 것입니까?”

无爲曰:

무위왈: 무위가 말했다.

「吾知道之可以貴,

「오지도지가이귀, “내가 아는 도는 고귀해질 수도 있고

可以賤,

가이천, 천박해질 수도 있으며,

可以約,

가이약, 모여들 수도 있고

可以散,

가이산, 흩어질 수도 있습니다.

此吾所以知道之數也.」

차오소이지도지수야.」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도의 법도입니다.”

泰淸以之言也問乎无始曰:

태청이지언야문호무시왈: 태청이 이 얘기를 듣고 무시에게 물었다.

「若是,則无窮之弗知與无爲之知,

「약시,즉무궁지불지여무위지지, “이와 같이 무궁은 알지 못하였고, 무위는 알고 있었는데

孰是而孰非乎?」

숙시이숙비호?」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입니까?”

无始曰:

무시왈: 무시가 말했다.

「不知深矣,

「부지심의, “알지 못한다는 것이 심오하고,

知之淺矣.

지지천의. 그것을 안다고 하는 것은 천박한 것입니다.

弗知內矣,

부지내의, 알지 못한다는 것은 내면적인 것이고

知之外矣.」

지지외의.」 안다는 것은 외면적인 것입니다.”

於是泰淸中而歎曰:

어시태청중이탄왈: 그 말을 듣고 태청이 탄식하며 말했다.

「弗知乃知乎!

「부지내지호! “알지 못한다는 것이 제대로 아는 것입니까?

知乃不知乎!

지내부지호! 안다는 것이 바로 알지 못하는 것입니까?

孰知不知之知?」

숙지불지지지?」 누가 알지 못한다는 것이 바로 아는 것임을 알겠습니까?”

无始曰:

무시왈: 무시가 말했다.

「道不可聞,

「도불가문, “도란 들을 수 없는 것이니

聞而非也.

문이비야. 들은 것은 도가 아닙니다.

道不可見,

도불가견, 도란 볼 수 없는 것이니

見而非也.

견이비야. 본 것은 도가 아닙니다.

道不可言,

도불가언, 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니

言而非也.

언이비야. 말로 표현되었다면 도가 아닙니다.

知形形之不形乎!

지형형지불형호! 형체를 지닌 물건들의 형체를 지니게 하는 것이 도임을 알겠습니까?

道不當名.」

도부당명.」그러니 도란 이름을 붙여 표현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无始曰:

무시왈: 무시가 다시 말했다.

「有問道而應之者,

「유문도이응지자, “누가 도에 대해 물었을 때 대답을 하는 사람은

不知道也.

부지도야. 도를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雖問道者,

수문도자, 도에 대해 질문한 사람도

亦未聞道.

역미문도. 역시 참된 도에 대해 듣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道无問,

도무문, 도란 물어서도 안 되는 것이며,

問无應.

문무응. 묻는다 하여 대답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无問問之,

무문문지, 물어서는 안 되는 것을 묻는 것은

是問窮也.

시문궁야. 헛된 질문입니다.

无應應之,

무응응지, 대답할 수 없는 것을 대답하는 것은

是无內也.

시무내야. 진실한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以无內待問窮,

이무내대문궁, 진실한 마음이 없이 헛된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이 있는데

若是者,

약시자, 이런 사람은

外不觀乎宇宙,

외불관호우주, 밖으로는 우주의 현상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고,

內不知乎大初,

내부지호대초, 안으로는 태초의 오묘한 이치를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是以不過乎崑崙,

시이불과호곤륜, 그래서 곤륜산 같은 고원한 경지에 가 보지도 못하고

不遊乎太虛.」

불유호태허.」 태허의 거침없는 세계에 노닐어 보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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