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7화 - '오쟁이를 졌다' 의 유래 (有負空石之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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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어리석고 처는 약아서

이웃 남자와 정을 통한 지 이미 오래 되었다.

하루는 이 어리석은 남편과 약은 처가 함께

밭에서 김을 매고 있는데

이웃 남자가 오쟁이1)를 지고

1)오쟁이 : 짚으로 만든 곡식을 담는 작은 그릇.

밭가에 서서 어리석은 남편에게 말하기를,

"아무리 자네의 처이기는 하나

어찌 감히 밭고랑 사이에서 방사(房事)를 하는가?" 하고

나무라니

그 어리석은 남편이 깜짝 놀라며,

"나는 본래부터 그런 일을 한 일이 없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가?" 하자

이웃 남자가 말하기를,

"자네가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내가 자네를 대신해서 김을 매겠으니

시험삼아 내 오쟁이를 지고

밭가에 서서 한 번 보라.

과연 그런가 그렇지 않은가?"

이 말에 어리석은 남편이

오쟁이를 지고 밭가에 서 있는데,

잠시 후에 이웃 남자와 그의 처가

밭고랑 사이에서 사통(私通)을 하니

어리석은 남편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당신의 말이 맞기는 맞았지만

기분이 상쾌하지는 않구나." 하였다.

이로 인해서 처를 빼앗기고도

이를 알지 못하는 멍청한 사람을 일컬어

'오쟁이를 졌다' 라고 하는

속담이 생겨나게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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