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63화 - 시를 지어 죄를 면하다 (作詩釋罪)

 

한 사람이 옷을 잘 입고

좋은 말을 타고는

좁은 산길을 지나가려니,

저 멀리 계곡 숲속에

한 중이 몸을 숨기고

바지를 반쯤 내린 채

엉거주춤하게 서서 양근을 쥐고

열심히 마찰 운동을 하는데,

턱을 치켜들고는 사람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 사람은 슬그머니

놀려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말을 세우고 한참 동안

보고 있다가 소리쳐 불렀다.

"이봐요, 스님.

거 무엇하는 짓이요?"

 

이에 깜짝 놀란 중은

엉겁결에 손을 땅에 짚고

엎드리면서 용서를 빌었다.

그래서 이 사람이,

"백주 대낮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런 음란한 행위를 하는 것은

벌을 면하기 어렵소.

내가 관가에 고발하면

결코 용서 받을 수 없을 거요."

하고 위협적으로 말하니,

중은 계속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그러자 이 사람은 장난을 더 하려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 스님이 한 행위를

시로 지어 나타내면 죄를 묻지 않고,

내 모른 척 그냥 지나가리다."

"예, 소승은 글에 능하지 못하여

시를 짓지 못합니다.

그저 글자만 나열하여

뜻만 나타내겠습니다."

 

중은 이렇게 말한 다음,

다섯 글자를 나열해 다음과 같이

자신이 조금 전에 보인 행동을 표현했다.

 

四顧無人處 사방을 돌아봐도 아무도 없는 곳이기에

(사고무인처)

脫袴到脚邊 바지를 내리니 다리가 걸려 있네.

(탈고도각변)

玉妓心中憶 아름다운 기녀 마음속에 연상하며

(옥기심중억)

朱柱拳中窄 붉은 기둥 손으로 쥐어 잡았도다.

(주중권중착)

圈圈情墜地 말아 쥔 손 문지르니 애정 물질 떨어지고

(권권정추지)

童童日上天 왕성한 정감은 해 오르는 듯하는구나.

(동동일상천)

郎得何許罪 그 물건 어느 때 무슨 죄를 지었기에

(낭득하허죄)

空受數千拳 공연히 수천 번의 주먹질을 당하는고?

(공수수천권)

 

중이 읊기를 다하자,

이 사람은 그 형상이

매우 잘 표현되었다고 하면서

크게 웃고는 그냥 지나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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