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264화 - 술을 맛보고 묶어달라 청하다 (嘗酒請縛)
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목이 말라 근처를 둘러보니
가까운 곳에 주점이 있어, 들어가서 술을 가지고 오라 했다.
이에 주인이 술을 가져와 맛을 보니,
너무 시큼 텁텁하여 이렇게 불평했다.
"주인양반! 이렇게 맛없는 술을 팔고도
어찌 남의 돈을 받으려 하십니까?
너무 하지 않습니까?"
"뭐라고요? 이 술맛이 어때서 그런 말을 해요.
괜히 남의 좋은 술을 공짜로 마시려고 시비 거는 거 아니요?"
주인은 남의 술을 마시고 괜한 불평으로 때우려 한다면서,
손님에게 달려들어 협박하고는 끈으로 손을 묶었다.
이 때 마침 또 한 손님이 들어와 무엇 때문에 승강이냐고 물으니,
묶여 있던 사람이 사실대로 설명했다.
그러자 그 손님은,
"주인장! 나에게 그 술 한 잔 가져오시오.
내 술맛을 보고 두 사람 중 누가 옳은지 판결을 내리겠소."
하고 앞 사람이 마신 술과 같은 것을 가져오라고 청했다.
이에 주인이 술을 가져오자 그는 술잔을 들고 입에 대더니,
반도 못 마시고 내려놓고는 아무 말 없이
주인 앞으로 두 손을 내밀었다.
"주인장, 내 손도 저 사람처럼 묶어 주시오."
이 말에 주인은 부끄러워하면서
묶은 손을 풀어 주고는 두 사람을 돌려보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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