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267화 - 나의 유일한 재주는 (吾有一技)
한 고을에 부자로 사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글공부를 하여
문필에 자신이 있었고
시도 잘 지어서,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며
매우 거만하게 사람들을 깔보곤 했다.
그래서 지나가는 길손이
그 집에 들어 밥을 얻어먹고
하룻밤을 묵어가게 되면,
여러 가지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원망하고 비난했다.
어느 날 이 부잣집에
한 손님이 찾아왔다.
마침 날씨가 매우 추울 때였는데,
이 손님은 여름용 홑옷만 입고 있어
매우 초라해 보였다.
그리하여 주인과 인사를 나눈 뒤
사랑방 한 구석에 앉아 있었고,
주인도 특별히 대접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 때 어디선가 종들이
세 바리의 짐을 말에 싣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마당에 짐을 내려놓으니,
주인은 방구석에 앉아 있는
이 손님을 보고 말했다.
"손님! 밥을 얻어먹으려면
그 대가를 해야지요.
이 짐을 들어 다락위에 있는
창고에 갖다 넣어 주시오."
그러자 손님은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말했다.
"나는 힘이 모자라서
그렇게 무거운 짐을 들 수가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주인은
손님을 노려보면서 혀를 찼다.
그러고는 다시 자신의 웃옷을 벗어
손님에게 입어라고 준 뒤,
작은 책자 하나를 내놓으면서 말했다.
"여기에 수백 냥 은자(銀子)를 받아올
영수증을 써서,
내가 일러 주는 집에 가져다주고
그 은자를 좀 수령해 오시오."
이렇게 심부름을 시키니,
손님은 그 자리에 그냥 뻗대고 앉아서
글을 쓸 줄 모른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에 주인은 화를 내고
노려보면서 말했다.
"그렇게 게으르고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가난할 수밖에 없지요.
허나 그렇다고 대체 누굴 원망하겠소?
당신은 도대체 뭐 하나라도
잘하는 재주가 있는지 궁금하오.
있으면 어디 한번 말해 보시오."
"예, 주인장!
내 오직 한 가지 잘하는 재주를
갖고 있습니다.
그 게 보고 싶다면
내 한번 보여 드리리다."
이렇게 말한 손님은 일어서더니,
두 발로 껑충 뛰어
주인의 가슴을 걷어차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넘어진 주인을 일으켜
두 손으로 양 뺨을
연거푸 때린 뒤 떠나 버렸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한결같이 속이 후련하다면서
흡족해 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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