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82화 - 아내가 상식 준비 중이다 (妻備上食)

 

옛날에 어떤 선비가

한 친구와 친하게 지내니,

그 친구가 선비의 집안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이 선비는 별로

바깥 출입이 없어,

대낮에도 생각만 나면

아내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

옷을 벗고 맨살을 맞대

환애의 즐거움을 만끽하곤 했다.

 

이 선비가 친상을 당해

상주가 되었을 때의 일인데,

어느 날 오후 기분이 고조되기에

아내를 불러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옷을 벗은 뒤

두 몸을 서로 겹쳐

한창 정감이 고조되어

몽롱해 있을 때,

자주 드나들던 그 친구가

선비의 이름을 부르며

집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선비는 친구가 여느 때처럼

불쑥 방문을 열고 들어올까봐

매우 당황했다.

 

이에 곧 몸을 일으켜

아무렇게나 옷을 걸치고는

뛰쳐나가면서 아내에게 일렀다.

"여보, 내 저 친구를

얼른 돌려보내고 들어올 테니,

이대로 반듯이 누운 채

가만히 기다려요."

이와 같이 당부하면서

문을 열고 나가 재빨리 닫았다.

 

그리고는 문을 가로막고 서서

친구와 이야기하며,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돌려보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이 때 방안에서 아내는

고조되었던 정감을 유지하려고 애쓰면서

그대로 누운 채 남편을 기다리는데,

그 친구는 무슨 이야기가 그리도 긴지

남편을 붙잡고 놔주질 않아

매우 안타까웠다.

 

뿐만 아니라

남편이 음호(陰戶) 언저리를 휘저어

온통 농액으로 질펀하니,

파리가 그 진액을 빨아먹으려고 모여들어

도무지 가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에 참다못한 아내는

낮은 소리로 가만히 남편을 불렀다.

"여보, 파리가 자꾸 모여드니

어쩌면 좋지요?"

그러자 선비가 미처

뭐라 말하기도 전에

친구가 듣고는 먼저 묻는 것이었다.

 

"자네 아내가 방안에서

필시 맛난 음식을 만들고 있어

파리가 모여드는 모양이니,

함께 들어가서

그 음식 좀 얻어먹을 수 없겠는가?"

하면서 방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잡으려 했다.

 

이에 선비는 급히 방문을 막아서며 말했다.

"지금 말일세,

아내가 방안에서 빈소에 올릴

상식(上食)을 준비중이라네.

그래서 파리가 음식에 모여들어

나를 빨리 들어오라 하는 걸세.

그러니 자네 오늘은

그만 돌아가게나."

"응, 그래?

그렇다면 자네

얼른 방으로 들어가게,

나는 가네."

 

친구가 상식을 준비한다는 말에

얼른 들어가라 하고 물러가니,

선비는 곧장 방으로 들어가

하던 행사에 불을 지펴

느긋하게 황홀한 즐거움을 만끽하고

일을 끝마쳤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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