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83- 돈 주고 측간을 세내다 (放糞貰錢)

 

옛날에 이달(李達)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속임수에 무척 능했다.

 

하루는 길을 가다가

대로 한복판에서 뒤가 마려웠다.

사방을 둘러봐도

측간(厠間)이 보이지 않으니,

손으로 항문을 움켜쥐고

두리번거리다가

문득 한 가지 계책이 떠올랐다.

 

이달은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여보시오,

이 근처에 돈 내고

측간을 빌릴 곳이 없겠소?"

그러자 한 동복(童僕)1)이 나와서

돈을 얼마나 낼 것이냐고 물었다.

1)동복(童僕 : 어린 종

 

 

이에 이달은 주머니에를 뒤적이니

30전이 있기에

이 돈을 다 주겠노라고 말했다.

어린 종은 그 돈을 벌 생각에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안채에 있는 측간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밖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측간에 들어간 사람이 나오질 않았다.

어린 종은 마음을 졸이면서

측간 앞으로 가서 열심히 살피니,

그 안에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도무지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린 종은

곧 주인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는데,

이러다간 큰 질책을 당할 것 같아

안절부절 못했다.

그리고는 빨리 나오라고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이보시오, 손님!

볼일 다 보았으면 얼른 나와지요."

"아니, 볼일은 벌써 다 보았지만

돈 내고 측간을 세냈으니,

그대로 앉아 있는 거라네."

하고 대답하면서

계속 나오질 않는 것이었다.

 

그러자 어린 종은

두려운 생각이 들어 말했다.

"이보시오, 그렇다면

내 본전을 돌려 드릴 테니

속히 나오시오."

 

이리하여 이달은

돈 한 푼 들이지 않은 채

용변을 보고 떠났다.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이

혀를 내두르고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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