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39- 경진 무과에 급제한 무인 (庚辰武科)

경진(庚辰 : 1460년) 해의 과거에는

무과 급제자가

2천 7백 명이나 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급제시키니,

그들 중에는

활을 쏠 줄 모르는 사람도 있고,

말을 제대로 타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하루 한 맹인이

더듬더듬 길을 가는데,

갑자기 말을 탄 사람이

쏜살같이 지나가면서 맹인을 쳐서,

그만 길가 진흙탕 속으로

나동그러지고 말았다.

이에 맹인은 화가 나서

일부러 늦장을 부리며

한동안 그대로 누워 있다가,

누군가 지나가는 것 같기에

소리쳐 물었다.

"여보시오,

나는 지나가는 맹인이외다!

방금 지나가면서

나를 이렇게 치고 간 자가

누구였는지 아시오?"

"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융복(戎服 : 군복) 차림에

활과 화살을 차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필시 무인인 것 같았씁니다."

그러자 맹인은 일어나면서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이런, 못난 자식 같으니라고!

내 알만 하도다.

그 녀석 필시 경진무과(庚辰武科)에

급제한 무인이 틀림없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말을

그따위로 몰아

사람을 칠 리가 없지."

이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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