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40- 키 작은 사람의 긴 수염 (上舍方運)

성균관의 상사생인 방운(方運)은

키가 매우 작았으나,

수염은 길게 기르고 있었다.

당시 대사성(大司成)으로 있던

황현( 黃鉉 : 1372 ~ ? )이

그를 만나 놀리느라고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이름에 쓰인 '운(運)'자는 '

맹자'에 나오는

'가운지장상(可運之掌上)1)'이라는

구절에 쓰인 '운'자 그것이로세."

1)가운지장상(可運之掌上) : 가히 손바닥 위에서 그것을 움직일 수 있다.

[이 구절은 손바닥 위에서 놀리듯 세상일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그의 몸집이 워낙 작으니 손바닥 위에 그 몸을 올려놓고 놀릴 수 있다는 뜻으로

희롱해 말한 것임]

이 말에 방운이,

"아니올시다.

그 '운'자는 '장자'에나오는

'대붕운어남명(大鵬運於南溟)'이라는

구절에 쓰인 그 '운'자이옵니다."

2)대붕운어남명(大鵬運於南溟) : 대붕은 넓은 남쪽 바다로 날아 활동한다.

라고 하면서

큰 것을 끌어다 붙여서 응답하니,

모두들 좋은 답변이라고 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번은 방운이

저잣거리를 지나가는데

키는 작고 수염은 길게 나 있으니,

거기서 놀던 아이들이

역시 어린 아이인 줄 알고 몰려들어,

"얘는 어린 아이인데도

왜 이렇게 수염이 기냐?"

라고 하면서 기이하게 여겼고,

또 어떤 아이는

그 수염을 잡아당기면서,

"너 이 수염

얼마 주고 사서 붙인 거냐?"

라고 물으며

아이가 수염을 사서

붙인 것으로 알았다.

게다가 또 어떤 아이는

집으로 뛰어 들어가

어머니를 조르면서,

"저 아이는 수염을 사서

붙이고 다니는데,

왜 나는 안 사주는 거야?

나도 수염 사서 붙여 줘!"

라고 하며 떼를 쓰기도 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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