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WCw9we6jL9Y
www.youtube.com/watch?v=X1osOJcJ6uI
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64631
이 시집에 수록한 시편들은 1935년에서 1940년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서정주의 초기 시에 해당한다. “우리들의 중심과제는 ‘생명’의 탐구와 이것의 집중적 표현에 있다.”라고 시인부락 동인시절을 회고한 서정주 자신의 말과도 같이 『화사집』의 시편들은 인간의 숭고한 생명상태를 노래한 것이다.
제1부 ‘자화상(自畫像)’에는 같은 제목의 시 1편,
제2부 ‘화사’에는 「화사」·「문둥이」·「대낮」·「입마춤」·「가시내」 등 8편,
문둥이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입마춤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콩밭 속으로만 자꾸 달아나고
콩밭 속으로만 자꾸 달아나고
울타리는 마구 자빠뜨려 놓고
오라고 오라고 오라고만 그러면
사랑 사랑의 석류꽃 낭기 낭기
하늬바람이랑 별이 모두 우습네요
풋풋한 산노루떼 언덕마다 한 마리씩
개구리는 개구리와 머구리는 머구리와
구비 강물물은 서천으로 흘러 내려---
땅에 긴 긴 입맞춤은 오오 몸서리친
쑥잎풀 지근지근 이빨이 희허옇게
짐승스런 웃음은 달더라 달더라 울음같이 달더라
제3부 ‘노래’에는 「수대동시(水帶洞詩)」·「봄」·「서름의 강(江)물」·「벽(壁)」·「부흥이」 등 7편,
제4부 ‘지귀도시(地歸島詩)’에는 「정오(正午)의 언덕에서」·「고을나(高乙那)의 딸」·「웅계(雄鷄) 상(上)」·「웅계 하」 등 4편,
제5부 ‘문(門)’에는 「바다」·「문(門)」·「서풍부(西風賦)」·「부활」 등 4편이 각각 실려 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화사집(花蛇集))]
.화사(花蛇)
―서정주(1915∼2000)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을마나 크다란 슬픔으로 태여났기에, 저리도 징그라운 몸둥아리냐
꽃다님 같다.
너의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든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룽그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눌이다. ……물어뜯어라. 원통히 무러뜯어.
다라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 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麝香 芳草ㅅ길 *(사향 방촛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안해가 이브라서 그러는게 아니라
석유(石油) 먹은 듯……石油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www.youtube.com/watch?v=HUe1FHzUGH8
https://www.youtube.com/watch?v=sFfsZwRfFqg
https://kydong77.tistory.com/374
자화상
애비는 종이었다.[1]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2]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3]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4]
갑오년[5]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믈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6]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7]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8]에는
몇 방울의 피[9]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10]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www.youtube.com/watch?v=sILb09Y4xME
귀촉도(歸蜀道)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 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은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www.youtube.com/watch?v=t_Rh2gEoKHQ&t=13s
국화 옆에서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https://www.youtube.com/watch?v=lEBImW0FOJ0
m.monthly.chosun.com/client/mdaily/daily_view.asp?idx=1914&Newsnumb=2017101914
④추천사(鞦韆詞)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밀듯이.
향단아.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배갯모에 놓이듯 한 풀꽃더미로부터,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밀듯이, 향단아.
산호(珊瑚)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채색(彩色)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 다오!
서(西)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波濤)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 다오.
향단아.
서정주 [徐廷柱] - 영통과 혼교의 언어로 가 닿은 “신라”와 “하늘” (나는 문학이다, 2009. 9. 9.,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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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동천(冬天)
내 마음속 우리님의 고은 눈섭을
즈문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옴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www.youtube.com/watch?v=epiN0v3nykk
http://www.poemlove.co.kr/bbs/board.php?bo_table=tb01&wr_id=5052
신부(新婦)
ㅡ 서정주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 다리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곤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십년인가 오십년이 지나간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지나가다가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폭삭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www.youtube.com/watch?v=R3LF9QGhP9I&t=80s
「소자 이생원네 마누라님의 오줌 기운」
소자 이생원네 무우밭은요. 질마재 마을에서도 제일로 무성하고 밑둥거리가 굵다고 소문이 났었는데요. 그건 이 소자 이생원네 집 식구들 가운데서도 이 집 마누라님의 오줌 기운이 아주 센 때문이라고 모두들 말했습니다.
옛날에 신라 적에 지증왕(智度路大王)은 연장이 너무 커서 짝이 없다가 겨울 늙은 나무 밑에 장고만한 똥을 눈 색시를 만나서 같이 살았는데, 여기 이 마누라님의 오줌 속에도 장고만큼 무우밭까지 고무(鼓舞)시키는 무슨 그런 신바람도 있었는지 모르지. 마을의 아이들이 길을 빨리 가려고 이 댁 무우밭을 밟아 질러가다가 이 댁 마누라님한테 들키는 때는 그 오줌의 힘이 얼마나 센가를 아이들도 할 수 없이 알게 되었습니다. 「네 이놈 게 있거라. 저놈을 사타구니에 집어놓고 더운 오줌을 대가리에다 몽땅 깔기어 놀라!」 그러면 아이들은 꿩 새끼들 같이 풍기어 달아나면서 그 오줌의 힘이 얼마나 더울까를 똑똑히 잘 알밖에 없었습니다.
— 서정주, 「소자 이생원네 마누라님의 오줌 기운」
「해일」(海溢)
바닷물이 넘쳐서 개울을 타고 올라와서 삼대 울타리 틈으로 새어 옥수수밭 속을 지나서 마당에 흥건히 고이는 날이 우리 외할머니네 집에는 있었습니다. 이런 날 나는 망둥이 새우 새끼를 거기서 찾노라고 이빨 속까지 너무나 기쁜 종달새 새끼 소리가 다 되어 앞발로 낄낄거리며 쫓아다녔읍니다만, 항시 누에가 실을 뽑듯이 나만 보면 옛날이야기만 무진장 하시던 외할머니는, 이때에는 웬일인지 한 마디도 말을 않고 벌써 많이 늙은 얼굴이 엷은 노을빛처럼 불그레해져 바다 쪽만 멍하니 넘어다보고 서 있었습니다.
그때에는 왜 그러시는지 나는 아직 미처 몰랐읍니다만, 그분이 돌아가신 인제는 그 이유를 간신히 알긴 알 것 같습니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배를 타고 먼바다로 고기잡이 다니시던 어부로, 내가 생겨나기 전 어느 해 겨울의 모진 바람에 어느 바다에선지 휘말려 빠져 버리곤 영영 돌아오지 못한 채로 있는 것이라 하니, 아마 외할머니는 그 남편의 바닷물이 자기 집 마당에 몰려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렇게 말도 못 하고 얼굴만 붉어져 있었던 것이겠지요.
— 서정주, 「해일」
www.youtube.com/watch?v=HZAN__WshLY
상가수(上歌手)의 소리
질마재 상가수(上歌手)의 노랫소리는 답답하면 열두 발 상무를 젓고, 따분하면 어깨에 고깔 쓴 중을 세우고, 또 상여면 상여머리에 뙤약볕 같은 놋쇠 요령 흔들며, 이승과 저승에 뻗쳤습니다.
그렇지만, 그 소리를 안 하는 어느 아침에 보니까 상가수는 뒤깐 똥오줌 항아리에서 똥오줌 거름을 옮겨 내고 있었는데요, 왜, 거, 있지 않아, 하늘의 별과 달도 언제나 잘 비치는 우리네 똥오줌 항아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붕도 앗세 작파해 버린 우리네 그 참 재미있는 똥오줌 항아리, 거길 명경(明鏡)으로 해 망건 밑에 염발질을 열심히 하고 서 있었습니다. 망건 밑으로 흘러내린 머리털들을 망건 속으로 보기좋게 밀어넣어 올리는 쇠뿔 염발질을 점잔하게 하고 있어요.
명경도 이만큼은 특별나고 기름져서 이승 저승에 두루 무성하던 그 노랫소리는 나온 것 아닐까요?
— 서정주, 「상가수(上歌手)의 소리」
https://www.youtube.com/watch?v=-KXRaPwgwr0
www.youtube.com/watch?v=YZy2AkWltxw
www.youtube.com/watch?v=ju0Xx5yTnwQ
석굴암 관세음의 노래
ㅡ 서정주(1915- 2000)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조수(潮水)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 새이
얼크러지는 칡넌출 밑에
푸른숨결은 내것이로다.
세월이 아조 나를 못쓰는 티끌로서
허공에,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풀어 오르는 가슴 속에 파도와
이 사랑은 내것이로다.
오고 가는 바람 속에 지새는 나날이여,
땅속에파묻힌 찬란헌 서라벌.
땅속에 파묻힌 꽃같은 남녀들이여.
오- 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나보단도 더 '나'를 사랑하는 이
천년을 천년을 사랑하는 이
새로 햇볕에 생겨났으면
새로 햇볕에 생겨 나와서
어둠속에 날 가게 했으면
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
이 한 마디 말 님께 아뢰고,
나도 인제는 고향에 돌아갔으면!
허나 나는 여기 섰노라.
앉어 계시는 석가의 곁에
허리에 쬐그만 향낭(香囊)을 차고
이 싸늘한 바윗속에서
날이 날마닥 들이쉬고 내쉬이는
푸른숨결은
아,아직도 내것이로다.
*서정주(1915-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다.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벽'으로 당선, 등단했으며, 1938년에 처녀시집 '화사립'을 간행했다.
이후 문협이사장, 동아대문리대학장을 역임하며 '서정주시선' '서으로 가
는 달처럼' 등의 시집을 펴냈다. 자유문학상, 예술원상 등을 수상.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000907.00000015.000010
https://www.youtube.com/watch?v=op7g_7PhkCk
서정주 시집
- 《화사집》, (1941)
- 《귀촉도》, (1946)
- 《시선》, (1955)
- 《신라초》, (1960)
- 《동천》, (1968)
- 《질마재 신화》, (1975)
- 《늙은 떠돌이의 시》, (1993)
- 번역 시집 《만해한용운한시선역》, (예지각, 1983) : 한용운의 한시를 가려 뽑아 번역한 시집
애기의 웃음
ㅡ 서정주 (1915~2000)
애기는 방에 든 햇살을 보고
낄낄낄 꽃웃음 혼자 웃는다.
햇살엔 애기만 혼자서 아는
우스운 얘기가 들어 있는가.
애기는 기어가는 개미를 보고
또 한번 낄낄낄 웃음을 편다.
개미네 허리에도 애기만 아는
배꼽 웃길 얘기가 들어 있는가.
애기는 어둔 밤 이불 속에서
자면서도 낄낄낄 혼자 웃는다.
잠에도 꿈에도 애기만 아는
우스운 하늘 얘긴 꽃펴 있는가.
*이 시를 찾는 조회자님들 덕분에 여기에 추가합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25/20161025039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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