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ELIOT 의 '황무지' 읽기 11 2. A GAME OF CHESS,장기 한 판 05  여인이 앉은 의자는 번쩍이는 옥좌 같이 대리석 위에서 빛나고, 거울은,  열매 열린 포도덩굴들, 그리고 그 틈으로 밖을 내다보는  황금빛 큐피드들이 - 그 중 하나는 제 날개로 제 눈 가렸지 -   만든 기둥들에 의지해 서있는 거울은 일곱 가지 촉대 불빛 두 배로 부풀려 테이블 밝히며 공단 보석함에 담긴 채 아낌없이 내뿜는  그녀 보석들의 광채와 마주친다.   상아 약병들 색유리 향수병들 마개 열리니,  물로, 가루로, 연고로 된 신비로운 향기들 잠행하며감각은 괴롭게, 어지럽게, 취하노라,    창으로 들어온 산뜻한 바람에 향기는 일렁이며 촛불불길 잡아당겨  화려한 천정까지 연기 끌어올리고  격자천정 장식들 흔들어 깨운다. 구리를 먹고 자란 거대한 바다나무 색색 대리석 벽난로 속에 녹색 주황색으로 타오르면, 그 슬픈 빛 속을 헤엄치는 돌고래 상[像] 하나.고풍 벽난로 선반 위에는, 창문으로 숲속 극장 보여주듯 무지막지한 왕에게 끔찍한 욕을 당하고 새가 된 ‘필로멜라’ 이야기가 걸려있는데, 그 나이팅게일의 신성한 울음소리 온 사막에 가득하고 여전히 울고 있건만, 여전히 음란한 세상 더러운 귀엔 ‘쩍 쩍’이라고 들릴 뿐.   그리고 시든 세월의 그루터기들을 이야기하는 벽면의 또 다른 얼굴들은   밖으로 쓰러질듯 노려보며 방안을 에워싸 고요히 만든다. 계단을 질질 끄는 발자국소리. 불빛아래, 빗질된 여인의 머리칼은 퍼지며 불꽃처럼 끝이 서서 말할 듯 타오르다가, 성난 듯 고요해진다. ‘오늘밤은 내 기분이 좋지 않군요. 그래요, 좋지 않아요. 가지 마세요. ‘내게 이야기 해주세요. 왜 도대체 이야기를 안 하시나요. 하시라니까요.‘당신은 무슨 생각하고 있나요? 무엇을 생각하나요? 무엇을?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지 나는 도대체 알 수 없어요. 생각해보세요.’나는 우리가 쥐구멍에 있다고 생각하오,   죽은 사람들이 뼈다귀들 잃는 곳 말이요.         ‘저 소리는 무엇이에요?                                   문밖의 바람이오.        ‘지금 저 소리는 뭐에요?  바람이 무얼 한단 말이에요?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아니요.        ‘당신은 아무 것도 모르나요? 아무 것도 보지 않나요? 당신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않나요?’                                        나는 기억하오,                                     그의 두 눈은 진주로 변했소.  ‘당신은 살아있나요, 죽었나요? 당신 머릿속엔 아무 것도 없단 말에요? 오로지  오 오 오 오 저 셰익스피어 식의 가락뿐 -    128 그토록 맵시 있고  그토록 재치 있는‘나는 이제 무얼 할까요? 나는 무얼 할까요?’‘나는 이대로 뛰쳐나가, 거리를 걸을 테요   ‘머리칼은 이렇게 산발한 채. 우린 내일 무얼 할까요?‘우리는 두고두고 무얼 할까요?’열 시엔 더운 물 쓰고.비가 오면 네 시엔 지붕 덮인 차를 타고. 그리고 우리는 장기 한 판 둔 다음,초조한 눈 치켜뜨며, 문 두드리는 소리 기다릴 거요.   릴의 남편이 제대했을 때, 내가 말했지 -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었지,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이제 앨버트가 돌아오니까, 네 몸도 좀 꾸며라. 이 해 박으라고 준 돈은 무엇에 썼느냐고 물어볼 거야, 그는 분명히 주었어, 나도 봤는걸.  릴, 죄다 빼버리고 참한 걸로 해 박아요,  그는 분명 이렇게 말했어, 나는 당신 꼴을 차마 볼 수 없어. 나도 참을 수 없어, 나도 말했지, 불쌍한 앨버트를 생각해봐, 4년 동안이나 군대에서 살았으니, 이제 재미도 좀 보고 싶겠지,그런데 네가 그걸 해주지 않으면 남이 할 거야, 내가 말했어.  아, 그렇구나, 그녀가 말했지. 뭐 그런 거지, 내가 말했어.  그렇다면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 알겠어, 그리 말하며 그녀는 나를 노려보았지.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If you don't like it you can get on with it, I said.Others can pick and choose if you can't.But if Albert makes off, it won't be for a lack of telling.You ought to be ashamed, I said, to look so antique.(And her only thirty-one.)I can't help it, she said, pulling a long face,It's them pills I took, to bring it off, she said.(She's had five already, and nearly died of young George.)The chemist said it would be all right, but I've never been the same.You are a proper fool, I said.Well, if Albert won't leave you alone, there it is, I said,What you get married for if you don't want children?HURRY UP PLEASE IT'S TIME 그게 싫다고 해도 너는 참을 수 있을 거야, 내가 말했지, 네가 못한다면 남들이 골라잡을 거야.  앨버트가 정말 떠난다면, 그건 대화가 부족해서가 아닐 거야.  너는 그렇게 늙게 보이는 걸 부끄러워해야 해, 내가 말했어.(그녀는 이제 겨우 서른 한 살이니까.)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시무룩한 얼굴로 그녀가 말했지, 그것을 지우려고 먹은 알약들 때문이야, 그녀가 말했어.  (그녀는 벌써 다섯이나 낳았고, 막내 조지 때는 거의 죽을 뻔했지.) 약사는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나는 도무지 전 같질 않아.너는 정말 바보로구나, 내가 말했어.만약 앨버트가 가만 두지 않는다면 어떡할래, 아기도 안 낳을 거면 뭐 하러 결혼은 한 거야? 라고 했지.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엘리엇이 서른한 살 되던 해에 이 ‘황무지’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함.][# to bring it off: 낙태시키는 것을 말함. ]Well, that Sunday Albert was home, they had a hot gammon, And they asked me in to dinner, to get the beauty of it hot -HURRY UP PLEASE IT'S TIMEHURRY UP PLEASE IT'S TIME그런데 앨버트가 집에 온 일요일, 그들은 뜨거운 돼지고기요리를 장만해놓고,나를 만찬에 초대했지, 더울 때 맛보라고 했지 -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Goonight Bill.  Goonight Lou.  Goonight May.  Goonight.Ta ta.  Goonight.  Goonight.Good night, ladies, good night, sweet ladies, good night, good night.   172 잘 자요, 빌, 잘 자요, 루, 잘 자요, 메이, 잘 자라, 애들아,잘 자요, 안녕히.  안녕히 주무세요, 부인네들, 안녕히 주무세요, 아가씨들, 안녕히 주무세요, 안녕히. [# gammon; Ham or bacon. ][# Ta ta: 어린아이들의 작별인사] [# 172. 미쳐버린 Ophelia의 마지막 작별인사, Hamlet 4막 5장에 나오며,  그녀도 역시 물에 빠져 죽게 된다. ]Ophelia:  I hope all will be well. We must be patient: but I cannotchoose but weep, to think they would lay him i' the cold ground.My brother shall know of it: and so I thank you for your goodcounsel.--Come, my coach!--Good night, ladies; good night, sweetladies; good night, good night.!모든 일이 잘 되겠지요. 우리는 참아야합니다, 하지만 차디찬 땅속에 누운 그분을 생각하면 울음을 참을 수 없습니다. 오빠도 내 마음을 아시겠지요, 여러분들의 좋은 충고말씀에 감사드립니다. - 자, 가자, 마차야! - 안녕히 주무세요, 여러분, 안녕히 주무세요, 아름다운 분들, 안녕, 안녕히. 
[# 이리하여 '황무지'의 제 2부, ‘장기 한 판’도 끝났습니다. 제목은 ‘장기 한 판’이었지만 이 제목 말고는 ‘장기’라는 게임에 대해서 시인은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즉, 이 시에서 말하려는 것은 ‘장기’라는 게임이 아니라, 그 판에 박은 놀이를 빙자하여 다른 수다를 떨고 싶었던 것, 아니면 현대인의 복잡하고 산만한 생각들을 드러내며 기분풀이 시간을 갖으려했던 것이지요. # 되풀이되는 HURRY UP PLEASE IT'S TIME 외침, 바둑 [ 또는 장기 ] 둘 때 초읽기하며 다음 착수를 다그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가게문 닫겠다는 그 외침 사이사이 짧은 시간에, 한 마디라도 더 조금이라도 더 수다 떨겠다는 의지가 돋보입니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일수록 이런 수가 많지요. [# 처음에는 왕들, 여왕들이 노니는 화려한 배경설명으로 거창하게 시작된 이야기가 결국 이런 평범하고 속된[?] 이야기로 끝나니, 소위 ‘泰山鳴動鼠一匹’ 이라고 실망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야말로 시인이 원하는 의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옛날문명의 화려함과 현대인이 갖고 있는 가치의 초라함을 극명하게 대조시키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수많은 옛 것들을 동원시키고 옛 문헌들을 뒤지게 만드니, - ‘온고지신(溫故知新)’과도 통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필한 의사 [서울사대부고19회 사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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