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ELIOT 의 '황무지' 읽기 10
 2.A GAME OF CHESS, 장기 한 판  04 여인이 앉은 의자는 번쩍이는 옥좌 같이 대리석 위에서 빛나고, 거울은,  열매 열린 포도덩굴들, 그리고 그 틈으로 밖을 내다보는  황금빛 큐피드들이 - 그 중 하나는 제 날개로 제 눈 가렸지 -   만든 기둥들에 의지해 서있는 거울은 일곱 가지 촉대 불빛 두 배로 부풀려 테이블 밝히며 공단 보석함에 담긴 채 아낌없이 내뿜는  그녀 보석들의 광채와 마주친다.   상아 약병들 색유리 향수병들 마개 열리니,  물로, 가루로, 연고로 된 신비로운 향기들 잠행하며감각은 괴롭게, 어지럽게, 취하노라,    창으로 들어온 산뜻한 바람에 향기는 일렁이며 촛불불길 잡아당겨  화려한 천정까지 연기 끌어올리고  격자천정 장식들 흔들어 깨운다. 구리를 먹고 자란 거대한 바다나무 색색 대리석 벽난로 속에 녹색 주황색으로 타오르면, 그 슬픈 빛 속을 헤엄치는 돌고래 상[像] 하나.고풍 벽난로 선반 위에는, 창문으로 숲속 극장 보여주듯 무지막지한 왕에게 끔찍한 욕을 당하고 새가 된 ‘필로멜라’ 이야기가 걸려있는데, 그 나이팅게일의 신성한 울음소리 온 사막에 가득하고 여전히 울고 있건만, 여전히 음란한 세상 더러운 귀엔 ‘쩍 쩍’이라고 들릴 뿐.   그리고 시든 세월의 그루터기들을 이야기하는 벽면의 또 다른 얼굴들은   밖으로 쓰러질듯 노려보며 방안을 에워싸 고요히 만든다. 계단을 질질 끄는 발자국소리. 불빛아래, 빗질된 여인의 머리칼은 퍼지며 불꽃처럼 끝이 서서 말할 듯 타오르다가, 성난 듯 고요해진다. ‘오늘밤은 내 기분이 좋지 않군요. 그래요, 좋지 않아요. 가지 마세요. ‘내게 이야기 해주세요. 왜 도대체 이야기를 안 하시나요. 하시라니까요.‘당신은 무슨 생각하고 있나요? 무엇을 생각하나요? 무엇을?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지 나는 도대체 알 수 없어요. 생각해보세요.’나는 우리가 쥐구멍에 있다고 생각하오,   죽은 사람들이 뼈다귀들 잃는 곳 말이요.         ‘저 소리는 무엇이에요?                                    문밖의 바람이오.        ‘지금 저 소리는 뭐에요?  바람이 무얼 한단 말이에요?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아니요.         ‘당신은 아무 것도 모르나요? 아무 것도 보지 않나요? 당신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않나요?’                                         나는 기억하오,                                     그의 두 눈은 진주로 변했소.  ‘당신은 살아있나요, 죽었나요? 당신 머릿속엔 아무 것도 없단 말에요? 오로지  오 오 오 오 저 셰익스피어 식의 가락뿐 -    128 그토록 맵시 있고  그토록 재치 있는[# 128.;  O O O O ; TEXT에 따라선 Hamlet이 죽으며 내뱉는 소리라는 해설도 있음.]'What shall I do now?  What shall I do?''I shall rush out as I am, and walk the street'With my hair down, so.  What shall we do tomorrow?'What shall we ever do?'‘나는 이제 무얼 할까요? 나는 무얼 할까요?’‘나는 이대로 뛰쳐나가, 거리를 걸을 테요   ‘머리칼은 이렇게 산발한 채. 우린 내일 무얼 할까요?‘우리는 두고두고 무얼 할까요?’The hot water at ten.And if it rains, a closed car at four.And we shall play a game of chess, 138Pressing lidless eyes and waiting for a knock upon the door.열 시엔 더운 물 쓰고.비가 오면 네 시엔 지붕 덮인 차를 타고. 그리고 우리는 장기 한 판 둔 다음,눈꺼풀 없는 두 눈 누르며, 문 두드리는 소리 기다릴 거요.   [# 두 남녀의 대화에는, 특히 여자의 말에는 앞서 보들레르가 고발했던 현대인의 지독한 ‘권태’가 배어있어 보입니다. 그 ‘권태’를 벗어나기 위한 갈망으로 남자에게 무엇을 해야 할까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매일매일 똑같은 것들뿐...[# Pressing lidless eyes 눈꺼풀 없는 두 눈 누르며, ; 이 구절은 '잠들 줄도 모르고,' 라고 해석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듯합니다. ] When Lil's husband got demobbed, I said -I didn't mince my words, I said to her myself,릴의 남편이 제대했을 때, 내가 말했지 -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었지,  HURRY UP PLEASE IT'S TIME.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이 말은 영국 선술집에서 이제 곧 문을 닫겠다는 주인의 통상적 외침이라고 합니다. ]Now Albert's coming back, make yourself a bit smart.He'll want to know what you done with that money he gave youTo get herself some teeth.  He did, I was there.You have them all out, Lil, and get a nice set,He said, I swear, I can't bear to look at you.And no more can't I, I said, and think of poor Albert,He's been in the army for four years, he wants a good time,And if you don't give it him, there's others will, I said.Oh is there, she said.  Something o' that, I said.Then I'll know who to thank, she said, and give me a straight look.HURRY UP PLEASE IT'S TIME이제 앨버트가 돌아오니까, 네 몸도 좀 꾸며라. 이 해 박으라고 준 돈은 무엇에 썼느냐고 물어볼 거야, 그는 분명히 주었어, 나도 봤는걸.  릴, 죄다 빼버리고 참한 걸로 해 박아요,  그는 분명 이렇게 말했어, 나는 당신 꼴을 차마 볼 수 없어. 나도 참을 수 없어, 나도 말했지, 불쌍한 앨버트를 생각해봐, 4년 동안이나 군대에서 살았으니, 이제 재미도 좀 보고 싶겠지,그런데 네가 그걸 해주지 않으면 남이 할 거야, 내가 말했어.  아, 그렇구나, 그녀가 말했지. 뭐 그런 거지, 내가 말했어.  그렇다면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 알겠어, 그리 말하며 그녀는 나를 노려보았지.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 장면이 바뀌어 싸구려 술집, 런던 토박이 두 여인이 문 닫을 시간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광경입니다. 그래서 “HURRY UP PLEASE IT’S TIME. 서두르십시오, 시간이 됐습니다.”라는 소리가 가끔씩 들려옵니다. ][# 그런데 이 장면은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물으며 권태를 벗어나려고 애쓰던 그 여자가 결국 장기를 두지만, 그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고, 머릿속은 온통 ’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수다 떨고 있는 그 산만하고 혼란스런 마음을 드러내려는 것으로 보입니다.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그 수다를 좀 더 들어보시지요.]이필한 의사 [서울사대부고19회사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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