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이망헌(李忘軒) [망헌은 이주(李冑)의 호]이 진도(珍島)로 귀양 갈 때,
이낭옹(李浪翁) [낭옹은 이원(李黿)의 자]을 작별하는 시에,
海亭秋夜短 해정추야단
一別復何言 일별복하언
怪雨連鯨窟 괴우연경굴
頑雲接鬼門 완운접귀문
素絲衰鬢色 소사쇠빈색
危涕滿痕衫 위체만흔삼
更把離騷語 경파이소어
憑君欲細論 빙군욕세론
바닷가 정자에 가을밤도 짧은데
이번 작별에 새삼 무슨 말 할꼬
궂은비는 깊은 바닷속까지 연하였고
험상궂은 구름은 변방에까지 이었네
흰 구레나룻에 파리한 안색
두려운 눈물 자국 적삼에 그득
이소경(離騷經)의 말을 가지고
그대와 꼼꼼히 따질 날 그 언제런가
라 하였다.
그가 제주도로 이배(移配)될 제, 배가 막 뜨려는데 친동생이 뒤쫓아 왔다.
떠나면서 시 한 수를 읊어 작별하기를,
强停鳴櫓痛平生 강정명로통평생
白日昭昭照弟兄 백일소소조제형
若敎精衛能塡海 약교정위능전해
一塊耽羅可步行 일괴탐라가보행
찌걱거리는 노 굳이 멈추고 한평생을 서러워하니
백일은 밝게밝게 우리 형제를 비추네
정위새 와서 바다를 메우기만 한다면
한 덩이 탐라도를 걸어서도 가련만
하였으니 천년 뒤에도 읽는 이의 애를 끊어지게 하리라.
김경림(金慶林, 경림은 봉호) 명원(命元) 이 우리 형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낭옹(浪翁)의 이름은 원(黿), 호는 재사당(再思堂)이며, 경주인(慶州人)이다. 벼슬은 예조 정랑에 이르렀다. 무오년에 장류(杖流)되었고, 갑자년에 원통하게 죽었다.
망헌(忘軒)의 아우의 이름은 여(膂), 자는 홍재(弘哉)이고 벼슬은 수찬(修撰)에 이르렀다.
명원(命元)의 자는 응순(應順), 호는 주은(酒隱)이고 경주인이다. 벼슬은 영의정에 이르렀고 시호는 충익(忠翼)이다.
우리 형의 이름은 성(筬), 자는 공언(功彦)인데 벼슬은 동지중추부사에 이르렀고 호는 악록(岳麓)이다.
망헌(忘軒)의 만성시(漫成詩)에
老怯風霜病益頑 노겁풍상병익완
一簷朝旭坐蒲團 일첨조욱좌포단
隣僧去後門還掩 인승거후문환엄
只有山雲過石欄 지유산운과석란
나이 드니 풍상은 두렵기만 하고 짓궂은 병은 더욱 떠날 줄 모르는데
외로운 처마 아침해에 포단에 앉았네
이웃 중이 가버린 뒤 사립 다시 닫았는데
산구름만 돌난간을 스쳐 지날 뿐
이라는 것이 있다.
중에게 준[寄僧] 시는 또 다음과 같다.
鍾聲敲月落秋雲 종성고월낙추운
山雨翛翛不見君 산우소소불견군
鹽井閉門唯有火 염정폐문유유화
隔溪人語夜深聞 격계인어야심문
종소리는 달을 두드려 가을 구름에 지고
산비는 주룩주룩 그대는 안 보이네
염정은 닫히고 불길만 보이는데
개울 너머 인기척 밤깊도록 두런두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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