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익지(益之:이달)의 시를 세상 사람들은 기생에 대한 실수 때문에 트집을 잡지만,

그의 동산역시(洞山驛詩)에,

隣家少婦無夜食

린가소부무야식

雨中 刈麥草間歸

우중예맥초간귀

靑薪帶濕煙不起

청신대습연불기

入門兒女啼牽衣 입문아녀제견의


이웃집 어린 며느린 저녁거리도 없어

비맞으며 보리 베어 풀섶길로 돌아오네

축축한 생솔가지 불도 안 붙는데

들어서자 어린 것들 옷 잡고 칭얼대네


라 하였으니, 시골 살림의 식량 딸리는 보릿고개 실정을 직접 보는 듯하다.


그의 <이삭줍기노래>[拾穗謠,습수요]에는,

田間拾穗村童語

전간습수촌동어

盡日東西不滿筐

진일동서불만광

今歲刈禾人亦巧

금세예화인역교

盡收遺穗上官倉

진수유수상관창

논에서 이삭 줍는 어린이 하는 말

온 종일 이리저리 주워야 소쿠리도 안 차요

올해는 벼 베는 이 솜씨 하 좋아

한 톨이라도 흘릴세라 관창에 다 바쳤대요


라 하였으니, 흉년에 시골 사람의 말을 마치 친히 듣는 듯하다.


영남도중(嶺南道中)이란 시에서는,

老翁負鼎林間去

로옹부정림간거

老婦携兒不得隨

노부휴아부득수

逢人却說移家苦

봉인각설이가고

六載從軍父子離

육재종군부자리


영감은 솥 지고 숲길로 가버렸는데

할멈은 어린 것을 데리고 따라가질 못하네

사람 만나 떠돌아다니는 괴로움 넋두리하되

종군하기 육년이라 부자도 이별이라오

라 하였으니, 부역에 허덕이는 백성들이 살 수 없어 유리 신고하는 모습이 한 편에 갖추 실려 있다.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들이 이 시를 보고 가슴 아파하며 놀라 깨달아, 고달프고 병든 자를 어진 정치로 잘 살게 한다면, 그 교화에 도움됨이 어찌 적다 할 것인가.
문장을 지음이 세상 교화와 관계가 없다면 한갓 짓는데 그칠 뿐일 것이니, 이러한 작품이 어찌 소경의 시 외는 소리나 솜씨 있는 간언보다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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