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당 나라 장우(張祐)와 최애(崔涯)가 창루(娼樓)에 제시(題詩)를 해 주었는데, 만약 칭찬을 하면, 네 말[馬]이 끄는 수레가 그 문을 메우고, 그 시가 기생을 헐뜯으면 손님도 끊겼다.
신차소(申次韶:신종호) 선생이 상림춘(上林春)이라는 기생에게 준 시에,
第五橋頭煙柳斜
제오교두연유사
晩來風日轉淸和
만래풍일전청화
緗簾十二人如玉
상렴십이인여옥
靑瑣詞臣信馬過
청쇄사신신마과
제오교 머리에 내 낀 버들 비꼈고
밤들자 바람 자고 날씨도 해맑아라
노르스름한 열두 난간에 아가씨 옥과 같으니
대궐 안 시인들도 말 가는 대로 찾아드네
라 하니, 기생의 명성은 이로 인해 십배나 올랐다.
이익지(李益之:이달)가 옥하선(玉河仙)이란 기생을 비웃기를,
頭如刷箒色如銀
두여쇄추색여은
黙坐無言似鬼神
묵좌무언사귀신
遍身綺羅疑借著
편신기라의차저
只宜終嫁郭忠輪
지의종가곽충륜
빗자루 같은 머리털 그나마 센데다가
아무말 않고 앉은 꼴 귀신 같구나
몸에 걸친 비단옷도 얻어 입은 듯
고작해야 곽충륜에게나 시집가겠군
이라 하였다.
충륜(忠輪)은 장님인데 돈은 있었다.
이 기생은 유명했었으나 익지(益之)의 시가 나오자 문득 그 집이 쓸쓸해졌다. 똑같이 이름난 기생이로되, 한 시로 그 값을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었으니, 어찌 다만 기생뿐이겠는가? 대개 선비도 이와 같았다.
차소(次韶)의 이름은 종호(從護), 호는 삼괴(三魁)로 고령인(高靈人)이다. 벼슬은 예조 참판에 이르렀는데, 연경에 사신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송도에서 죽었다.
삼괴(三魁:신종호)의 상춘(傷春) 절구에,
茶甌飮罷睡初醒
다구음파수초성
隔屋聞吹紫玉笙
격옥문취자옥생
燕子不來鸎又去
연자불래앵우거
滿庭紅花落無聲
만정홍화락무성
한 사발 차 마시자 졸음 막 깨니
이웃에서 들려오는 붉은 옥피리 소리
제비도 오잖고 꾀꼬리도 날아갔는데
뜰에 가득 붉은 꽃잎만 소리 없이 떨어지네
라는 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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