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崔猿亭玩世不仕。冀以免禍。

최원정(崔猿亭) [원정은 최수성(崔壽峸)의 호]은 세상을 내리보고서 벼슬하지 아니하고 화나 면하기를 바랐다.

一日。諸賢會靜庵第。猿亭自外至。氣急不能言。亟呼水飮之曰。

하루는 제현(諸賢)이 정암(靜庵) [조광조의 호]의 집에 모였는데 원정이 밖에서 들어오며 숨이 가빠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황급히 물을 달라고 해 마시고는,

我渡漢江。波湧船壞。幾渰僅生。

"내가 한강을 건너올 제 물결이 솟구치고 배가 부서져 거의 물에 빠져 죽을 뻔하다 겨우 살아났다."고 하니,

主人笑曰。此諷吾輩也。猿亭援筆寫山水於壁間。元冲詩之曰。

주인이 웃으면서,"이는 우리들을 풍자하는 말이다."고 했다. 원정이 붓을 잡아 벽에다 산수를 그리자 원충(元冲 김정(金淨)의 자)이 시를 지었는데,

淸曉巖峯立。 청효암봉립。

白雲橫翠微。 백운횡취미。

江村人不見。 강촌인불견。

江樹遠依依。 강수원의의。

맑은 새벽 바위 산 봉우리 우뚝한데

흰 구름은 산기슭에 비꼈네

강촌에는 사람 모습 보이지 않고

강변 나무 저 멀리 아득하구나

猿亭登萬義浮屠。作詩曰。

라 했다. 원정 최수성이 만의사(萬義寺)에 올라 지은 시에,

古殿殘僧在。 고전잔승재。

林梢暮磬淸。 림초모경청。

窓通千里盡。 창통천리진。

墻壓衆山平。 장압중산평。

木老知何歲。 목로지하세。

禽呼自別聲。 금호자별성。

艱難憂世綱。 간난우세강。

今日恨吾生。 금일한오생。

옛 불전엔 몇 안 되는 중이 지키고 있고

수풀 끝엔 저녁 종소러 맑게 울리네

창문은 트이어 천리 끝 닿고

담장이 눌러 서니 뭇산은 평평하네

나무는 몇 해나 늙어 왔는지

새는 별난 목청으로 우짖고 있네

험난한 세상 그믈에 걸릴까 근심하려니

오늘에 내 인생을 한탄하노라

結句有意。抑自知其罹禍耶。惜哉

라고 했다. 결구(結句)에 뜻이 담겨 있으니 아마도 스스로 화를 입을 것을 알았던 것이 아닐까? 애석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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