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鄭湖陰少推伏。只喜訥齋詩。

호음 정사룡(鄭士龍,1491-1570)은 굴복하는 경우가 적었고 다만 눌재 박상(朴祥, 1475-1530)의 시를 좋아하였다.

嘗書

일찍이 [벽에] 쓰기를,

西北二江流太古。 서북이강류태고。

東南雙嶺鑿新羅。 동남쌍령착신라。

서북의 두 강은 태고부터 흘러오고

동남의 두 봉우리 신라(新羅)를 파고 드네

彈琴人去鶴邊月。 탄금인거학변월。

吹笛客來松下風。 취적객래송하풍。

거문고 타는 사람이 가니 학이 달을 비껴 날아가고

피리 부는 나그네 오니 소나무 아래로 바람이 불어오네

之句於壁上。自嘆以爲不可及。

라는 시구를 써서 벽에 놓고, 스스로 탄식하며 미칠 수 없다고 여겼다.

又云許宗卿有

또 이르기를, "허종경(許宗卿)의 시에,

野路欲昏牛獨返。 야로욕혼우독반。

江雲將雨燕低飛。 강운장우연저비。

들길이 저물어 오는데 소는 홀로 돌아오고

강 구름이 장차 비오려 하니 제비가 낮게 나네

之句。可與姜木溪

라는 구절은 목계 강혼(姜渾)의,

紫燕交飛風拂柳。

靑蛙亂叫雨昏山。

자주빛 제비 어지러이 날자 바람은 버들 스치고

청개구리 시끄럽게 울자 비 오는 산은 날이 저무네

之語。相當也。

이라 한 시구와 서로 대적할 만하다."고 했다.

其時稱申企翁衆體皆具。而湖陰獨善七言律。似不及焉。

그 당시 '기재 신광한의 시는 중체(衆體)를 모두 갖추었으나 호음 정사룡은 칠언율시에만 능했으니 그에게 못 미칠 것 같다.'고들 했는데,

湖陰曰。渠之衆體。安敢當吾一律乎。其自重如此。

정사룡은 '그의 중체가 감히 내 율시 한 구를 당할소냐.' 했으니 그의 자부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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