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廢主雖荒亂。亦喜詞藻。姜木溪久爲知申事。
폐주(廢主 연산군을 가리킴)는 비록 황란(荒亂)하였으나 또한 시문을 좋아하였다. 강목계(姜木溪) [목계는 강혼(姜渾)의 호]가 오랫동안 도승지로 있었는데,
嘗以
연산이 언젠가,
寒食園林三月暮。한식원림삼월모。
落花風雨五更寒。락화풍우오경한。
한식이라 동산 숲에 삼월은 저물고
꽃 날리는 비바람에 오경은 싸늘하네
爲韻。命近臣製進。木溪詩爲魁。
라 한 시구로 시제(詩題)를 내고서 근신(近臣)들에게 지어 바치도록 명하였는데 목계의 시가 장원으로 뽑혔다.
詩曰。
그 시에,
淸明御柳鎖寒煙。청명어류쇄한연。
料峭東風曉更顚。료초동풍효경전。
不禁落花紅襯地。불금락화홍친지。
更敎飛絮白漫天。경교비서백만천。
高樓隔水褰珠箔。고루격수건주박。
細馬尋芳耀錦韉。세마심방요금천。
醉盡金樽歸別院。취진금준귀별원。
綵繩搖曳畫欄邊。채승요예화란변。
청명(淸明)이라 궁 버들은 찬 내에 잠기고
쌀쌀한 봄바람 새벽 되어 더욱 몰아치네
지는 꽃 땅에 붉게 포개지고
나는 버들개지 하늘 희게 뒤덮누나
못물 너머 높은 누각 구슬발을 걷고
세오마(細烏馬)는 꽃을 찾아 비단 언치 빛내네
금동이 술 실컷 취해 별원(別院)으로 돌아오니
오색 끈 흔들리며 그림 난간 가로 끄네
主大加稱賞。賚物甚多。
폐주는 크게 칭찬하고 상으로 준 물건도 매우 많았다.
嘗悼亡姬。令詞臣製挽。
언젠가 폐주가 죽은 희첩(姬妾)을 슬퍼하여 사신(詞臣)들로 하여금 만시(挽詩)를 짓게 하였는데,
李伯益詩曰。
이백익(李伯益) [백익은 이희보(李希輔)의 자]이 시를 짓되,
宮門深鎖月黃昏。궁문심쇄월황혼。
十二鍾聲到夜分。십이종성도야분。
何處靑山埋玉骨。하처청산매옥골。
秋風落葉不堪聞。추풍락엽불감문。
궁궐 문은 깊이 잠겨 달빛도 황혼인 제
열두 번 종소리가 밤중에 들린다
어디메 청산에 옥골(玉骨)을 묻었는지
가을 바람에 지는 잎 소리 차마 못듣겠네
主極稱贊。遂自吏曹正郞。擢直提學。
폐주가 극찬하였고 마침내 이조 정랑(吏曹正郞)에서 직제학(直提學)으로 발탁되었다 .
二詩雖好。而二公亦因此不振云
두 편 시가 비록 좋기는 하나 두 사람도 또한 이 때문에 이름을 떨치지 못하게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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