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南止亭嘗言金馹孫之文。朴誾之詩。不可易得。此語誠然。
남지정(南止亭) [지정은 남곤(南袞)의 호]은 일찍이, 김일손(金馹孫)의 글이나 박은(朴誾)의 시는 쉽게 얻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 말은 참으로 옳다.
朴之詩。雖非正聲。嚴縝勁悍。
박은의 시는 비록 정성(正聲)은 아니나 엄진(嚴縝)하고 경한(勁悍)하다.
如春陰欲雨鳥相語。 老樹無情風自哀。
춘음욕우조상어。 로수무정풍자애。
흐린 봄날 비 오려하니 새는 서로 지저귀고
무정한 고목엔바람소리 절로 슬프다
之句。學唐纖麗者。安敢劘其墨乎。
와 같은 구절은 당의 섬려(纖麗)한 시풍만을 배운 자로는 어찌 감히 그 경지에 올라설 수 있으랴.
복령사(福靈寺)
ㅡ 박은(朴誾)
伽藍却是新羅舊 千佛皆從西竺來
終古神人迷大隈 至今福地似天台
春陰欲雨鳥相語 老樹無情風自哀
萬事不堪供一笑 靑山閱世自浮埃
『容齋先生集』 卷之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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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령사(福靈寺)
ㅡ 박은(朴誾)
伽藍却是新羅舊
가람각시신라구, 가람은 곧 신라의 옛 것인데,
千佛皆從西竺來
천불개종서축래, 천개의 불상은 다 서축에서 왔다네.
終古神人迷大隈
종고신인미대외, 예로부터 신인도 대외(大隈)를 찾다가 길을 잃었다는데
至今福地似天台
지금복지사천태, 지금의 복된 땅은 천태산 같다네【천태(天台): 신선인 마고할미가 사는 곳이라 한다.
春陰欲雨鳥相語
춘음욕우조상어, 봄구름은 비 내릴 듯하니 새들이 서로 지저귀고
老樹無情風自哀
로수무정풍자애, 늙은 나무 정이 없으니 바람이 절로 애처롭네.
萬事不堪供一笑
만사불감공일소, 만사는 한바탕 웃음거리도 못 되니,
伽藍却是新羅舊 가람각시신라구 |
가람은 곧 신라의 옛 것인데, |
千佛皆從西竺來 천불개종서축래 |
천개의 불상은 다 서축에서 왔다네. |
終古神人迷大隈 종고신인미대외 |
예로부터 신인도 대외(大隈)【대외(大隈): 황제(黃帝)가 대외(大隗)를 만나러 구차산(具茨山)으로 가는데, 방명(方明)이 수레를 몰고, 창우(昌㝢)가 수레 우측에 타고, 장약(張若)과 습붕(謵朋)이 앞에서 말을 인도하고, 곤혼(昆閽)과 골계(滑稽)가 뒤에서 수레를 호위하여 가서 襄城의 들판에 이르자, 이 일곱 성인이 모두 길을 잃어 길을 물을 데가 없었다. 우연히 말을 먹이는 동자를 만나 물으니 길을 알려 주었다. 여기서는 복령사를 찾기 어려움을 뜻한다. 『장자(莊子)』 「서무귀(徐无鬼)」】를 찾다가 길을 잃었다는데 |
至今福地似天台 지금복지사천태 |
지금의 복된 땅은 천태산 같다네【천태(天台): 신선인 마고할미가 사는 곳이라 한다. 한(漢) 명제(明帝) 때 사람인 유신(劉晨)이 완조(阮肇)와 함께 천태산에서 약을 캐다가 길을 잃고 선계(仙界)의 여인들을 만나 반년을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이미 수백 년 세월이 흘러 자기 7대손(代孫)이 살고 있어 다시 천태산으로 갔다 한다. 『태평어람(太平御覽)』 卷41 손작(孫綽)의 천태산부(天台山賦)에 “도사를 단구에서 방문하여, 불사의 복지를 찾노라.[訪羽人於丹丘 尋不死之福庭]” 하였다.】. |
春陰欲雨鳥相語 춘음욕우조상어 |
봄구름은 비 내릴 듯하니 새들이 서로 지저귀고 |
老樹無情風自哀 로수무정풍자애 |
늙은 나무 정이 없으니 바람이 절로 애처롭네. |
萬事不堪供一笑 만사불감공일소 |
만사는 한바탕 웃음거리도 못 되니, |
靑山閱世自浮埃 청산열세자부애 |
푸른 산도 세상을 겪느라【열(閱): 눈으로 본다[觀]는 뜻과 검열한다[考]는 뜻과 차례로 두루 거친다[歷]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열서(閱書)’라든가 ‘열병(閱兵)’이라든가 ‘열세(閱世)’라든가 하는 말이 있게 된 것입니다[閱者, 觀也考也歷也. 故有閱書閱兵閱世之文.] 『간이집(簡易集)』, 「열승정기(閱勝亭記)」】 스스로 먼지 속 위에 떠있구나.『容齋先生集』 卷之七 |
이행[아래 32번]과 박은은 황정견과 진사도의 시법을 모범으로 하는 해동의 강서파이다.
◇朴誾(박은,1479-1504)
[福靈寺]
伽藍却是新羅舊
가람은 곧 신라 옛 절집이고
千佛皆從西竺來
즈믄 불상 모두 서녘 천축국에서 모셨다네.
從古神人迷大隈;
옛날 黃帝도 대외에서 길을 잃었다는데
至今福地似天台
지금의 복지[복령사]가 천태와 흡사하구나.
春陰欲雨鳥相語
음산한 봄날 비오려니 새들이 지저귀고
老樹無情風自哀
무정한 고목엔 바람 소리 절로 슬프다.
萬事不堪供一笑
인생만사 한바탕 웃음거리도 못되나니
靑山閱世只浮埃
청산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다만 떠도는 먼지뿐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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