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소부부고 권11, 문부8에는 12편의 '論'이 있다. 그 가운데 유명한 것은 '호민론'과 '유재론(遺才論)'이다. 후자는 지역 차별, 서얼등용 제한 등을 철폐하여 인재등용에 제한을 두지 말자는 주장인데, <홍길동전> 때문인지 전자가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원문과 번역을 함께 읽어본다. 이 글은 맹자의 民本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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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민론(豪民論)-허균(許筠)

호민론(豪民論)-허균(許筠)호민론-허균(許筠)天下之所可畏者(천하지소가외자) : 천하에 두려워할 대상은 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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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민론(豪民論)

허균(許筠)

 

천하에 두려워할 대상은 오직 백성뿐이다

天下之所可畏者
(천하지소가외자) : 천하에 두려워할 대상은

唯民而已
(유민이이) : 오직 백성뿐이다.

民之可畏
(민지가외) : 백성을 두려워해야 함은

有甚於水火虎豹
(유심어수화호표) : 홍수나 화재 또는 호랑이나 표범보다도 더 심함이 있다.

在上者方且狎馴而虐使之

(재상자방차압순이학사지)

: 그런데도 윗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백성들을 업신여기면서 가혹하게 부려먹다니

抑獨何哉

(억독하재) : 도대체 어째서 다만 그러한가?

 

이 호민은 몹시 두려워해야 할 존재이다

 

夫可與樂成而拘於所常

(부가여악성이구어소상견자)

: 이미 이루어진 것을 여럿이 함께 즐거워하고, 늘 보아 오던 것에 익숙하여

循循然奉法役於上者

(순순연봉법역어상자)

: 그냥 순순하게 법을 받들면서 윗사람에게 부림을 당하는 사람들은

恒民也
(항민야) : 항민(恒民)이다.

恒民不足畏也

(항민불족외야) : 이러한 항민은 두려워할 것이 없다.

厲取之而剝膚椎髓

(려취지이박부추수) : 모질게 착취당하여 살가죽이 벗겨지고 뼈가 부서지면서도

竭其廬入地出
(갈기려입지출) : 집안의 수입과 땅에서 산출되는 것을 다 바쳐서 .

以供无窮之求
(이공무궁지구) : 한없는 요구에 이바지하느라,

愁嘆咄嗟
(수탄돌차) : 혀를 차고 탄식하면서

咎其上者
(구기상자) : 윗사람을 미워하는 사람들은

怨民也
(원민야) : 원민(怨民)이다

怨民不必畏也

(원민불필외야) : 이러한 원민도 굳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潛蹤屠販之中
(잠종도판지중) : 자신의 자취를 푸줏간 속에 숨기고

陰蓄異心
(음축이심) : 몰래 딴 마음을 품고서,

僻倪天地間
(벽예천지간) : 세상을 흘겨보다가

幸時之有故
(행시지유고) : 혹시 그 때에 어떤 큰일이라도 일어나면

欲售其願者
(욕수기원자) : 자기의 소원을 실행해 보려는 사람들은

豪民也
(호민야) : 호민(豪民)이다.

夫豪民者
(부호민자) : 이 호민은

大可畏也

(대가외야) : 몹시 두려워해야 할 존재이다.


豪民伺國之釁
(호민사국지흔) : 호민이 나라의 허술한 틈을 엿보고

覘事機之可乘
(첨사기지가승) : 일의 형편을 이용할 만한때를 노리다가

奮臂一呼於壟畝之上
(분비일호어롱무지상) : 팔을 떨치며 밭두렁 위에서 한번 소리를 지르게 되면,

則彼怨民者聞聲而集
(즉피원민자문성이집) : 원민은 소리만 듣고도 모여들어

不謀而同唱
(불모이동창) : 모의하지 않고서도 소리를 지르고,

彼恒民者(피항민자) : 저들 항민도
(피항민자) : 저들 항민도

亦求其所以生
(역구기소이생) : 또한 제 살 방법을 찾느라

不得不鋤耰棘矜往從之

(불득불서우극긍왕종지) : 부득불 호미, 고무레, 창, 창자루를 가지고 쫓아가서

以誅无道也

(이주무도야) : 무도한 놈들을 죽인다.


秦之亡也
(진지망야) : 진나라가 망한 것은

以勝廣
(이승광) : 진승과 오광 때문이었고,

而漢氏之亂
(이한씨지란) : 한나라가 어지러워진 것은

亦因黃巾
(역인황건) : 또한 황건적 때문이었다.

唐之衰而王仙芝黃巢乘之

(당지쇠이왕선지황소승지): 당나라가 쇠퇴하자 왕선지와 황소가 그 틈을 타고 일어나

卒以此亡人國而後已
(졸이차망인국이후이) : 마침내 백성과 나라를 망하게 한 뒤에야 그쳤다.

是皆厲民自養之咎

(시개려민자양지구) : 이러한 일들은 모두 백성들에게 모질게 굴면서 저만 잘 살려고 한 허물이며,

而豪民得以乘其隙也

(이호민득이승기극야) : 호민들이 그러한 틈을 잘 이용한 것이다.


夫天之立司牧
(부천지립사목) : 무룻 하늘이 벼슬아치를 세운 것은

爲養民也
(위양민야) : 백성을 돌보게 하기 위해서였지

非欲使一人恣睢於上
(비욕사일인자휴어상) : 한 사람이 위에서 방자하게 눈을 부릅뜨고서

以逞溪壑之慾矣
(이령계학지욕의) : 계곡같이 커다란 욕심을 부리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彼秦漢以下之禍
(피진한이하지화) : 진나라, 한나라 이후의 화란은

宜矣
(의의) : 당연한 결과였지,

非不幸也

(비불행야) : 불행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 조선 관료들의 부패와

백성들의 시름과 원망은고려 말보다 더 심한 상태다

今我國不然
(금아국불연) : 조선은 중국과는 다르다.

地陿阨而人山
(지협액이인산) : 땅이 비좁고 험하여 사람도 적고,

民且呰寙齷齪
(민차자유악착) : 백성 또한 나약하고 게으르며 잘아서,

无奇節俠氣
(무기절협기) : 뛰어난 절개나 넓고 큰 기상이 없다.

故平居雖无鉅人雋才出爲世

(고평거수무거인준재출위세용)

: 그런 까닭에 평상시에 위대한 인물이나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이 나와서 세상에 쓰여지는 일도 없었지만,

而臨亂亦无有豪民悍卒倡亂首爲國患者

(이림란역무유호민한졸창란수위국환자) : 난리를 당해도 또한 호민이나 사나운 병졸들이 반란을 일으켜 앞장서서 나라의 (무기절협기) : 뛰어난 절개나 넓고 큰 기상이 없다.

其亦幸也
(기역행야) : 그 또한 다행이었다.


雖然
(수연) : 비록 그렇긴 하지만

今之時與王氏
(금지시여왕씨시불동야) : 지금의 시대는 고려 때와 함께해보면,

前朝賦於民有限
(전조부어민유한) : 고려 때에는 백성들에게 조세를 부과함에 한계가 있었고,

而山澤之利
(이산택지리) : 산림(山林)과 천택(川澤)에서 나오는 이익도

與民共之
(여민공지) : 백성들과 함께 했었다. .

通商而惠工
(통상이혜공)  : 장사할 사람에게 그 길을 열어 주고, 물건을 만드는 기술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였다.

又能量入爲出
(우능량입위출) : 또 수입을 잘 헤아려 지출을 하였기

使國有餘儲
(사국유여저) : 나라에는 여분의 저축이 있어

卒有大兵大表
(졸유대병대표) : 갑작스럽게 커다란 병화나 상사(喪事)가 있어도

不加其賦
(불가기부) : 조세를 추가로 징수하지는 않았다.

及其季也
(급기계야) : 그러고도 그 말기에 이르러서는

猶患其三空焉

(유환기삼공언) : 오히려 세가지가 비게 됨을 걱정할 정도였다


我則不然
(아즉불연) : 우리 조정은 그렇지 아니하여

以區區之民
(이구구지민) : 구구한 백성이면서도

其事神奉上之節
(기사신봉상지절) : 신을 섬기고 윗사람을 받드는 범절을

與中國等
(여중국등) : 중국과 대등하게 하고 있었는데,

而民之出賦五分
(이민지출부오분) : 백성들이 내는 조세가 다섯 푼이라면

則利歸公家者纔一分
(즉리귀공가자재일분) : 조정에 돌아오는 이익은 겨우 한 푼이고

其餘狼戾於姦私焉

(기여랑려어간사언) : 그 나머지는 간사한 자들에게 어지럽게 흩어져 버린다.


且府無餘儲
(차부무여저) : 또 관청에서는 여분의 저축이 없어

有事則一年或再賦
(유사칙일년혹재부) : 일만 있으면 한 해에도 두 번씩이나 조세를 부과하는데,

而守宰之憑以箕斂

(이수재지빙이기렴) : 지방의 수령들은 그것을 빙자하여 칼질하듯 가혹하게 거두어들이는 것

亦罔有紀極
(역망유기극) : 또한 끝이 없었다.

故民之愁怨
(고민지수원) : 그런 까닭에 백성들의 시름과 원망은

有甚王氏之季

(유심왕씨지계) : 고려 말보다 더 심한 상태였다.

 

호민을 두려워하고 전철을 고쳐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上之人恬不知畏
(상지인념불지외) : 그런데도 윗사람들이 태평스레 두려워할 줄 모르니

以我國無豪民也
(이아국무호민야) : 우리 나라에는 호민이 없기 때문이다.

不幸而如甄萱弓裔者出
(불행이여견훤) : 불행하게도 견훤이나 궁예 같은 자가 나와서

奮其白挺
(분기백정) : 백성을 빼앗아 일어난다면

則愁怨之民
(칙수원지민) : 근심하고 원망하던 백성들이

安保其不往從而祈梁六合之

(안보기불왕종이기량륙합지변): 가서 따르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보증하겠는가?

可跼足須也(가국족수야)

: 기주·양주에서와 같은 천지를 뒤엎는 변란은 발을 구부리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爲民牧者
(위민목자) :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이

灼知可畏之形
(작지가외지형) : 두려워해야 할 만한 형세를 명확하게 알아서

與更其弦轍
(여경기현철) :전철 (前轍)을 고친다면,

則猶可及已

(즉유가급이) : 여전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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